2차/글

진격의 거인_베르엘ㄹ_Loop

예리더 2020. 3. 1.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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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카테고리지만 소설은 아니고 썰입니다 ^^;;
*썰인 만큼 반말체입니다.
*만화책 13권 애니 2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만화책 13권/ 애니2기까지의 내용만 봤을 때 그린거라 캐릭터 해석은 현재 연재 내용과 많이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캐릭터 사망요소 + 폭력적 묘사가 있습니다.

 

 

 

1. Loop
베르톨트가 자신이 루프 한다는 걸 자각한 건 이미 루프를 꽤 돌고 나서였음. 그가 자신의 루프를 바로 자각할 수 없었던 것은 루프해서 일어나는 순간이 잠에서 깰 때였고, 그와 함께 앞의 기억을 흐릿하게 느꼈기에 ‘ 내가 꿈을 꾸었구나.. 꿈이 좀 이상하다? 꿈 속의 꿈? ’ 이라는 생각으로 넘겨버렸기 때문이었음. 그래서 꽤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같은 시간을 계속 돌고 있다는 걸 자각했던 거지. 루프를 자각한 베르톨트는 어리둥절했음, 왜 자신이 루프를 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었음. 뭔가 짐작 가는 바도 전혀 없었음. 그래서 그는 일단 자신이 ' 왜 '  루프를 하는 가부터 파악하기로 했음. 파악을 하기로 한 뒤부터 루프 횟수가 두 자리 수가 되었을 때, 이 루프의 일정한 흐름을 베르톨트는 어렴풋이 정리했음. 자신이 루프에서 깨어나는 날짜는 늘 동일했음, 깨어난 후에는 언제, 어떻게냐는 차이는 있었지만 어쨌든 베르톨트는 고향을 잃었음. 그리고 그 후에 어떤 연구소에서 거인화 실험을 당하여 초대형거인이 되었음, 그리고 늘 첫 작전으로 월 마리아를 부수고 5년 뒤 벽 안의 훈련병이 되어 훈련병 기간인 3년이 지나고 나면 짧으면 하루에서 길게는 2년 안에 죽고 다시 루프 되었음. 어떤 때는 깨어난 후에 쿵 소리에 놀라서 창을 열었다가 거인의 눈과 마주친 적도 있었고, 일어나서 거인의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를 듣고 도망치다가 고향 친구들을 눈 앞에서 잃기도 하는 등 매번 달랐음. 라이너나 애니와의 만남도 마찬가지였음. 라이너와 동향 친구로 원래 친한 때도 있었고, 도망치다가 만나는 경우도 있었고, 연구소에서 처음 만나는 경우도 있었고, 월 마리아 작전 직전에나 만난 적도 있었음.

큰 흐름은 같은 것 같은 데, 사이사이의 사건은 계속 바뀌는 거였음. 루프를 돌면 돌수록 베르톨트는 지쳐감, 원래 자신이 의지가 강한 사람도 아니었고, 애초에 이렇게 반복하면서까지 뭔가 해내고 싶은 꿈같은 게 없었음, 고향에 돌아가는 거? 물론, 꿈이었기는 하지만 이건 자신의 꿈이라기보다는 라이너의 꿈이라고 해야 더 맞는 거였음 그리고 이게 자기 꿈이라고 해도 자기는 어차피 훈련병 시절이 끝나면 길든 짧든 죽으니 이제 그런 꿈같은 것도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음. 이유도 목적도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똑같은 시간들을 반복하는 자신에게 베르톨트는 지쳐갔음, 차라리 뭔가 목표라도 있으면 뛰어볼 생각이라도 해볼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없었기에, 베르톨트는 자기 자신에게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났음.

베르톨트를 지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 사람 ' 이 변한다는 거였음. 큰 흐름이 같기 때문에 늘 만나는 사람이 같은 건 맞는데, 루프 때마다 사람들의 성격이나, 취미 같은 요소요소가 달라짐. 아마도 루프를 돌 때마다 자신이 겪는 작은 사건들이 변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겪는 사건들이 변하긴 하는 것 같았음. 몇 번째 루프였던가... 샤샤가 크리스티나에게 키가 더 커야할 것 같다면서 먹을 것을 양보하는 모습을 봤을 때 베르톨트의 충격은 정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입만 뻐끔거렸음. 다른 104기 애들의 변화도 변화지만 베르톨트에게 제일 힘든 건 ' 라이너 ' 와 ' 애니 ' 의 변화였음. 만약 이 루프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거라면 라이너와 애니의 도움이 제일 필요했고, 이 두 사람이 제일 중요한 건데, 가뜩이나 사건이 변하는 데, 이 둘도 변하니까 흐름을 종잡을 수가 없는 거야.

어떤 때는 애니가 너무 멘붕을 해버려서 훈련병 끝나자마자 여기서 다 쓸어버리겠다고 거인화 하는 바람에 셋 다 잡혀서 처형당한 적도 있고, 어떤 때는 라이너가 멘붕해서 다 떠벌리는 바람에 죽은 적도 있고, 어떤 때는 오히려 라이너와 애니에게 희생을 강요당한 적도 있었음.

베르톨트는 자연스럽게 제 3자가 되어갔음. 어디에도 끼일 수가 없었음.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베르톨트는 모든 루프들을 기억하니 주변 사람들이 다 낮익은 얼굴이었음, 그런데 그 속이 늘 변하니, 그 사람이 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음, 바뀌는 사람에 적응을 못해서 기억도 뒤죽박죽이 되니 더 혼란스러워질 뿐 이었음. 결국 그는 말을 아끼게 되고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숨겨갔음. 그러던 중 바뀌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음, 좀 뻔할 뻔자지만 그건 엘런네 세명, 즉 엘런, 미카사, 아르민이었음. 세 사람은 루프 속에서 늘 똑같은 모습이었음. 정말 변함이 없었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도, 각 자의 꿈도, 그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음. 베르톨트는 그게 너무나 신기하고 부러웠음, 적어도 자기 옆의 라이너와 애니가 저들처럼 루프 속에서 늘 같았다면 베르톨트도 그렇게 멘붕하지 않고 이 썰은 시작을 못하고... 허허.. 아무튼 자신의 꿈이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목표를 세워서 나아갔을 지도 모를 일이었음. 왜 저 셋은 변함이 없을까? 베르톨트는 그 이유가 궁금해서 항상 그 세 명을 눈으로 쫒았어 그러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 저 셋의 중심에 엘런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고... 그도 그럴 것이 미카사의 목표는 엘런을 지키는 것이고, 아르민의 목표는 엘런과 약속한 벽 바깥 세계의 탐험이었지, 둘 다 엘런을 중심으로 자신의 목표와 의지를 잡고 있는 거였어, 그렇다면 엘런은? 엘런의 목표는 거인을 구축하고 벽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야. 그 것은 그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는 본인만의 목적이고 의지였지, 엘런은 그 많은 루프 속에서 한결같이 자신을 잡고 있었음. 

그 때부터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호감을 느꼈어, 전부터 엘런과 친구가 되고 싶다, 좋은 아이다라는 생각을 해왔지만 저걸 깨닳는 순간 더 깊은 감정의 호감을 가진거야. 그건 동경이자 애정이며 열등감이자 어리광같은 그런 복잡한 감정이었음.

그 후 베르톨트는 매 번 루프 때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엘런과는 꼭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고, 먼저 다가가서 대화를 나눴음. 엘런과 함께 할 때면 자기 자신도 거기에 있다는 걸 실감했고 점차 자신이 안정 되어감을 느꼈어, 베르톨트는 너무나 기뻤음 그래서 엘런과 계속 함께 하고 싶었어, 아르민이나 미키사처럼, 그렇다면 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루프 속에서라도 자신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음.

그건 베르톨트에게 매우 중요한 집착이었음.

그러던 중 일이 터졌음. 어쩐지 흐름이 좋아서 라이너와 베르톨트가 엘런과 유미르를 납치하는 데까지 성공했고 거대 나무 숲에서 라이너가 엘런에게 모든 걸 말했어 그리고 그걸 들은 엘런은 ' 너희들이 최고로 괴로워질 방법으로 죽여버리겠어 '라고  저주와 분노가 섞인 말을 라이너와 베르톨트에게 했지.

베르톨트가 그렇게 동경하던 엘런의 의지가 적의로 돌아온 순간이었음. 그 순간 베르톨트는 자신의 안에 무언가 무너짐을 느낌, 루프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빛은 처음부터 의지해서는 안돼는 빛이었던 거야

왜냐면 그와 자신은 적이니까, 잊고 있던 죄책감이 베르톨트의 목에 휘감겨 숨을 조여왔어.
뭔가 지금 내용이 엉망진창인거 같으므로 잠깐 정리를 하자면, 베르톨트는 루프는 하고 있지만, 루프 목적이 없음. 그래서 뭘 해야 할지 몰랐고, 주변에서 그냥 하라는 데로 휩쓸려서 따라 다니다가 죽고 루프하고를 반복해 온 거임. 그냥 까라는 데로 까고 다닌 느낌이라 해야 하나? 애초에 목표가 없으니 뭔가 할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고향에 돌아간다는 목표도 자기 목표라기보다는 라이너의 목표인데, 루프할때마다 변하는 라이너는 그게 목표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이렇다 보니 자기가 왜 루프 하는지 더 더욱 모르겠어서 베르톨트는 지치는 거지, 그 과정을 거쳐 오면서 감각이 무뎌졌다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나는 그냥 시켜서 한거인데, 사람이 죽었네??? 으으 죄송합니다, 그치만 난 그냥 시키는 데로 한거예요 라는 식의 죄책감과 자기변명이 뒤섞여 있었는데, 그 것도 계속 반복해오다가 보니까 무덤덤해져버렸던 거지 그런데, 엘런의 저 말을 들으면서 무뎌졌던 죄책감이 다시 올라온거야.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저 직후 고향으로 이동 중 엘런을 되찾기 위해 쫒아온 조사병단에게 결국 베르톨트는 죽었고, 다음 루프로 넘어 갔어, 눈을 뜨자마자 베르톨트는 그저 울었지 여태까지 막연히 자신이 루프 하는 것은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서인가라고 추측하면서 주변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던 베르톨트가 엘런에게 죄책감을 폭발적으로 느낀 이때 처음으로 목적을 세웠어

엘런과 진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이야. 어차피 고향에 돌아간다는 목표는 처음부터 자신의 목표도 아니었고 수 십번의 루프 속에서 좌절하고 실패하면서 베르톨트에게 중요한 게 아니었음. 베르톨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을 지탱해주는 엘런이었음. 그런 엘런에게 원수가 아닌 친구가 되고 싶어진거야, 죄책감 같은 거 전혀 없이 진짜 친구, 미카사나 아르민처럼... 루프 속에서 베르톨트는 처음으로 스스로 나서서 움직이게 돼. 우선 자신이 초대형 거인이 되는 일을 막고 싶었어 그렇게 하면 월 마리아가 부서질 일도 없고, 자신 역시 아무 스스럼 없이 엘런에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우선은 거인을 피해 도망칠 때 전 루프 때 연구소가 있던 위치에서 멀리 떨어진 쪽으로 도망쳤어. 항상 자신은 이렇게 도망치다가 연구소를 보고 그 쪽에 몸을 피하다가 참가를 하게 되었으니까... 일부러 멀리가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장소가 바뀌었어, 어느 쪽으로 도망을 치든 자신은 연구소 쪽으로 도망을 치는 거야. 마치 벗어날 수 없다는 듯 말이야. 베르톨트는 화가 났어 그래서 연구소 안에서 반항했어, 거인화 연구를 받지 않기 위해서 발버둥 쳤지만, 그들은 그런 베르톨트를 우습게 보며 무슨 수를 써서든 실험을 해서 베르톨트를 초대형 거인으로 만들어버렸음. 베르톨트는 절망했지, 자신이 초대형 거인이란 건 후천적이었던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의의, 운명 그 자체 였나봐. 베르톨트는 울고 또 울었어.

거인이 되는 걸 거부할 수 없다면, 베르톨트는 다음으로 넘어갔어, 월마리아 작전을 거부한거지. 적어도 벽을 부수지 않으면 엘런의 어머니가 돌아가실 일도 없고, 그 전보다는 덜 죄책감을 느끼며 엘런을 만날 수 있게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베르톨트는 벽을 부수는 작전을 거부하고 잠입 작전 쪽으로 가자고 회유를 했어, 어차피 벽을 부수는 작전은 초대형거인인 베르톨트가 없으면 실행이 불가능한 작전이었기에 상부에 먹혔들었고, 베르톨트는 벽을 부수지 않은 체 2년의 시간을 기다려 훈련병에 들어갔어 이제 엘런과 친구가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두근 두근 엘런을 찾기 위해 모두가 모여있는 연병장을 두리번 거렸어

그리고 그 곳에 엘런은 없었음.

 

 

2. Causality
베르톨트는 자신이 그저 엘런을 놓친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첫 날, 훈련소 곳곳을 돌아다녔음. 이 숙소 저 숙소 다 기웃거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고 엘런 예거를 아냐고 물어봤지만 그 어디에도 엘런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음. 사정사정해서 이번 기수의 훈련병 지원자 목록을 받아들었을 때야 베르톨트는 알았어, 이건 104기 훈련병단이 아니었음. 엘런만이 아니라 여태 늘 똑같은 사람이 모이던 그 104기 자체가 사라져버린거야, 베르톨트가 월 마리아를 부수지 않음으로 인해서 벽 안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어버린거였음. 벽이 부서지지 않았으니, 평화가 유지되어왔고 그 말인 즉, 병단 안의 인원 수를 늘릴 필요가 없었음. 그러니 자연스럽게 훈련병의 지원 인원 수도, 받아주는 수도 그리고 지원 자격 조건이나 이런 모든 부분이 이전 루프들과 달랐음. 베르톨트는 목록을 돌려주고 심장이 덜덜 내려앉는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왔음.

엘런이 여기 없는거야...  

그 생각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음.

엘런이 왜 없는 거지? 나는 엘런을 만나고 싶어서 여기 있는건데!
엘런, 엘런, 엘런!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거야... 

머리 속에 오로지 엘런을 생각하면서 베르톨트는 쓰러지 듯 잠들었고 베르톨트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다음 날 맑은 해가 떴음. 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베르톨트는 다시 엘런을 찾아다녔음. 찾고 또 찾고...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은 체 나날을 보냈음.

그렇게 훈련병단 안에서 베르톨트가 엘런을 찾는 것을 완전히 포기하는 데는 다섯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음. 베르톨트도 머리가 나쁜 애가 아님, 다섯 달이나 내부에서 찾았는데, 없다는 건 엘런은 정말로 여기 없다는 거야. 이제 인정해야 될 때가 된 거였음. 첫 날 훈련병 목록을 보았을 때 알고는 있었어, 다만 인정하기 싫어서 계속 찾아다닌 것뿐이지. 베르톨트는 허탈함에 웃음이 터져 나왔음.

엘런은 월 마리아가 부숴질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그 날... 모든 거인을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어...  
그런데 내가 벽을 부수지 않았어, 지금 저 벽은 멀쩡하게 잘만 서있어. 내가 벽을 부수지 않았어
............그럼 벽 안에 평화로운 엘런이 과연 저런 목표를 잡았을까?


계속 찾아다니며 스스로에게 끝없이 던졌던 질문이 다시 머리 속 에 맴돌았음. 엘런은 자신이 벽을 부순 날 목표를 세웠다, 그 한결같은 목표 때문에 엘런은 그 수 많은 루프 속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기 옆에 있어줬다. 그러니까 자신이 벽을 부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엘런의 목표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엘런이 변한 것이다. 엘런이... 이 치가 떨리는 인과관계에 베르톨트는 그저 허탈하게 웃었어, 이제 겨우 이 루프에서 자신을 잡을 수 있었는데, 이제 겨우 목표를 잡았는데. 그게 아예 시작도 못하는 일이라니,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니... 정말 끔직하고 비참한 기분이었어, 모든 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거야, 아니 이제는 엘런조차 없어, 자신은 정말 덩그러니 이 루프에 홀로 갇힌거였음.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베르톨트에게 일어난 이 일은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음. 엘런을 찾는 것을 포기한 베르톨트는 그저 멍하니 훈련병 시절을 보내고 있었음. 훈련병 시절이 지나면 자신은 길든 짧든 어찌 되었든 죽을 거고 또 다시 루프를 하게 되겠지 그런데 이제 엘런이 없으니 베르톨트는 정말 앞날이 깜깜했어,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엘런은 행복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것 정도였음.

그리고 그 때 이 일이 일어난거야

" 아, 글쎄 그 꼬맹이 또 일 안한다고 떽떽거리더라니까 "
" ...... 한네스씨 일 안 하시는 건 맞지 않습니까? "
" 자네까지 잔소리인가? 이미 엘런한테 충분히 들었거든? "

훈련소의 마지막 날 시간시나 구 주둔병단에 관한 보고를 올리러 온 한네스가 지나가면서 짧게 뱉은 엘런이란 이름을 베르톨트가 들은거였음, 스쳐지나가는 그 이름이 너무 반가워서 베르톨트는 그대로 한네스의 뒤를 따라갔음.

" 전부터 말씀하시던 그 아이, 금방이라도 훈련병으로 들어올 것 같더니 안 왔군요 "
" 아아... 뭐, 어머니 쪽이 워낙 반대가 심하니까, 나라도 반대하겠다. 먹고 살 걱정도 없는 녀석이 굳이 여길 왜 들어오겠다는건지 "
" 그러게요, 그 말도 일리가 있으시네요. "
" 그렇지? 내 말이 그 말이야, 벽 속에 갇혀사는 건 가축 갔다면서 밖에 나가기 위해 싸워야한다는데, 애새끼가 철이 없는 거야 "
" 한네스씨보다는 철 든거 같은데요 "
" 아주 막 말 뱉는다? "


베르톨트는 그 모든 대화를 듣고 제 귀를 의심했어, 자기 생각이 전혀 틀린거야, 엘런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 엘런은 여전히 자신의 목표를 위해 싸우고 있는 거야. 지금 이 세계에 있는 엘런은 자신이 수 없이 봐왔던 엘런인거야, 너무 기뻐서 입술이 달달 떨려왔음.


당장 엘런을 만나고 싶어


포기했던 엘런에 대한 집착에 다시 불이 확 질러졌어, 엘런을 만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어, 베르톨트는 빠르게 발을 뗐어, 멀어져 가는 한네스를 잡아서 엘런이 어디있는지 지금 당장 말해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그런 베톨의 어깨를 누군가 잡아챘음.
자신과 함께 훈련병으로 들어온 또 다른 거인 라이너였음. 이 세계의 라이너는 지독하게 고지식한 전사였기 때문에 월마리아 작전을 거부한 자신을 매우 싫어했어, 그래서 여태까지 베르톨트가 무얼 하든 신경도 안 쓰고 버려뒀는데 하필 이 순간에 잡아챈거였음.

" 이거 놔, 라이너 "

베르톨트가 그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어, 한네스가 멀어지고 있었음. 저 사람을 잡아야해, 지금 여기서 엘런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얼른 잡아야해! 베르톨트의 머리 속에는 그 것밖에 없었음 그러나 강하게 뿌리치는 베르톨트를 라이너는 사정 전혀 안 봐주고 꽉 잡아 눌렀음. 어찌나 쎄게 눌렀는지 어깨에서 뼈 소리가 다 울렸어, 베르톨트가 버둥거리자 라이너가 말했음.

" 오늘 벽을 부숴야해 "

라이너의 나직한 그 말에 베르톨트는 탄성처럼 아... 라고 내뱉었어, 엘런에게 집중하느라 완전히 잊고 있던 자신의 일이었음. 멍한 베르톨트를 라이너는 그대로 끌고 데려갔지 가면서 라이너가 말했어, 니 요청대로 이때까지 미룬 거니까, 제대로 하라고 베르톨트는 그 말에 눈물이 났음.
안돼 안돼 안돼 안돼 벽을 부숴서는 안돼, 이제야 엘런이 있다는 걸 알았는데!
엘런이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는데!

끌려가면서 베르톨트는 계속 반항했음. 자신은 이 벽을 못 부순다고 절대 못한다고, 오랜 실랑이를 벌이던 끝에 라이너가 혀를 차면서 나직이 ' 실패작 녀석 ' 이라고 말했고 그대로 베르톨트를 베어버렸음. 올 때부터 챙겨온 것으로 보이는 그 작은 단도는 눈도 깜빡하지 못한 사이에 베르톨트의 뒷목을 정확하게 베어버렸어, 베르톨트는 또 죽은거였음.

눈을 뜬 베르톨트는 기분이 좋았음, 비록 엘런을 만나지는 못 했지만, 엘런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그 사실 하나로 베르톨트는 너무나 기분이 좋았어, 이제 곧 자신의 고향이 부서지고 자신은 또 초대형거인이 되어버리겠지만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았어. 전혀 상관이 없었어. 베르톨트는 기쁨에 떨리는 손을 꽉 움켜쥐고 중얼거렸음.

" 저번에는 그저 운이 나빴던 거야, 그러니까 이번에는 반드시, 반드시 엘런을 만날꺼야 " 

신에게 빌듯 간절히 말하는 베르톨트의 목소리 뒤로 거인의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졌어. 이후 흐름을 따라서 움직이던 베르톨트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월 마리아를 부수는 작전을 거부했어, 거부한 뒤 최대한 늦게, 늦게 병단에 들어가겠금 시간을 끌었어, 저번 루프 때 그 남자(한네스)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엘런은 집안의 반대로 늦게 병단에 들어오는 것 같으니까. 자신도 늦게 들어가면 이번에는 만날 거라는 단순한 생각 아래에서 한 행동이었지, 시간을 끄는 것에 한계가 있었음에도 다행이 베르톨트는 전 보다 조금 더 늦게 병단에 입단 할 수 있었어, 입단식을 받으면서 연병장에 서 있는 베르톨트의 심장이 쿵쿵 울렸음.

" 엘런이 있을꺼야 " 
 
속으로 생각한 그 말은 기도이자 확신이고 자신의 바람이었어, 사령관의 눈이 조금 허술해진 틈을 타 베르톨트는 두근 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연병장 내부를 둘러보았어

엘런은 그 곳에 없었어

설마, 설마... 베르톨트는 제 눈이 나빠서 그런 거라고 애써 외면했어, 그래 이 넓은 연병장에서 눈으로 사람을 찾는 다는 건 불가능 한거야, 저번 루프 때 느꼈던 그 등줄기를 스치는 서늘함이 다시 느껴졌어, 입단식이 끝나자마자 베르톨트는 저번 루프 때와 마찬가지로 뛰어다니면서 엘런을 찾았어, 엘런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음. 베르톨트는 확실한 방법인 입단자 명단을 확인하러 갔어, 거기서 베르톨트는 아주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음.

" 엘런? 아, 그 사람이라면 잘 알지? "
".....아십니까? "

입단자 명단을 확인하는 사람을 뭐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저는..머리..나쁩니다.. 아무튼 그 서류를 처리하는 상관이 베르톨트가 엘런이란 이름을 말하자 아주 잘 안다는 듯이 답을 해줬어. 베르톨트가 오히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반문을 한거지, 그 반문에 그 상관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면서

" 알다마다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그 그리샤 선생님의 아들인데 "

라고 답해음. 그와 함께 어떻게 병단에 들어온 사람이 엘런도 모르냐는 듯한 반응을 보여줘서 베르톨트는 더더욱 혼란에 빠지고 말았음. 그는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를 띄운 체, 월 마리아 전체에 정체를 모르는 전염병이 돌았는데, 그걸 구했던 게 그리샤 예거와 그리샤의 조수이자 아들인 엘런 예거 였으며, 그때 그 공훈을 인정 받아서 두 사람은 특례로 군의관으로 들어왔고 아버지인 그리샤는 헌병단 소속이지만 아들인 엘런 예거는 벽에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말하면서 조사병단 소속으로 갔다란 이야기를 전부 말해주었음. 그러면서 아주 유명한 일이라 월 시나 안까지 소문이 파다한데, 어떻게 모르는 건가 자네? 라고 덧 붙였음. 베르톨트는 상관의 말을 이해 할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어서 멍하니 서 있었음.

' 그럴리가... 없습니다 ' 

라고 중얼거리듯 내뱉자, 상관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서랍을 열어 뒤적거리더니 신문 하나를 찾아내 건냈음. 그 신문에는 조사병단 마크가 붙어있는 제복을 입은 엘런이 보였어, 기사의 내용은 아까 앞에 말한 전염병에 대한 공훈을 인정받아 그의 아버지와 그가 특례 입단을 했다는 이야기였지, 사진 속에 자신이 알고있는 엘런이 맞았어, 물론, 얼굴은 좀 더 어려보였지만, 상관은 신문의 사진을 멍하니 보는 베르톨트를 향해서
" 그런데 이 유명한 일은 모르면서, 어떻게 이름은 아는 건가 자네? "
라고 질문을 던졌어, 그 말에 베르톨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상관을 눈을 보면서 말 했음.

" 죄송합니다, 제가 찾던 사람이 아닙니다 "

그렇게 말한, 베르톨트는 신문을 상관에게 돌려주고 목례를 한 후 밖으로 나왔어, 밖에 나오자 뉘엿한 태양이 베르톨트는 내리쬐었어, 베르톨트는 덜덜 떨리는 손을 끌어모아 잡고 기도하듯 중얼 거렸음.

" 괜찮아, 괜찮아, 만날 수 있어, 엘런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

그것은 베르톨트를 지탱하는 단 하나의 사실이었음. 


엘런의 소문은 훈련병으로 지내는 3년 동안 내내 들었어, 늘 한결같은 이야기였지, 베르톨트는 반드시 조사병단으로 들어가겠다고 마음먹었어 그러면 엘런을 만날 수 있으니까 엘런을 만날 수 있다란 단 하나에 집중하면서 베르톨트는 훈련병 시절을 보냈음. 저번 루프를 생각해서 라이너와 크게 싸우지 않은 체 작전 대로 월 마리아를 부셔버렸어, 일단 살아야 엘런을 만날테니까. 부서진 월 마리아와 혼란스런 벽 내부, 그 안에서 곧 엘런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젖어 있던 베르톨트는 조사병단이 지원온다라는 후발대의 외침을 들으면서 거인에게 먹혔음.
어처구니 없게도 베르톨트는 엘런을 만나지도 못한 체 거인에게 머리를 잘려서 죽었고 다시 루프 했음

" 엘런은 변하지 않아, 엘런을 곧 만날 수 있을꺼야, 그냥 이번에는 운이 없었던 거야 " 

그렇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루프하고 루프하고 또 루프했어 그러나 매번 루프할 때 마다 마치 이렇게 생각하는 베르톨트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베르톨트는 엘런을 만날 수 없었어, 엘런이 먼저 들어갔거나, 아직 안 들어왔거나, 마치 베르톨트가 거인 실험을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엘런을 늘 만나지 못 했음.

베르톨트가 벽을 부수지 않는 루프를 한 횟수가 두 자리를 넘은 건 이미 옛 저녁에 일이었지, 베르톨트는 지쳤어, 정말로 지쳐버렸어. 항상 엘런의 이야기는 루프 때마다 어떻게든 들었어, 그렇게 들려오는 엘런은 항상 한결같은 모습이었어, 그 목표도 꿈도 한결같았어... 

다만 자신과 만나지 못할 뿐이었어, 그 사실이 너무나 괴로웠어, 너무 괴로워서 베르톨트는 결심했음.

" 처음으로 되돌리자 "

베르톨트는 맨 처음의 루프, 그러니까 자신이 벽을 부수고 104기 훈련병으로 모두가 모이는 그 때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어,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자신의 이 이기적인 선택에 웃음이 다 났어. 그래서? 이기적이면 어때서? 어차피 자신은 죽지만 죽지 않은 것처럼 이 곳에 갇혀서 계속 돌고 또 도는데, 어차피 자신만 돌고 있는데, 무슨 상관이지? 벽을 부수면 엘런을 만날 수 있어, 볼 수 있어, 함께 할 수 있어. 모든 것에 지친 베르톨트에게 남은 건 그 것뿐이었어, 베르톨트는 웃었어, 그 웃음 소리는 숲안으로 울렸어, 몸은 이미 엉망진창이었지, 벽외조사 도중 낙오된 상태에 꽤 시간이 흘렀거든, 베르톨트는 나무에 등을 기댄 체 조용히 눈을 감았어




이제 처음으로 되돌아갈 시간이 된거야.

 

 

3. Obsession
104기 훈련병 베르톨트 후버가 서있었어, 연병장에 내리쬐는 햇살은 꽤 뜨거웠지만 베톨의 심장은 그 보다 더 뜨겁게 두근두근 미친 듯이 요동쳤음.

 되돌아왔어... 

베르톨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주변을 둘러봤음.

아아... 엘런이 그 곳에 있었어
베르톨트는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엘런을 안아주고 보고 싶었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참았어, 그렇게 하면 엘런이 놀랄꺼니까. 그저 흘끔흘끔 엘런을 눈으로 쫒을 뿐이었음. 엘런은 언제나와 같이 굳은 의지가 담긴 눈을 반짝이며 이 곳에 서있었음. 

엘런이 이 곳에 있어, 나도 이 곳에 있어.. 

베르톨트에게 이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었지. 그 후 베르톨트는 하루라도 빨리 엘런과 가까워지고 싶어서 빠르게 다가갔어, 그 옆에 있고 싶었어, 3년이란 기간은 생각보다 너무 짧았거든, 단 3년... 훈련병 시절 단 3년 동안 그 반짝이는 엘런 곁에 있고,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어. 근본부터 잘 못된 이 거짓된 친구관계가 그 3년간은 진짜였어, 그 것은 루프되는 베르톨트 삶의 마지막 남은 목표이자 집착이었음.
베르톨트는 루프를 할수록 더 빠르게, 더 가깝게 엘런에게 다가가고 싶었음. 3년이란 시간이 너무 짧아서 견딜 수가 없었음. 엘런을 향한 베르톨트의 집착은 이미 한계점을 넘은지 오래였지, 한계를 넘어선 집착은 왜 시작되었는 가라는 그 시작 자체를 흐리게 만들었고 동경과 부러움에서 시작되었던 그 감정은 친구를 향한 우정을 넘어서 질척한 애정으로 변했음.

' 아르민이나 미카사와 동등할 수 없다면 '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베르톨트는 웃으면서 생각했음.

' 나는 아예 다른 자리를 가져버리면 되는거야 '

비틀어진 생각과 감정에 침식하듯 베르톨트는 눈을 감았음.

또 다시 104기 훈련병 베르톨트 후버가 연병장에 서 있어, 엘런도 그 곳에 서있었지, 베르톨트는 웃었어. 입소식이 끝난 후 베르톨트는 자연스럽게 엘런에게 다가가서 인사했어, 그런 베르톨트를 엘런은 받아주었음. 미카사가 조금 노려본 것 같지만... 통성명을 하고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천천히 가까워져갔음. 단 하루 만에 둘은 마치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단짝 친구처럼 친해졌음. 너무 빨리 친해진거라 엘런도 놀랐는지 

" 너랑 나랑 너무 잘 맞는거 같아, 전생에 친구였나? " 

라고 말했음. 그 말에 베르톨트는 그저 웃음으로 답을 해줬을 뿐었음. 베르톨트는 조금 더 조금 더 다가갔어, 엘런이 놀라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지만 노골적으로 자신의 애정을 엘런에게 보여줬어. 아르민이나 미카사와 다른 자리를 가지고 싶은 욕심이 앞서는 것과 별개로 엘런과 완전히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는 건 끔찍했으니까, 매우 공들여서 천천히 다가갔음. 그렇게 1년이란 시간이 흘렀을 때, 베르톨트가 야간점호 직후 엘런을 밖으로 불러냈음.

" 이런 시간에 연병장 도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 "

숙소 뒤 공터에 들어서면서 엘런이 건낸 첫 마디였어, 마침 보름달이라 달이 밝아서 밤임에도 다가오는 엘런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어, 언제나처럼 씩씩한 금안이 달빛을 받아 달처럼 빛나는 걸 보니 심장이 두근두근 더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음. 용기내서 나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심장이 뛰기 시작하니 심장 뛰는 소리를 따라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어, 거절당해서 엘런과 사이가 틀어질 거라는 상상이 스쳐지나가니 등골이 서늘했음.

" 베르톨트? "


자신이 다가왔음에도 아무 말도 안하는 베톨을 엘런이 한번 불렀어, 베르톨트는 고개를 푹 숙인체 심호흡을 했어, 바지를 끌어 잡고 있는 손에 땀이 찼음. 루프하면서 엘런을 수 없이 만났지만 이 순간은 처음이니까, 엘런이 조금 더 걸음을 옮겨 베르톨트에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음. 사박사박, 바닥의 굵은 모래알들이 밟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숙이고 있는 시선 안으로 엘런의 얼굴이 보였음. 엘런은 다소 걱정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면서 입을 열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 그냥 자신을 바라봤음.

" 엘런 "
" 응 "
" 엘런 "
" 할 말 있으면 해, 베르톨트 "

엘런의 말에 베르톨트는 허락을 받은 것 만큼이나 용기가 났지만, 그런 마음과 달리 몸은 눈을 꽉 감아버렸음. 엘런의 얼굴을 보면서 말하기는 너무 부끄러웠거든

" 나는 너와 연인이 되고 싶어, 엘런 "

천천히 말을 끝낸 베르톨트는 차마 눈을 뜨지 못한 체, 잡고 있던 옷만 더 꾹 쥐었음. 잠시동안 침묵이 이어졌어, 둘의 숨소리와 바람에 흩어지는 나뭇잎 소리만 울려 퍼졌음.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그게 너무나 길게 느껴져서 베르톨트는 눈물이 날 것 같아졌음. 엘런이 답이 없으니 당연히 거절 받은거라고 생각했거든, 아아.. 괜히 욕심 냈나봐, 베르톨트가 자기 행동을 후회 할려던 그 때

" 베르톨트 "

엘런이 베르톨트를 불렀어, 그 부름에 베르톨트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어, 엘런은 여전히 제 시야 안에 있었어, 아까와 달리 아주 약간 더 붉어진 얼굴로

" 고마워 "

엘런의 말에 베르톨트는 눈앞이 흐릿해졌어, 엘런이 허락해준거야, 엘런의 옆자리를 자신에게 허락해준거야, 자신은 진짜로 엘런의 옆에 선거야, 너무 기뻐서 결국 베르톨트는 눈물을 터뜨리고 그대로 엘런을 껴안았음. 제 품에 쏙 들어오는 엘런의 체온이 너무 좋았어, 제 안에 엘런을 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어, 너무 기뻐서 훌쩍 훌쩍 우는 베르톨트를 엘런이 손을 들어 등을 토닥여주며 달랬음. 그 토닥임을 받으며 울음을 그친 후에도 베르톨트는 꽤 오래 엘런을 껴안고 있었음.

엘런은 조금 머쓱해져서 ' 생각보다 진도 급하게 나가네, 베르톨트 ' 라고 말하며 웃었어, 그 말을 들은 후에야 베르톨트도 머쓱해져서 엘런을 풀어주고 서로 마주본 체 웃었어, 이것이 첫 고백이었고  
그렇게 둘은 수십번의 만남 속에서 처음으로 연인이 되었음.

연인이 된 베르톨트와 엘런은 이 사실을 다른 애들에게 말을 안 했어, 그러나 다들 알 정도로 티가 나게 깨를 볶았음. 특히 베르톨트 쪽이 너무 티가 났음. 아주 엘런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을 기세로 둥기 둥기 안고 다녔거든. 그 조용하던 베르톨트가 미카사 뺨을 양사이드 왕복으로 때릴 정도로 엘런을 끼고 저러고 있으니 애들이 모를라고 해도 모를 수가 없었음. 더구아나 엘런도 그런 베르톨트를 말리지 않고 같이 좋다고 끌어안고 있으니, 미카사를 말리는 횟수가 비약적으로 늘면서 아르민의 팔에 저절로 근력이 생겼을 정도로 둘의 꽁냥거림은 끝을 달리고 있었음. 뭐, 104기 애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베르톨트는 행복해서 기절할 것 같다라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음. 연인이 되면서 그냥 친구로는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닿을 수 있었으니까. 정신적, 육체적 양 쪽 모두. 엘런의 사소한 버릇, 의외의 어리광, 미카사나 아르민은 모르는 연인을 대하는 행동, 감정 그 모든 것을 온전히 자기 혼자 받고 있는거였음.

엘런 옆에 베르톨트 후버의 자리가 생긴거야!
베르톨트 후버이기 때문에 엘런에게서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생긴거야!  
그 사실 하나만으로 너무 기쁘고 행복했어. 그 행복은 훈련병 남은 2년간 계속 되었고 훈련병을 마치는 날 라이너가 트로스트구의 내벽을 부수는 작전에 대해 따로 불러 설명하면서 걱정스럽게 물었지

" 너 괜찮겠냐, 베르톨트? "

훈련병 시절동안 베르톨트와 엘런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제일 가까이서 본 사람 중 한명인 라이너 입장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지만, 나와서는 안돼는 그 걱정스런 질문이 베르톨트를 향했음.

" 괜찮아 "

베르톨트는 눈이 완전히 반달로 접히게 웃었어, 진심을 담은 ' 괜찮아 ' 였지, 당연히 괜찮다고 생각했어 어차피 이건 이번 3년이 지나가는 것 뿐이니까. 자신이 라이너와 애니와 행동을 하든 안 하든 자신은 이제 2년 안에 죽을꺼야, 그리고 죽고 나면...

" 나는 오히려 라이너가 걱정인걸 "

자신은 다시 이 곳에서 엘런을 만날꺼니까

베르톨트는 여전히 루프하고 있었어, 루프하고 또 루프했지. 그 루프 속에서 이제 베르톨트는 정해진 순서처럼 엘런과 가까워지고, 그에게 고백하고, 그와 사귀었어, 베르톨트가 엘런의 연인인 것이 마치 당연했던 것처럼 말이야. 엘런이 늘 자신을 연인으로 받아준 것은 아니었음, 첫 연인이 된 그때가 운이 좋았던 것도 있었나봐, 이후의 루프에서는 몇 번은 차인 적도 있었음. 자신의 고백을 받고 머뭇거리던 엘런이 역시 연인까지는 무리인 것 같다며 거절하고 연인 미만 친구 이상 정도의 관계로 자신을 받아준 적도 있었고 처음에는 찼다가 나중에 다가와서 그 고백 유효하냐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빨간 얼굴로 역고백 해와서 연인이 된 적도 있었음. 꽤 다사다난한 일을 겪었지만 어찌되었든 결론적으로 엘런은 자신을 완전히 내치지 않았고 어떤 관계로든 좋은 쪽으로 자신을 받아들여주었어, 고백을 하면 항상 엘런은 친구 이상의 깊은 자리에 자신에게 내어준거지. 베르톨트에게는 그 것만으로 충분했어. 더 이상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고백하는 것에 겁을 먹지 않았고, 더 빠르게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음. 고백을 하는 날짜도 처음에 1년이 걸렸던 것이 11달,10달, 9달... 이런 식으로 점차 줄어들어 갔어, 기간이 줄어들면서 요령도 생겨서 루프가 두 자리를 훨씬 넘긴 후에는 고백 성공율 100%를 달성하게 되었음.

베르톨트는 매번 루프 속의 엘런의 모든 것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어, 사소한 버릇부터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그 모든 것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지, 루프에 지쳤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 사소한 부분 ' 은 기억하지 않았음. 왜냐면 매번 바뀌니까, 괜히 기억해봐야 그 사람이 그 사람 안 같아보이게만 하고, 자기의 기억 속 그 사람에 대해 말했다가 어? 아닌데라는 식으로 꼬여서 이상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았거든, 그랬던 베르톨트가 엘런만은 기억하기로 한거였음.
그건 엘런만 이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거였고 엘런만 이기에 시작하고 싶었던거였음.

엘런이 한결같다고 해도 사소한 부분은 꽤 많은 차이가 있었음. 처음 그걸 알았을 때는 베르톨트는 조금 놀랬다가, 이내 그 것조차도 이 루프 속의 즐거움 중 하나가 되었음. 어떤 루프 때의 엘런은 거짓말을 할 때 귀가 새빨개져서 귀여웠는데, 다른 루프에서는 거짓말을 할 때 애가 눈을 지나치게 깜빡 꺼리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어.. 물론, 이것도 귀엽다고 베르톨트는 생각했음. 그런가하면 그 귀한 스프에 들은 당근을 보고 울먹울먹 ' 아... 진짜..진짜 이건 못 먹는데 ' 하는 엘런도 있었고 그릇까지 씹어 먹을 기세로 편식이 없는 엘런도 있었음.
그 모든 사소한 차이를 보는 것이 너무나 귀엽고 즐거웠어.
어찌되었든, 그 모든 것은 엘런이었어 왜냐면 엘런은 한결 같았으니까

“ 엘런 사랑해 "

30번째인가, 고백을 하면서 베르톨트는 생각했어

' 그리고 너는 나를 증오하겠지 '

속으로만 삼킨 그 말은 엘런의 한결 같은 부분이었어, 그 한결같은 증오와 목표를 가진 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엘런이었어. 거짓으로 둘둘 싸매여진 관계지만, 베르톨트는 이 관계의 단 3년의 행복, 거기에 모든 것을 걸었고, 그 것에 안주하고 안심했음.

몇 번이 반복되도 괜찮았어
그 3년만은 행복하니까
죽음이 두렵지않았어
다시 엘런을 만날꺼니까

몇 번째인가의 루프에서 엘런은 자신을 향해 또 다시 분노와 증오가 섞인 말을 했음.

" 그때는 무슨 생각이 들었어? "

연인이었던 둘이었기에 이번의 외침은 그때 보다 더 뜨겁고 아프게 심장을 때렸어. 베르톨트가 천천히 입을 열어서 답을 했지

" 그 때는 미안하다고 생각 했었어 "

맞아, 맨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죄책감에 몸부림치며 자기 자신을 저주했어,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어차피 나는 죽을꺼고, 다시 만날 엘런은 웃으며 나를 받아 줄 거니까, 그리고 그 3년은 매우 행복 할테니까 그러니까 나를 계속 증오해 엘런

그 증오가 너를 지탱한다면 나는 너의 그 증오까지 모두 사랑할꺼야

 

 

4. Guilty
루프되던 삶에 지쳤던 베르톨트는 이제 오히려 루프되는 이 삶에 감사했음. 단 3년이었지만 루프로 쌓인 3년들은 수 십년이 되어가고 있었지. 엘런과 함께 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어 그렇게 베르톨트가 자신의 루프에 안주하게 되었을 때, 인과와 운명의 신은 그런 베르톨트를 다시 한번 비웃었음.

베르톨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긴 거지. 이 루프에서는 애니와 라이너 모두 조사병단에 들어왔어, 무리한 수를 둬서 내부에서 움직이지 말고, 또 다른 거인인 엘런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시간시나구 탈환작전까지 지켜보기로 작전을 바꿨기 때문이었지. 그 때문에 여성형 거인, 갑옷 거인, 초거대 거인들의 습격 없이 57회 ~ 60회까지의 벽외 조사활동이 진행되었고, 희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희생의 가치만큼 앞으로 나아가 월 마리아까지 도착했음. 이제 시간시나 구 내에 엘런의 집까지는 얼마 안 남은 상태였고 앞선 작전에서 엘런과 다른 그룹에 소속되어 있던 세 거인은 월 마리아 내벽 위에서 모두 만나게 되었음.

그리고 일은 그때 일어났어

생각지도 못 했던 지능을 가진 또 다른 거인, 원숭이 모습의 거인이 습격 해온거야, 이제 막 월 마리아로 도착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조사병단은 이 습격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지, 시간은 밤이 다가오는 시점이었고 다들 지쳐있었으니까. 전선은 와해되었고 조사병단은 모두 혼란에 빠졌어, 최악... 딱 두 글자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있는 상황 그 자체가 되어버린거였음.

" 베르톨트, 엘런을 데리고 간다! "

모두가 혼란스러운 그 와중에 라이너가 자신을 향해 외쳤어, 그 외침의 의미는 단박에 알 수 있었음. 엘런의 집까지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여기서 같이 죽느니 엘런을 데리고 그 곳으로 빠져나가는 편이 났다는 거였음 그래서 베르톨트는 발길을 돌려 벽을 내달려 엘런이 있는 곳으로 향했어, 그런 베르톨트 등 뒤로 라이너와 애니가 거인으로 변하는 소리가 콰르릉 울려퍼졌음. 조사병단은 연이은 지능있는 거인들의 등장에 더더욱 혼란에 빠졌고, 애니와 라이너는 거인들을 자신들 쪽으로 몰아서 베르톨트와 반대 방향으로 유인했음.

베르톨트는 엘런을 생각보다 빨리 발견 할 수 있었어, 여기로 이동해오면서 내내 거인으로 변해 다른 거인들을 유인했던 엘런에게 지금 남은 체력은 전혀 없을 텐데, 그는 입체 기동장치를 맨 체 라이너와 애니에게 유인되어서 이동하는 거인들을 쫒아오는 중 이었음.

벽의 중앙 쯤에서 둘은 마주 쳤고, 엘런은 달려오는 베르톨트를 보며 그 와중에 웃었어, 자신이 살아있음에 안도하는 그 표정을 보면서 베르톨트는 엘런의 바로 앞에서 제 손을 베어내어 초대형거인으로 변했음. 변하면서 그대로 오른손으로 달려오던 엘런을 낚아 잡아서 벽을 뛰어내렸어 그리고 엘런을 손에 쥔 체로 라이너와 애니와는 반대 방향으로 시간시나구 안쪽으로 내달렸어, 손 안에서 엘런이 버둥거리는 느낌이 났지만 베르톨트는 손을 풀지 않았음.
그렇게 한참을 내달려서 월 마리아와 꽤 멀어진 후에야 베르톨트는 엘런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어, 엘런은 자신을 붙잡고 있는 베르톨트의 거대한 손을 왼손으로 내려치고 또 내려치면서 오른손을 계속 잘근 잘근 물고 있었음. 오른손은 이미 피범벅에 엉망이었고 얼굴은 피랑 눈물이 뒤섞여서 그 보다 더 엉망이었음. 엘런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올려다보면서 뭐라고 외쳤어,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표정과 입 모양을 보아 그 것은 자신을 향한 분노와 저주가 섞인 말인 것 같았어, 베르톨트는 그 것을 그저 덤덤히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음.

' 괜찮아, 나는 너의 그 증오까지 사랑해 엘런 '

그렇게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베르톨트의 뒤로 세차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탑이 날아와 그대로 베르톨트의 몸 전체를 덮쳤음. 생각지도 못한 일을 당한 베르톨트가 눈을 껌뻑거리기도 전에 또 거대한 탑이 날아와 자신의 머리와 뒷덜미 부분을 정확하게 덮쳤어. 초대형거인이라도 연속으로 일어난 이 큰 충격을 버틸 수 없었고 베르톨트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엎어져 버렸지, 뒤에서 쿵쿵 하면서 무언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어, 베르톨트는 충격으로 띵한 머리를 수습하면서 최대한 지금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어. 갑자기 날라 온 두개의 탑에 자신이 무방비 하게 당해서 쓰러진거야, 쓰러졌다. 내가? 어질거리는 눈을 뜨자 자신의 몸을 맞고 산산히 부서진 탑의 조각들이 곳곳에 굴러다니는 게 보였어, 바닥과 거의 맞닿은 시선, 자신의 손을 바닥을 짚은 체 엎어진 것이란 걸 깨달았음.

손을 바닥에 짚고 있다고?
나는 분명 방금 전까지 엘런을 손 위에 올려뒀었는데?
내 손안에 엘런이 있었는데?
그 손을 내가 바닥에 짚고....있어?
엘런...
엘런이..
분명 내 손에..
베르톨트의 시선이 흔들렸어, 자신은 지금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른거야. 설마.. 설마.. 천천히 몸을 뒤로 빼면서 오른손을 들어올렸어, 그 안에는 피떡이 되어버린 엘런이 누워있었음.

그래, 베르톨트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긴 거지... 초대형 거인이 처음으로 엘런을 죽인거였음.


베르톨트는 거인화를 풀고 다급하게 엘런에게로 달려갔음. 희뿌옇게 증기로 둘러 쌓인 주변만큼이나 머리 속이 흐리고 엉망진창이라 진정이 되지 않았음. 쿵쿵 거세게 뛰는 심장 소리가 몸 밖에 있는 듯 귓가를 때리면서 베르톨트의 체감은 현실감을 잃어가고 있었음. 발에 닿는 바닥의 딱딱함이나 바람이 피부에 스치는 차가움 같은 건 전혀 느끼지 못했어, 자신이 달리고 있는 지도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혼란 속에서 베르톨트의 몸은 본능에 따라 기계적으로 달렸음. 한 발, 한 발 엘런에게로 빠르게 다가 갈수록 혼란스런 정신을 깨워주는 명확한 현실이 베르톨트의 눈에 보였음.

" 엘런... "

피 웅덩이 앞에 선 베르톨트는 엘런을 불렀어, 거대한 무게에 짓눌린 엘런의 몸은 ' 몸 ' 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형태가 찢어져있었지만, 그건 분명이 엘런이였음. 방금 전까지 베르톨트의 손안에서 그를 증오하고 사랑하던 그 엘런이었어. 베르톨트는 울지 않았음. 그저 멍하니 그 풍경을 바라보며 조금 더 안쪽으로, 엘런 쪽으로 다가갔어, 발 아래로 철벅거리며 질척하게 자신을 잡아내는 그 피가 자신을 증오하고 욕 하는 것 같았음.

" 엘런 "

다시 한번 베르톨트는 엘런을 불렀어, 엘런은 움직이지 않았어,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어, 명확한 죽음의 풍경

" 엘런 "
" 엘런 "
" 엘런!! "

엘런을 부르는 베르톨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짐에 따라 그에게 다가가는 발이 빨라졌어, 엘런의 시신 앞에 달려들듯 주저 앉은 베르톨트는 엘런의 이름을 외치고 또 외치며 울부짖었어, 엘런은 미동도 하지 않았어, 부서진 엘런의 몸에서 그나마 멀쩡한 엘런을 오른손을 잡았음. 마치 훈련병 시절, 연인이었던 그 때, 늦잠을 자는 엘런을 어루어 달래며 깨워내듯 부드러운 손길로, 그 손을 잡았음.

" 엘런... "

부드럽게 잡은 엘런의 손에 온기는 전혀 없었어, 질척하고 축축한 피가 그 손 가득 만져지며 엘런의 손에서 제 손으로 타고 올라와 심장까지 아려 올라오는 것 같았음.

" 엘런... 제발.. "

베르톨트는 그 손을 양손으로 부여 잡고 고개를 숙였어, 마치 기도하듯

" 제발.. 제발... "

그제서야 베르톨트의 눈에서 눈물이 터졌어, 제 손으로 느껴지는 엘런의 차가운 체온에 현실이 점차 뇌를 깨웠어, ' 내가 엘런을 죽였어 ' 그 잔인한 현실이 손을 타고 온 전신을 흘렀음.

" 제발! 제발... 엘런! 제발.. "

베르톨트는 말을 끝까지 이어갈 수가 없었어, 살아나줘, 깨어나줘... 그 말이 입안에서 헛돌면서 그 말을 내뱉는 거 보다 빠르게 뇌가 자신의 입을 막으며 심장을 질타했어 ' 내가 엘런을 죽였어 ' 라고...

" 엘런.. 엘런... "

베르톨트는 결국 오열하면서 엘런의 오른손을 끌어안으며 웅크렸어, 사람도 거인도 없는 그 곳에서 홀로남아 베르톨트는 목이 쉬도록 울고 또 울면서 엘런을 불렀어. 온 몸을 축축하게 적셔오는 엘런의 피가, 베르톨트를 향해 외치고 있었어 ' 너가 나를 죽였어 ' 라고..  

그와 함께 베르톨트는 생각했음.

내가 지금까지 몇 번을 루프 했지?
내가 몇 번 살아났었지?
나는 몇 번이나 엘런과 사랑했지?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엘런을 죽인거지?
베르톨트는 온 몸에 피가 식는 느낌을 받았어, 죽음보다 더 차갑고 무섭고 질척한 감정, 심장에서 부터 마음이 죽어가는 그 느낌 말야. 제 자신의 루프에 안주하고 엘런과의 관계에 행복을 느끼며, 이 것의 유지를 바라던 자신의 이기심에 입술이 덜덜 떨려왔음.

' 내가 엘런을 죽였어 '

안주하고 있던 자신의 루프의 거짓된 행복과 외면해버린 자신의 이기심을 다시 깨달았어, 그리고 이 것이 얼마나 엘런에게 잔인한 짓이었던 가를 깨닫자 흐르던 눈물이 차갑게 마르는 기분이 들었음. 자신이 엘런을 위해 울어줄 자격이 있는 건가? 나는 지금 이미 수 없이 엘런을 죽인거야, 내 눈 앞에서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외면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엘런을 수 없이 죽인거야, 나에게 어차피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나에게 남은 것은 엘런뿐인데... 내가... 나를 위해서... 그 걸 부셔온거야

베르톨트는 머리 속이 차분히 정리됨에 따라 스스로에게 치가 떨렸어. 물론, 루프를 한다는 사실은 베르톨트만 알고 있으니 엘런 입장에서는 이런 거 전혀 모르겠지만, 이미 정신이 너덜거리고 있는 베르톨트가 거기까지 생각하기에는 제 눈 앞의 엘런의 죽음이 너무 충격적이었음. 눈물은 멈추고 헛웃음이 나왔음. 베르톨트는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고개를 들었어, 분명 엘런과 함께 이곳으로 달려올 때는 밤이었던 것 같은데,  하늘은 어슴프레 밝아오고 있었어. 밤의 흑빛과 새벽의 서늘한 푸름이 하늘에서 뒤엉켜서 일렁이고 있었어. 베르톨트는 그 것을 멍하니 쳐다봤어. 제 손안에 엘런의 오른손에 어쩐지 체온이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귓가에 엘런의 목소리가 들려와 천천히 눈을 감았음.

" 나는 조사병단으로 갈꺼야, 베르톨트. 헌병단으로 함께 갈 수 없어 "
" 엘런의 의지를 존중해, 하지만 그만큼 나는 엘런과 함께 살아가고 싶어, 왜... 꼭 조사병단을 가려는 거야 "
" 조사병단에 간다고 죽는 다는 법은 없어, 베르톨트 "
"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거인에 대한 복수 때문인거야? 그런거라면 사실, 꼭 조사병단일 필요는 없는거잖아? "

언젠가 몇 번째 루프인지는 기억 안 나는 그 때, 조금이라도 더 엘런과 함께 있고 싶어서 같이 헌병단에 가자며 싸웠을 때의 대화였음.

" 거인 구축만을 위해 조사병단에 가려는 게 아니야 "
"..... "
" 나는 바다를 보고 싶어, 이 벽 바깥 세계에 나가고 싶어, 베르톨트 "

그리고 엘런은 지금 저 밝아오는 태양만큼 밝게 웃어주었지. 그 후에 엘런에게 듣고 또 들었다, 바다와 불꽃 물과 얼음 대지와 모래 설원을... 엘런을 지켜주는 또 하나의 목표와 꿈을... 듣고 또 들어왔다. 베르톨트는 천천히 눈을 떴어, 새벽과 밤과 아침의 하늘이 섞이여 세상의 모든 푸름이 엉켜서 일렁이고 있었어, 색과 색이 찰박찰박 일렁이는 것은 마치 엘런이 말해주던 바다 같았음.

그래... 바다, 엘런이 그렇게 꿈꾸던 곳...
베르톨트는 제 손에 들려진 엘런의 오른손에 깨물린 자국에 입을 맞추며 말했어

" 바다를 가자, 엘런 "

그리고 그런 베르톨트의 뒤로 날카로운 검날이 천천히 뽑혀나오는 소리를 들렸음.

" 초대형 거인, 베르톨트 후버... 너의 죄에 따라 포획없이 즉결처형한다 "

엘런을 뺏긴 뒤, 상황을 수습하고 새벽 내내 달려온 리바이가 베르톨트 뒤에 서서 천천히 말했어, 그 말을 들으며 베르톨트는 그저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엘런의 오른손에 키스했어

' 나는 너가 행복했으면해, 엘런 '
그리고 거기서 베르톨트의 의식은 끊겼음.

 

 

5. Contradiction
눈을 뜬 베르톨트는 엘런의 행복을 바랬어, 이미 베르톨트는 엘런을 너무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그가 자신의 목표를 이뤘으면 했어, 이 세계의 모든 거인을 구축하고 벽 바깥으로 나가는 그 꿈을 이뤘으면 했어 그래서 베르톨트는 엘런을 위해서 두번째로 스스로 나서서 움직이기 시작했음. 완전히 고향을 등지고 돌아선거였음. 그리고 엘런에게 증오를 사도 좋으니 솔직하게 자신의 정체를 말하고 엘런과 함께 거인을 모조리 구축하고 함께 벽 바깥 세계로 나가는 거야.. 그 것이 베르톨트의 새로운 목표가 되었음.

" 엘런 너에게 할 말이 있어 "

시간이 흘러서 베르톨트와 엘런은 104기 훈련병 소속으로 만났고, 엊그제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고백하고 엘런이 그것을 받아주어 둘은 연인사이였음. 베르톨트는 연인이 된 후 하루 종일 고민했고 처음 눈을 떴을 때의 결심을 되새기면서 엘런에게 말을 걸었음. 목소리는 볼품 없게 흔들리고 시선은 엘런을 보지 못한 체 바닥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 무슨 이야기 ? "
" .....엘런.. 놀라지 말고 들어줘 "
" ? "
" 나는 사실 초대형 거인이야 "

베르톨트는 여전히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체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진정시키면서 말했어, 그것은 명백한 진실, 처음 눈을 떴을 때 각오한 일을 해낸 베르톨트는 이제 엘런에게서 올 증오를 받아낼 준비를 하기 위해 눈을 꼭 감았어 그러나 엘런에게서는 전혀 다른 반응이 튀어 나왔음.

" 푸하핫- 베르톨트, 너 무슨 그런 농담을 해 "

엘런은 베르톨트의 말을 전혀 믿지 않은 체, 크게 웃음을 터뜨린거야. 엘런의 그 반응에 되려 베르톨트가 놀라서 고개를 들고 엘런을 바라봤어, 엘런은 진심으로 베르톨트의 ' 농담 ' 이 웃긴지 큰 소리로 웃으며 배를 살짝 움켜잡고있었음.

" 니 키가 커서 신경쓰이는 건 알지만, 스스로 별명 만들 필요는 없잖아 "
" 엘런... "
" 아... 혹시 코니가 전에 지나가면서 너 너무 커서 걸리적 거린다고 한 거 아직도 신경쓰고 있는거야? "

티 없이 맑은 금안이 반짝이면서 자신을 바라봤어, 웃음기 가득한 얼굴은 베르톨트의 말을 절대로 믿지 않는 얼굴이었어, 그 얼굴이 말하고 있었어 

' 그런 게 진짜일리가 없잖아 '

 라고, 오히려 그게 베르톨트에게는 더 상처가 됐음. 

' 아니야, 엘런.. 이건 농담 같은 게 아니야, 나는 진짜.. 진짜로 '

혀끝까지 차오른 진실을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어, 농담이 아니라고 반박하면, 진짜라고 다시한번 말하면? 베르톨트의 안에서 용기가 점차 사그라 들었음. 베르톨트의 속이 뒤엉켜 엉망이 되든 말든 엘런은 그저 화사하게 웃으며 말했어

" 나는 키 큰 사람이 좋으니까, 그런 말 신경쓰지마 "
그 웃음에 결국 베르톨트의 용기는 완전히 사라져버렸어, 진실을 전달하고 이 3년을 잃을 각오가 덜 되어있던 거야
“ 키 큰 사람이면 누구나 좋은거야? "

베르톨트는 결국 엘런의 말에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치는 것으로 이 3년을 지키기로 했어. 이 후 한번 말하는 게 실패한데다, 이 3년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 거기다 자신을 너무나 믿어주는 엘런의 모습에 결국 베르톨트는 훈련병 시절동안 엘런에게 이 것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어. 훈련병을 마치는 날, 이대로는 안되겠단 생각에 남은 용기를 짜서 엘런에게 진실을 말하러 가면서 자신이 할 말을 되내이고 되내이다가 그 모습을 애니에게 들켜버리고, 애니에게 베르톨트에게 지금 뭐하는 거냐고 추궁을 받다가 배신자로 찍혀서 그 자리에서 애니에게 죽었음.

결국 베르톨트는 아무 것도 못한 체 죽고 루프한거야
다시 눈을 뜬 베르톨트는 자신을 자책했어, 나약한 제 마음가짐이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결론을 만들어 낸거니까, 자신이 또 다시 엘런을 죽인거나 다름없으니까, 베르톨트는 이마를 짚고 고민했음.

' 어떻게 해야 엘런이 나를 믿을까? '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가 이내 그 질문이 매우 이상함을 알았어 엘런이 자신을 믿게 만든다니... 애초에.. 어느 베르톨트를 엘런에게 믿게 만든다는 말인가? 결국 그 모든 베르톨트가 거짓이었는데, 그 수많은 루프 속에서 결국 엘런 옆에 서있던 것은 베르톨트가 아니었다. 

베르톨트는 이마를 짚던 손을 끌어내려 눈을 가리고 조용히 울었음. 그런 베르톨트의 등 뒤로 커다란 발 울림이 울려퍼졌음. 베르톨트의 감정과 의사와는 관계없이 또 다시 시간은 흘러갔고 104기 훈련병으로 모두가 다시 모였음. 그 곳에는 자신도 엘런도 있었어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자신은 엘런의 ' 연인 ' 으로 그 옆에 섰음. 

여기까지 오는 시간동안 베르톨트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어, 엘런의 꿈을 이뤄주겠노라고 말야. 그 다짐을 할 때면 그 피색으로 물들었던 루프의 기억도 함께 돌아와 베르톨트의 심장을 통째로 쥐어뜯어 나가는 것 같았어. 그만큼 아픈 다짐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마음이 흔들렸던건지도 몰라, 베르톨트는 분명 엘런을 보기 전까지 자신의 정체를 엘런에게 말하고 자신은 병단에 귀속되겠노라 라고... 그래서 너와 함께 싸워서 너의 꿈을 이뤄주겠노라고 말하려고 했어, 그랬는데...

" 베르톨트 "

엘런이 자신을 보고 활짝 웃었어, 그 웃음 하나에 베르톨트의 다짐이 무너져 내렸어, 제 나약한 의지력에 속으로 비웃음이 났어, 그와 함께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지 ' 이 3년을 버릴 필요는 없잖아 ' 라고...

" 엘런 "

베르톨트는 엘런의 부름에 답하며 달려가 그를 꼭 껴안았어, 갑자기 끌어안아진 엘런이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버둥거렸어, 제 품에서 그 조그만 몸이 움찔거리며 애들이 다 본다고 화를 냈음. 그게 너무나 행복했어, 이 순간이 너무나 좋았어... 이 ' 엘런 ' 은 자신을 이렇게나 사랑하고 좋아하고 또 믿고 있어, ' 인간 ' 베르톨트를 너무나 믿고 있었음.

그래,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믿음을 주기로 했어, 엘런을 믿게 만들꺼야, 굳이 그에게 초대형 거인의 정체를 알려줄 필요 같은건 애초에 없는거야. 초대형 거인같은 건 여기에 없어, 나는 엘런에게 인간 베르톨트로 그에게 남으면 되는 거였어. 베르톨트는 활짝 웃었음.

" 바다에 가자, 엘런 "

그 곳에 거인은 없을꺼야, 베르톨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음.
3년간 둘은 행복했음. 베르톨트는 제 선택에 스스로를 칭찬했어,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표는 ' 엘런의 꿈을 함께 이루자 ' 니까. 엘런에게만 자신은 인간 베르톨트로 남으면 되는 거였음. 내일이면 훈련병이 끝나,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베르톨트는 생각했지... 내일이면 거인들이 움직일 꺼니까, 엘런을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그 움직임을 우선 막아야했음.

나는 인간이니까
그래, 그러니까... 애니와 라이너를 없애자

베르톨트는 그렇게 생각했음.
그들이 없다면 이 세계에 지능형 거인은 사라진다, 그것만으로도 엘런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병사 베르톨트 후버가 두 거인을 없애는 것이다. 이미 베르톨트는 제 정신이 아니었어, 그는 준비해뒀던 자신의 단도를 꺼내서 품에 숨긴 체 작전회의를 위해 모인 거인들에게 갔음. 그 곳에서 단판을 내릴 생각이었음. 그러나 베르톨트가 미쳐 눈치 채지 못한 게 있었지, 3년이란 시간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길다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란 거였지. 준비를 해온 것은 베르톨트만이 아니었던 거야, 거인들 역시 인간으로 대항할 준비를 한 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거지, 왜냐면 작전회의를 위해 모이자던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은 주둔병단과 사령관 도트 픽시스였어

" 자네의 출신에 대해서 익명의 밀고가 들어와서 말이네 "

픽시스가 입을 열었어, 아아... 당했어, 행복에 취해서 완전히 당해버린 거야. 베르톨트는 그 익명의 밀고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음. 그들은 거인을 배신한 거인을 죽이기 위해 인간을 이용한거야. 지금 이 자리에서 말이야

" 우리와 함께 가줘야겠네 "

베르톨트는 그대로 주둔병단에 끌려가서 심문을 당하다 이내 심의소로 이송되어 고위 관직들안에서 빠르게 재판을 받고 그대로 소리 소문 없이 처형됐어. 그가 처형된 그 날, 엘런은 조사병단에 입단하였고 지능형 거인들이 벽을 부쉈음.  

베르톨트는 또 다시 아무 것도 하지 못 했음.

 

 

6. Impossibility
그 다음 루프는 베르톨트가 바라던 대로 되어가는 것 같았어, 그는 엘런과 연인이 되었고, 제 정체를 밝히지 않고 거인들의 심기도 건드리지 않았어, 그저 엘런에게 처음부터 나는 너와 같은 길을 가겠어, 너의 꿈을 이뤄주고 싶어, 엘런이란 말을 수도 없이 속삭여줬을뿐이었음.

신이 그 속삭임을 받아 준 것처럼 라이너에 의해 트로스트구의 문이 부서졌을 때, 베르톨트는 엘런과 같은 반에 배정되었어, 모든 루프를 통틀어서 엘런과 함께 싸우러 나가는 것이 이번이 진짜로 처음이었어, 이대로라면 베르톨트는 인간으로 병사로 엘런의 꿈을 위해 함께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가 바라던 그 꿈에 다가가고 있었음.

" 엘런!!!!!!!!!!!!!! "

하지만 그런 꿈도 아주 잠시였지, 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것에 분노를 터뜨리며 엘런이 홀로 뛰쳐 나갔고 놀란 베르톨트가 그 뒤를 급하게 따라갔어, 엘런은 제 동료를 입에 물고 있는 거인을 향해 크게 검을 휘두를려 했으나 그의 좌측 건물 뒤에 숨어 있던 거인이 튀어나와 엘런의 엥커 줄을 잡아 당겼음. 나가는 속도만큼의 반동이 엘런의 몸을 덮쳤고 엘런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해서 굴렀음. 베르톨트가 놀라 엘런의 이름을 외치며 아래로 내려가려는 순간 아래에서 기다리던 거인이 제 다리를 낚아 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가로막힌 베르톨트는 당황한 와중에도 시선을 엘런에게서 떼지 않았음. 기절한 엘런을 집어든 거인은 그대로 엘런을 머리부터 입에 넣으려고 하고 있었어, 베르톨트의 눈이 한계까지 커졌어, 저대로 머리가 씹힌다면 거인화가 가능한 엘런도 죽어, 그건 누구보다도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실이었음.

또깍.. 또깍.. 또깍.. 심장소리가 시계 초침소리 처럼 뇌안을 찌르르 울렸고 시선이 흔들렸음. 구해야해.. 구해야해... 엘런을 구해야해, 자신의 하체가 먹혀 들어가는 고통을 느끼지도 못한 체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음.
엘런을 구해야해, 구해야해... 어떻게... 어떻게 해야하지? 

베르톨트는 사실 자신이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 꿈이 다시 한번 부서지는 섬광을 마음에 그렸고 베르톨트는 엘런을 구하기 위해서 거인화 하였음.

엘런의 앞에서 말이지


베르톨트는 그 거대한 손으로 엘런을 잡고 있는 거인을 날려버리면서 엘런을 빼냈음. 그리고 또 다시 실수를 번복하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엘런을 옆 건물 지붕 위에 올려줬음. 그의 손에서 내려진 엘런은 너무 놀라 다리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주저 앉아 베톨을 올려다 봤음. 그 눈에는 분노, 슬픔, 당황, 증오, 애정..그 모든 게 뒤섞여있었음. 엘런은 지금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제 앞에 서있는 거인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었음. 

결국 들켜버렸어, 자신이 거인이란 걸 들켜버렸어
하지만... 나는 여전히 너에게 속삭였던 그 꿈을 꾸고 있어 엘런 
나는 그래서 너를 구한거야 엘런

그러니까 나를 이해해줘
베르톨트는 마음을 다해서 속으로 외쳤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엘런에게 닿지 않은 것 같았어, 왜냐면 모든 생각을 정리한 엘런은 검을 빼들고 자신에게로 겨눴거든
' 배신자 ' 그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어  
' 거짓말쟁이 ' 그 꽉 다문 입이 그리 말하고 있었어
'넌 내 옆에 있을 수 없어 ' 그 검이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어
심장이 도려져 나가는 것 같았어,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인 것 처럼, 베르톨트는 팔을 휘두르고 거인들을 죽여나갔음.

나는 적이 아니야
나는 너와 같은 꿈을 꾸고 있어
나는 너와 함께
함께 하고 싶어

" 베르톨트 후버, 그의 신병은 헌병단으로 넘긴다 "

그러나 베르톨트의 그 외침은 그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았음. 인류는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난 이 초대형거인을 죽임으로서 당장에 다가올 ' 벽의 파괴 ' 에 대한 공포를 없애버리기로 결정하였음. 심의소를 나가기 직전 제 앞에 증인으로 참석해 있는 엘런을 바라봤어, 그 눈은 아까 자신에게 칼을 겨눈 그 눈빛 그대로였음.

' 가짜는 내 곁에 있을 수 없어 '

그 눈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웃었어, 다정한 연인으로서
또다시 루프와의 싸움이 이어졌어,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했어. 그 속에서 베르톨트는 이 루프에 또 다른 사실을 알아 ' 자신의 정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엘런에게 밝혀진다 ' 는거였음. 이 전까지는 훈련병 시절의 3년에만 주목해왔기 때문에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사실이었음. 자신에게 일정한 흐름이 있듯이 모든 이들에게 일정한 흐름이 있는 거야, 왜 그걸 이제서야 알아챈걸까... 생각해보면 라이너와 애니가 늘 자신과 함께 거인이라는 것도 이상한거였어, 자신이 벽을 부수면 엘런은 무조건 거인화가 가능한 인간이 되는 것 같았음. 그리고 그 때문에 엘런은 항상 훈련병 시절이 끝나고 나면 거인화 사실이 밝혀져서 소속이 옮겨져 갔고, 자신이 엘런과 함께 싸울 수 있었던 때는 이 전의 그 루프, 딱 한번 뿐이었어. 그리고 엘런과 다시 만날 때는 늦든 빠르든 자신이 거인이란 게 알려졌어. 이미 알고 자신을 찾아온 경우도 있었고 자신과 재회 한 후에 밝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닥쳐지는 경우도 있었고 어찌 되었든 자신이 거인이란건 엘런에게 알려졌음. 그게 언제냐와 어떻게냐만 변할 뿐이었음.

" 저는 적이 아닙니다! "

이번 루프에서 베르톨트는 조금 빠르게 정체가 밝혀졌어, 저번처럼 엘런을 구하기 위해서 정체를 밝혀버렸기 때문이었지, 그때와의 차이라면 지금은 심의소가 아닌 공개 처형장에 자신이 묶여있다는 것이었음.

" 저는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 "

베르톨트는 울부짖었어, 그러나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은 그런 베르톨트의 외침을 들어주지 않았지, 종교라는 단체의 사람은 이 악마를 보라면서 이 자가 우리의 신성한 벽을 부순 악마라면서 외쳤고 사람들은 모두 그의 말을 들으며 동조했음.

" 제발, 저는 엘런과 함께 인류를 위해 싸우고 싶습니다. 그를 위해 싸우고 싶습니다 "

자신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어, 단 한 사람, 엘런... 엘런에게만이라도 자신의 마음 닿기를 바라면서 베르톨트는 외치고 또 외쳤어, 거인화 부작용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내장에서 피가 토해져 나옴에도 그의 외침은 그치지않았어 그러나 엘런은 이쪽을 보고 있지 않았어, 시선을 돌린 체 미간을 구기고 있었음.

" 제발! "

간절한 베르톨트의 울부짖음은 단두대에 잘려나갔음.
다시 눈을 뜬 베르톨트는 울었어, 최악... 그게 맞는 말이었어, 베르톨트는 울부짖다가 엘런과 모두의 눈앞 에서 공개처형 당한거야, 이번에도 실패였어. 왜? 왜? 왜? 베르톨트의 머리는 혼란스러웠어, 이 삶은 계속 반복되는 데 ,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도 없는 거였어. 자신은 미카사나 아르민이 될 수 없었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베르톨트는 엘런 곁에서 거짓된 모습으로 있었음. 베톨은 엘런에게 그 무엇 하나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음. 베르톨트는 지쳤어, 맞아, 처음부터 모순 된거야, 엘런의 원수인 자신이 어떻게 엘런의 꿈을 이루어 주겠다는 거야? 새롭게 알아낸 사실은 그 모순에 쇄기를 박아 버린 거였음. 이미 이 루프들을 세는 것을 포기한지는 오래였음. 베르톨트는 자신 안에 그 무엇  하나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울고 또 울었어, 이제는 외치지 않을 꺼라 생각했던 신에 대한 저주도 다시 퍼부었음.

왜 자신이 이렇게 되어야 하는 지 이해 할 수가 없었어
그 무엇 하나 해내지 못하는 이 루프가 괴롭고 또 괴로웠어... 

그래서 베르톨트는 차분히 자신의 머리를 식혔어
그리고 다시 한번 정리했어
자신은 거대거인이다,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길든 짧든 훈련병을 끝내고 죽는다.
자신은 훈련병 때까지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
벽을 부수지 않으면 엘런을 만날 수 없다.
벽을 부수는 순간 자신은 인류의 적이자 엘런의 적이 된다.
인류의 적이 되면 자신은 엘런과 함께 싸울 수 없다.
자신이 거인이라는 사실은 언제나 엘런에게 밝혀진다.
다 정리하고 나자 베르톨트는 한결 머리가 가벼워짐을 느꼈어
천천히 눈을 뜨는 베르톨트의 뒤로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 그것은 거인의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 였음.

 

 

7. Decision
베르톨트는 거인에 의해 무너지는 마을을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 도망쳐 나왔고, 그 와중에 마찬가지로 피난 중이던 라이너와 만났음. 라이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베르톨트는 웃음이 나서 그의 옆에 함께 달리면서 조금 웃었어. 그 웃음을 보고 라이너는 이런 상황에 웃음이 나오다니 대단한 녀석이네 라고 말을 건네 줬어, 베르톨트는 그 말에 그런가... 라고 여전히 웃은 체 답 했음.

' 이 ' 라이너는 어떤 라이너일까?

베르톨트는 그런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기다가 이내 생각을 접었어, 어차피 라이너가 어떻게 할지는 상관없었거든 둘은 산 속에서 베르톨트가 수십 번의 루프 속에서 갔던 그 연구소를 발견했음. 라이너 쪽에서 이런 산 속에 저렇게 멀쩡한 건물이 있는 게 수상하다며 돌아가자고 말했으나, 베르톨트는 웃으면서 나는 저 곳에 가야해 라고 답한 체 라이너를 무시하고 걸어갔음. 그런 베르톨트에 당황한 라이너가 따라 왔고 그 곳에 들어간 베르톨트는 아주 흔쾌히 거인화 실험에 참가 했어, 그리고 엘런을 만날 날을 그리면서 웃었음.
이미 수십 번 받았던 훈련을 받았어, 거인화는 당연히 성공적 이었고, 이제 이곳에 초대형거인이 있었음.
애니는 훈련소에서 만났고, 셋은 무난하게 잘 지냈어 그리고 훈련을 마치는 날. 세 사람, 아니 세 거인에게 벽에 잠입하는 작전이 내려졌어 언제나 그랬듯이 초대형 거인인 자신이 시간시나구의, 엘런이 사는 그 곳의 벽을 부순다는 그 작전이었음. 라이너가 소식과 함께 회의실로 불렀을 때, 베르톨트는 아주 밝게 웃었어, 이제 엘런을 만날 때 까지 얼마 안 남은 거였음.

벽을 부쉈어, 이미 수십 번을 부순 벽이었음. 베르톨트는 처음으로 무너지는 벽 아래의 그 작은 마을을 보았어, 그 안에는 도망치는 사람들의 무리가 작게 보였음. 비명소리와 벽이 무너지는 굉음이 가득 찬 그 곳에 분명 사람이 있었어 처음 부셨을 때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수십 번 부서 온 이 벽 너머에는 항상 사람이 있었어 그리고 저기 어딘가에 엘런도 있는 거겠지. 거인화를 푼 베르톨트는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어 인과와 운명의 신에게 탄식과 증오와 저주와 감사를... 베르톨트는 무너진 벽 앞에서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울었어, 거인들이 뛰어 들어오는 땅울림이 느껴졌지만 상관없었음.

어차피 자신은 ' 지금 ' 은 죽지 않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라이너가 달려와서 뭐하냐면서 자신을 끌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어, 라이너에게 잡힌 체 끌려서 도망가던 베르톨트는 잡히지 않은 다른 쪽 손을 들어 눈가를 비볐음. 이제 2년.. 2년을 더 기다리면 엘런을 만날 수 있는 거야... 그 2년은 너무나 길게 느껴졌어, 설렘과 초조함으로 범벅이 된 체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그리고 2년이 지났고 베르톨트는 104기 훈련병으로 들어갔음.

그리고 그 곳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엘런 예거, 자신이 사랑하는 그가 서 있었어

베르톨트는 입단식을 한 저녁부터 자연스럽게 엘런에게 접근했어, 이건 이미 익숙하질 때로 익숙해진 당연한 일 중 하나였음.

" 합석 괜찮을까? "
" 그러던지? "

자신의 질문에 엘런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허락을 해줬음. 물론 그 옆에 앉은 미카사가 자신을 노려봤지만, 이제 저 날카로운 눈빛도 익숙해져서 면역이 생긴지 오래였음. 처음에야 좀 무서워서 겁먹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르민이 미카사.. 라고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미카사는 시선을 홱 돌려 제 앞의 수프를 조금 거칠게 퍼먹었음. 언제나와 같은 그 익숙한 풍경에 조금 미안해졌지만, 베르톨트는 꿋꿋하게 엘런의 앞자리를 차지했음. 저녁 시간 내내 베르톨트는 엘런과 대화했어, 엘런은 언제나와 똑같았고 베르톨트는 자연스럽게 엘런에게서 호감을 얻어갔음. 그럴 수 밖에 없었지, 베르톨트는 엘런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증오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매우 잘 알고있으니까... 베르톨트는 아주 잠깐 입술을 깨물었음. 그리고 둘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연인이 됐어, 초고속 진도에 104기 애들이 기립박수를 칠 기세였고, 미카사는 자신을 죽이려 들었으나 아르민이 말려줬음. 이 상황에서 자신이 엘런과 삼일 만에 연인이 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면 애들이 다 놀라 기절하겠지.. 라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문득 처음 연인이 됐을 때를 기억 했어 아무리 친하고 호감이 있었다 해도 남자.. 그것도 자기보다 훨씬 큰 남자의 고백을 엘런은 웃으며 받아줬어. 그때는 밤이었고 둘은 몰래 밖에 나와 있었었지. 달빛 아래에서 자신을 받아준 엘런의 미소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때 자신은 그대로 고개 숙여 울어버렸었다. 

엘런이 받아준 것은 단순한 ' 고백 ' 이 아니라 ' 자신의 존재 ' 그 자체였으니까.. 
그게 너무나 고맙고 또 고마웠었어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음.

이번에도 받아준 엘런이 너무 고마웠어
그 한결같음을 사랑했어

베르톨트는 엘런을 껴안고 울었어

"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정말 사랑해, 엘런 "

둘은 3년간 행복했어,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지극정성을 다 했음. 엘런이 가끔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잘해줬어, 너무 티가 나서 라이너와 애니가 눈치를 줬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어, 어차피 3년 뿐이니까... 매일 매일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애정을 다했음. 지금 엘런에게는 3년이지만, 베르톨트는 십수 년을 해온 다정하고 헌신적인 행동이었는데, 지금의 베르톨트는 마치 마지막처럼 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사랑했음. 그리고 3년은 언제나 그랬듯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음. 퇴소식을 했어,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베르톨트도 알 수가 없었음. 자신은 벽을 부수지 않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만의 이야기였어, 이 전처럼 라이너나 애니가 부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어.. 혹은 갑자기 거인의 습격이 일어날 수도 있었음. 매 번 바뀌었기 때문에 베르톨트도 알 수가 없었어, 베르톨트가 아는 사실은 단 하나 였어, 자신에게 주어진 3년이 딱 오늘 밤까지라는 거야. 그래서 베르톨트는 그날 밤 엘런을 밖으로 불렀어, 맨 처음 연인이 되었던 그 장소, 숙소 뒤 공터로 말이야, 기막힌 우연인지는 몰라도 오늘은 그 날 처럼 보름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어. 달이 눈부시다는 표현은 웃기지만, 베르톨트의 눈에는 그 보름달이 너무나 눈 부셨음. 제일 처음 고백할 때와 똑같아서, 너무나 똑같아서 베르톨트는 엘런이 올 때까지 그 환한 달빛 아래에서 눈을 감고 서있었음.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베르톨트는 제 몸에 닿아오는 달빛이 따뜻하다고 생각했음.

" 이런 시간에 연병장 도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 "

자신에게 다가오면서 건낸 엘런의 첫 마디였어, 그 말에 베르톨트는 조금 놀라서 엘런을 바라보다가 이내 웃었음. 이 우연이 당연하게 느껴졌어 왜냐면 그때나 지금이나 제 앞에 서있는 것은 엘런이니까. 자신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온 엘런을 베르톨트는 달빛을 등진 체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주었어 그리고 손을 뻗어 조용하게 엘런의 손을 잡았어, 잡혀서 당겨지는 손을 보다가 엘런이 베르톨트를 올려다봤어 달빛이 역광으로 내리고 있어서 잘 안 보였지만, 베르톨트는 웃고 있는 것 같았어 그래서 엘런은 마주 웃어주려고 했음.
그 순간 제 뺨에 떨어진 물방울만 아니었다면 말이야
베르톨트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체 울고 있었어, 서늘한 달빛이 흘러내리는 베르톨트의 뺨을 보면서 엘런을 당황 했음

" 베르톨트? "

놀란 엘런이 손을 뻗어서 닦아주려고 하자 베르톨트가 고개를 가만히 저었음.

"  눈물 같은 거, 마른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유난히 많이 우는 것 같다 "

베르톨트가 나직히 말했어, 그 것이 혼잣말인지 엘런에게 건네는 말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 왜냐면 엘런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거든,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말인데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이었음.

" 베르톨트? "

엘런이 다시 한 번 베르톨트를 불렀어, 베르톨트는 그 부름에 답하지 않은 체 몸을 살짝 뒤로 뺐음 그러고는 엘런을 손을 잡고 있지 않은, 등 뒤에 숨기고 있던 손을 엘런 쪽으로 내밀었음. 그 손에는 작은 노트가 하나 들려있었음.

" 내가 아는 모든 걸 썼어, 엘런 "

엘런은 그 노트를 멀뚱히 쳐다보다 베르톨트가 말을 꺼내는 것에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음. 베르톨트는 여전히 웃으며 울고 있었어, 엘런은 무엇이 베르톨트에게 저런 표정을 짓게 하는 지 전혀 알 수가 없었음. 무엇 때문에 저렇게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지금 저 표정이 자신에게 너무나 아프게 다가온다는 거였어, 너무나도.. 너무나도 보기 아팠음.

" 매 번 조금 씩 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지 몰라... "

베르톨트는 여전히 엘런에게 알 수 없는 말만 했어

" 나와 라이너, 그리고 애니의 정체 그리고 우리 셋이 있던 그 연구기관의 위치와 내가 아는 한의 그 기관에 대한 정보, 거인화를 하는 방법과, 요령 그리고 그에 따른 부작용 "

아주 느리고 천천히, 방금 전 퇴 소식 뒷 풀이 때 농담을 하며 건내오던 그 말투 그대로 다정하고 상냥하게 베르톨트는 지금의 엘런이 전혀 이해 할 수없는 내용들을 말해 나갔음. 잠시 숨을 고르고 시선을 엘런과 맞췄어, 달빛을 받은 금안이 반짝 반짝 그러나 의문투성이인 체, 빛나고 있었음.

" 나의 고향과 그 곳에서 있었던 일, 인류를 공격한 이유... 추측이지만 또 다른 세력에 대한 정보까지 "

베르톨트는 여기서 다시 한번 잠시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음.

" 그 모든 걸 여기에 적었어, 엘런 "

그리 말하며 베르톨트는 엘런의 품에 그 노트를 단단히 쥐어주웠음. 훈련병으로 들어온 직 후 부터 베르톨트는 라이너나 애니의 눈을 피해서 몰래 이 노트를 정리했음. 그 것은 머리 속을 차분히 정리한 그 순간 정했던 일이었음.

이 루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베르톨트는 그 중에 한 가지를 지금 끝낸거였음.

"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베르톨트... 거인화라니? 너의 셋의 정체라니?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

자신이 단단하게 쥐어주었기 때문에 엘런은 일단 노트를 꽉 끌어안고는 있었지만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며 혼란스런 표정으로 말했어,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그 표정을 보면서 베르톨트는 다시 한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되기며, 자신의 나약한 의지를 잡았음.

3년은 이미 지나갔어, 베르톨트 
이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해

그렇게 생각하며 베르톨트는 엘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천천히 뒷걸음질 쳤어, 그 행동은 마치 달빛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듯해서 엘런이 숨을 크게 삼켰음.

" 나는 너의 꿈에 함께 갈 수없어 "

다시 서글픈 달빛이 베르톨트의 뺨을 따라 길을 만들었어, 엘런은 그 길을 보고 다가가려 했어 그러나 이번에도 엘런은 그 눈물을 닦아주러 다가갈 수 없었어, 엘런이 움직이는 것보다 먼저 베르톨트가 입을 열어서 엘런을 말렸거든

" 잘 봐, 엘런 "

베르톨트는 준비해온 단도를 꺼냈어, 달빛을 받은 단도가 서늘하게 제 몸을 빛냈어, 엘런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
어, 이해 할 수없는 게 당연했어. 제 사랑하는 연인이 이상한 말과 함께 노트를 건내고 울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지금은 칼을 꺼내들었음.


" 베르톨트!!!! "

엘런이 빠르게 베르톨트에게 달려들었어,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칼이 베르톨트의 손에 있으면 안됀다고 생각해서였어 그러나 엘런보다는 베르톨트가 더 빨랐음.
베르톨트는 제 손을 단도로 그어버렸고, 엘런의 눈 앞으로 붉은 핏방울이 퍼지듯이 날아올랐음. 아주 느린 슬로우 모션 처럼 두사람의 시간이 그 순간 느리게 흐른 것 같았지 그리고 그 흐름을 깨듯이 뜨거운 증기가 상처에서 기세 좋게 토해져 나오면서 베르톨트는 팔만 거인화 했음.

서늘하고 차가운 달빛 아래에 대조적으로 떠올라 퍼지는 뜨거운 증기 속에 거대하고 붉은 손이 있었음.
엘런이 절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되는... 
5년전에 벽을 집고 있던 그 손..
그래, 초대형 거인의 손이 그 곳에 있었어

 

 

8. Apology

엘런의 눈이 놀라움과 혼란에 커졌지, 베르톨트는 그런 엘런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감았어, 엘런이 다음에 할 행동이 무엇인가를 알기 때문에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한거였음. 베르톨트의 예상대로 엘런은 분노로 뒤덮인 단말마를 내질렀고 그와 함께 자신의 몸이 덮쳐오는 엘런의 손을, 그 다음으로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을 느끼며 그대로 쿵 - 꽤 큰 땅울림이 울리며 둘은 함께 바닥에 넘어졌음. 바닥에 닿을 때의 충격에 의한 고통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베르톨트는 천천히 눈을 떴어, 눈을 뜨자 제 눈에 가득 담긴 엘런의 얼굴은 언제나 봐왔던 그 얼굴이었어, 분노, 슬픔, 당황, 애정..

그 모든 것을 집어삼킨 증오가 가득찬 그 얼굴 말이야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한데, 베르톨트는 여전히 저 얼굴을 보는 것이 괴로웠음. 제가 사랑하는 단단한 의지가 반짝이며 빛나는 금안이 오로지 증오로만 가득 차 붉어지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 괴롭고 슬펐음. 무엇보다도 엘런을 저런 얼굴을 하게 만드는 게 자신이란 사실이 너무나 괴로웠음.

" 저게 뭔지 설명해, 베르톨트 "

인내하듯 눈을 꽉 감은 체 엘런이 천천히 입을 열어 느리게 말을 꺼냈어, 엘런의 그 속이 이해가지 않는 바가 아닌지라 베르톨트는 엘런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음.

" 나는 베르톨트 후버 "

숨을 잠시 삼켰어, 생각해보면 자신의 정체를 이렇게 진지하게 밝힌 건 처음 이었었으니까 사실 이보다 더 확실하고 빠르게 엘런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방법이 어디있겠어, 그건 베르톨트 자신도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지만 실행할 용기가 없었음. 제 입으로 사실을 말하고 저 눈을 마주할 용기가, 거짓된 자리조차 스스로 부셔버릴 용기가 베르톨트에게는 없었어, 그래서 도망치고 도망쳐 왔던거야 그러니 이 전에 자신의 정체를 말했을 때 엘런이 믿지 않은 것도 당연한 것이 였어, 자신이 그 것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엘런에게 스스로 말하고 싶지 않았어, 제 스스로 엘런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았어...

" 104기 훈련병 이자 "

베르톨트는 엘런과 눈을 맞추었어

" 5년전 월마리아를 부순, 총칭 초대형 거인이야 "

아.. 말했다.. 마주치고 있던 엘런의 눈동자가 선명하게 떨리고 있는게 보였어, 둘의 주변은 안개로 가득 차 있었음. 아까 만들어둔 거인의 손이 사라지면서 생긴 열기가 밤의 차가운 공기가 맞닿아 섞이면서 만들어낸 모양이었어, 주변이 안개로 가득차서인지 엘런의 얼굴이 더 흐리게 보였음.

" 거짓말이지 "
" 너도 봤잖아, 엘런 "
" .... 거짓말이라고 해 "
"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없어, 엘런 "

이미 각오 한 거니까... 라는 말은 조용히 마음 속 으로 삼켰어, 엘런은 울지 않았어, 그저 자신을 노려보고 이를 악물었을 뿐이야. 베르톨트는 저 표정이 너무 싫다고 생각했음.

" 내가 5년 전에 월 마리아를 부셨어, 엘런 "

쐐기를 박듯 베르톨트는 자신이 했던 일을 다시한번 말했어, 엘런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베르톨트를 노려봤고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고 안개와 침묵이 뒤섞여 둘은 영원에 갇힌 것 같았음.

" ........내가... "

그 침묵을 깬 것은 엘런 쪽이었어

" 내가 5년전 참극에 대해 말할 때 무슨 생각을 했어 "

엘런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어

" 분명! 분명 듣고 있었잖아!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어! "

베르톨트가 언제나 들어왔던 그 질문을 또다시 엘런이 내질렀어, 악에 받쳐 비명을 지르듯이 외쳐진 목소리가 안개 사이로 흩뿌려지며 베르톨트의 심장을 파고들었음. 가슴이 쓰리고 아팠어,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의 격통이 느껴졌음.

" 미안해, 미안해 엘런... 나는 미안하단 말 밖에 해줄 수 없어 "

베르톨트의 말에 그제서야 엘런이 울었어, 뚝뚝 금안이 일렁이면서 눈물을 떨구었고 그 눈물은 베르톨트의 가슴에 스며들었어, 그 눈물은 베르톨트를 향한 엘런의 분노이자 증오이며 배신감이자 애정이었음.

" 왜 그랬어.. "
" 미안해 "
" 왜 부셔버린거야... "
" 미안해 "
" 왜 그랬어... "
" 미안해 "
" 왜 나에게 다가온거야... "
" 정말 미안해... "

엘런의 질문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그 중얼거림에 베르톨트는 반복적으로 미안하다고 답했음.

' 미안해 '
' 너를 보고 싶어서 그 벽을 부수어버렸어 '
' 너가 너무 그리워서 너를 이 지옥으로 끌고 내려와버렸어 '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으나 베르톨트는 그 말들을 속으로 삼켜내며 미안하단 말만을 했어, 그 말 밖에 할 수가 없었어, 혀에서 몇번 굴리면 튀어나오는 그 짧은 말 한마디 밖에 할 수없는 자신에게 비웃음이 나고 화가 났음에도 베르톨트는 그 말 밖에 할 수가 없었어

엘런은 울었어, 터져 나오는 증오와 애정의 혼란 속에서 그저 울었어, 베르톨트는 조용히 그런 엘런의 손을 잡아끌었음. 잡아 끌어진 자신의 손에 엘런을 흠칫하며 손을 자신 쪽으로 빼려 했으나 베르톨트의 손 힘이 더 쎘음. 베르톨트는 아주 조금 더 엘런의 손이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그저 끌 수 있을 정도의 힘만 준 체 엘런의 손을 제가 원하는 곳 까지 끌어 당겼어 엘런의 그 작은 손이 베르톨트의 목에 서늘하게 닿았음.

" 나는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어, 엘런 "

베르톨트는 웃고 있었음.

" 나는 계속해서 너를 부숴나갈꺼야 "

엘런의 눈물이 멈췄음.

" 나는 거인이니까 "

둘의 시선이 흔들리지 않은 체 꽉 맞닿았음.

" 그러니까 "

베르톨트가 제 손을 풀고 제 목 위에 올려진 엘런의 작은 손을 어루 만졌음. 

" 나를 죽여, 엘런 "

이 루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이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해

베르톨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제 목숨의 길을 선택한거였음.

베르톨트는 이번에 깨어나서 머리 속을 정리한 그 때 이 일을 결심했어, 자신은 엘런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고 엘런과 함께 나아갈 수도 없어 그러나 단 하나 자신이 엘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었음.

그건 바로 초대형 거인의 목숨을 그에게 주는 것이었음.

엘런의 평화를 부수고 그의 어머니를 죽인, 인류의 가장 큰 적이자 엘런의 원수에게 복수를 할 수있는 기회를 엘런에게 주는 것, 그것이 베르톨트 자신이 유일하게 엘런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음. 그래서 자신의 목숨과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엘런에게 주겠노라 그때 베르톨트는 다짐하였어, 이 것들이 조금이라도 엘런의 목표를 이루는 것에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베르톨트는 엘런을 얼굴을 보던 시선을 조금 더 올려 하늘을 봤어, 엘런의 눈만큼 반짝이는 달이 아까보다 많이 기울었어, 이미 나올 때 자정에 다가가고 있었던 때였으니 지금쯤 자정을 넘겼을 꺼야 훈련병으로의 3년이 완전히 지나간 거였음. 그리고 그 이야기는 ' 지금 ' 의 베르톨트는 죽을 수 있다라는 이야기였음. 제 목에 닿아있는 엘런의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음에 웃으며 베르톨트는 손을 들어 엘런의 뺨 위에 선명한 눈물자국을 문질러 그 흔적을 닦아 주었어 그 손길이 너무나 다정해서 베르톨트가 닦아준 보람 없이 엘런이 다시 울음을 터뜨려 버렸음. 소리 없이 뚝뚝.. 베르톨트의 손가락을 따라서 엘런의 눈물이 흘러내렸음.

" 나는 베르톨트... "

베르톨트가 다시 입을 열었어, 그는 아주 천천히 말했어. 확실하게 시간이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

" 그리고 초대형거인이야 "

흐르는 엘런의 눈물을 양 손을 다 들어 닦아주었어, 손가락에 닿은 엘런의 눈물에서 미열이 피어올라서 가슴을 간질였어, 거의 다 된 거였음.

" 거인이야, 엘런 "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재차 확인을 시켜주듯 다정하게 말했음.

" 그러니까 여기서 울면 안돼, 엘런 "

눈물의 닦아주는 손길은 더 없이 다정했어, 그건 엘런이 늘 알아오던 자신의 연인 베르톨트의 손길이었음.

" 나를 중오해 "

닦아주던 손길을 멈추고 손을 내렸음.

" 증오하고 또 증오해 " 
제 목 위에 여전히 올려 져만 있는 엘런의 손등에 제 손을 포갰음.

"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어 "

베르톨트의 손이 엘런의 손에 깎지를 끼며 엘런의 손을 이끌었음.

" 너의 어머니를 죽인 거인을 증오하고 또 증오하며 "

손에 힘을 줘서 엘런의 손등을 약하게 내리 눌렀어, 힘을 받는 순서에 따라 제 손힘에 의해 눌러지는 엘런의 손이 제 목을 짓눌렀음.

" 여기서 복수하는거야 "


그 말에 엘런이 이를 꽉 깨물면서 제 손에 힘을 줬어, 힘이 들어오는 엘런의 손을 느끼며 베르톨트는 엘런의 손에 포갰던 제 손을 풀고 엘런의 양뺨을 감싸 안았어, 양 손에 닿아오는 엘런의 체온이 너무나 좋았어, 엘런의 체온이니까 너무나 좋았어, 제 목에서 느껴지는 그 체온까지 모두 너무나 좋았음.

엘런이 왜... 왜... 라면서 다시 물어왔어, 엘런의 손에 힘은 처음보다 많이 강해졌지만, 아직 목을 완전히 내리 눌린 건 아니라 말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음. 그럼에도 베르톨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 였음. 왜냐면 지금 자신이 사과든 변명이든 무언가를 말로 꺼내서 엘런에게 전한다면 엘런은 초대형거인이 아닌 베르톨트 후버를 죽였다고 생각 할꺼니까 그런 죄책감을 줘서는 안됐어 그래서 베르톨트는 아무 말 없이 엘런을 바라봤음. 툭툭... 엘런의 눈물이 자신의 가슴의 문을 두드렸어, 자신의 자인함을 책망하는 듯한 그 두드림에 베르톨트는 그저 웃었음.

이 역시 이기적인 결말이지만, 이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엘런을 위한 유일한 도움이기에 베르톨트는 웃었어, 그와 함께 정신이 조금씩 혼미해졌어, 숨이 막히고 엘런의 얼굴이 흐릿했어, 손에 힘이 풀려 엘런의 뺨을 감싸안고 있던 두 손이 내려졌음.

수 없이 반복해온 죽음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어. 

베르톨트는 처음으로 주마등이란 걸 느꼈음.
자연스럽게 눈을 감고 나자, 그 어둠 속에서 수십년간 함께한 엘런의 모습을 거슬러 올라갔어.. 거스르고 거슬러서 베르톨트는 첫 기억을 끄집어냈음. 그 것은 루프의 시작전, 잊혀졌던 첫 죽음에 대한 기억이었음. 그 때 라이너와 베르톨트는 엘런과 유미르를 납치하는 데 성공했음. 거대나무 숲에서 잠시 멈춰섰을 때, 실랑이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한 일방적인 대화가 이루어졌음. 정신적으로 몰려서 모든 걸 토해내는 라이너, 침착하게 대응하는 유미르, 그리고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여 이성을 잃은 엘런. 세 명의 대화는 한 길을 가면서도 감정과 이성이 뒤섞여 엉망진창이었음. 베르톨트는 정신이 완전히 나가 버릴려는 라이너를 한번 씩 잡아주는 것 외에는 그 대화를 그저 듣고만 있었음.

"  그 날 무슨 생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은거야? 응? 베르톨트 이 위선자 녀석 "

엘런에 의해서 그 대화에 본격적으로 올려졌을 때, 베르톨트는 엘런을 보지 않았음.

" 네가 부순 문의 파편에 의해 우리 집이 무너져서 엄마는 도망칠 수 없었어, 알고 있었지? 말했잖아 "

분노 때문인지 충격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엘런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음. 베르톨트, 그러니까 자신은 그때서야 엘런을 바라봤던 거 같았음.

" 그 때 어떻게 생각했어? "

엘런의 크게 떠진 금안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렸음.

“ 그 때는 불쌍하다고 생각했어 "

대답을 회피했음. 미안하다는 사과같은 거 할 수 가없었어, 사과를 해버리면 자신의 죄를 인정하게 되니까 그렇다는건 엘런의 증오를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는 거니까, 자신은 그럴 자신이 없었음. 너무 없었기 때문에 슬프고 괴로웠음.

그 후 넷이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유미르 측으로 추측되는 짐승형 거인들의 습격을 받아고 그 혼란 속에서 유미르가 탈주, 자신과 라이너도 떨어져 버렸음. 엘런을 업은 체 도망 중이었기 때문에 엘런은 자신과 함께였으나 그마저도 라이너와 합류하기 위해 달리던 중 엘런을 되찾기 위해 달려온 조사병단을 먼저 만나버리는 바람에 눈 앞에서 엘런을 뺐겼음. 그리고 자신은 리바이에 의해서 엘런의 눈 앞에서 죽었음
죽어가는 그 순간, 눈 앞에는 엘런과 미카사, 그리고 아르민이 있었음

엘런을 사이에 두고 부축해주는 미카사와 아르민의 모습은 언제나와 같았어, 그 셋은 언제나처럼 함께 있었음. 그 때 생각했어, 사과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질문을 받았을 때 그 증오를 받아내는 게 두려워 책임 회피한 것이 미안하다고 제대로 사과하고 싶었어. 베르톨트 후버가 엘런 예거에게 재대로 사과하고 싶었어 너의 친구이자 원수로 너에게 모든 것을 사과하고 싶었어

친구가 되고 싶었어, 엘런 미카사나 아르민처럼...
너의 빛에 감싸져 있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었어
용서 받질 못 할일이란건 알지만, 이기적인건 알지만
너의 친구로 제대로 사과하고 싶었어

너의 진짜 친구가 되기 위해서...

흐려졌던 정신이 다시 조금 돌아와 베르톨트는 가늘게 눈을 떴음.
눈 앞에는 바들바들 떨며 증오와 슬픔으로 뒤범벅된 얼굴인 엘런이 있었어. 

목이 아팠어, 아파서 다행이었어. 
숨이 막혔어, 그래서 다행이었어

너의 어머니를 죽여서 미안해
너를 이 지옥에 오게해서 미안해
너에게 죄책감을 줘서 미안해
베르톨트는 희뿌연 시야 속 엘런을 바라보며 속으로 외쳤음.
눈물이 터져나왔어, 자신의 눈물을 막을 수 없었음.

자신의 눈물을 본 것인지 엘런의 손에 힘이 빠지는 것이 느껴졌어, 그래서 베르톨트는 최대한 힘을 짜네 그 손목을 꽉 잡았음.

" 내 마지막을 지고 가게 해서 미안해
  내가... 그 거인이라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이 것 밖에 해줄 수 없어서 정말 미안해 "

중간에 숨이 차 조금 막히기는 했지만, 베르톨트는 자신의 말을 모두 전달했음. 그리고 제 스스로 엘런의 손목을 강하게 당겨 제 목을 압박하게 했어 그 의도를 알아챈 엘런이 큰 소리로 울면서 손에 힘을 줘 제 목을 졸랐음. 엘런의 눈물이 톡톡... 이번에는 자신의 뺨을 둔탁하게 때렸음.

나는 사과를 하고 싶었구나 
그 사과를 위해서 이렇게 멀리 돌아온 것이구나
베르톨트는 이 사실이 조금 우스워서 저도 모르게 입으로 호선을 그렸어
그치만 행복했어, 기뻤어, 너와 함께 할 수있어서
이제 확실해졌어, 다시 눈을 떠도 나는 이 일을 반복할 거야
사과하고 또 사과하며, 계속해서 나의 목숨을 너에게 줄게
그걸로 나는 행복할 수있어, 엘런 너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너에게 용서 받을 때까지 나는 영원히 사과할꺼야 
그렇게 계속해나가다가...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야
너가 나를 용서해준다면, 그때.. 그때말이야
나는 아주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어질꺼야
진짜 베르톨트 후버로, 엘런 너와 진짜 친구가 되고 싶다고
아주 조금 더 욕심을 낼꺼야
그리고 베르톨트의 의식은 끊어졌어
베르톨트는 그렇게 처음으로 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엘런의 손에 죽었어

그리고 베르톨트가 다시 눈을 떴을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시멘트 천장과 그 날의 보름달 처럼 둥근 전등이었음. 
베르톨트 후버는 거인도 벽도 없는 바로 이 세계에서 눈을 떴음.

그의 루프가 끝이 난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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