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카테고리지만 소설은 아니고 썰입니다 ^^;;
*썰인 만큼 반말체입니다.
*만화책 13권 애니 2기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만화책 13권/ 애니2기까지의 내용만 봤을 때 그린거라 캐릭터 해석은 현재 연재 내용과 많이 차이 날 수 있습니다.
*앞에 올린 Loop의 후속 이야기로, 환생을 한 베르톨트와 엘런의 현대의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폭력적 요소가 들어있습니다. 
*예에에에엣날에 정리했던 내용을 그대로 올리기 때문에 오탈자가 많을 수 있습니다. ^^;; 다시 읽기 좀 힘드네요<

 

 

 

 

 

 

눈을 뜬 베르톨트는 어안이 벙벙해서 몸을 일으키고 주변을 둘러봤어, 심플하면서 깔끔한 옅은 무늬가 그려진 흰 벽지가 칠해진 벽, 크지도 넓지도 않은 방안에 잘 정돈된 가구들, 창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옅은 햇빛... 그 것들은 베르톨트에게 낮선 풍경이 아니었음에도 지금의 베르톨트에게는 너무나 낮선 풍경이었어, 21세기 현대에 환생한 베르톨트 후버는 오늘 깨어나기 전까지는 그저 어디서나 볼 수있는 평범한 남고생이었어, 성적도 무난하고 성격도 무난하고 대인관계도 무난한, 반에 들어가면 꼭 있는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단 말이지, 그런데 어젯 밤의 꿈을 통해 지금의 베르톨트는 21세기의 평범한 남고생 베르톨트 후버에서 과거 104기 훈련병이자, 초대형 거인이었고 단 한 사람 엘런만을 사랑했던 베르톨트 후버가 되었어, 자신이 루프했었던 모든 기억이 단 하루만에 되돌아온거야. 베르톨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그럴 수 밖에 없었지 단 18년을 기억하는 것도 힘들어하던 뇌에 지금 수백년의 기억이 한번에 몰려 들어온거니까, 제 몸에 느껴지는 이불의 부드러운 감촉이나 푹신한 침대 매트리스의 느낌, 그리고 눈 앞에 보이는 단아한 방의 풍경이 분명 자신이 현대에 있음을 느끼게 해줌에도 베르톨트는 자신이 거인과 벽이 있는 그 세계에서 지금 꿈을 꾸고있는 건지, 현대에서 그 꿈을 꾸었던 건지 알 수가 없었어. 수백년의 기억들이 차곡 차곡 뇌에 쌓이면서 현대의 기억들을 밀어내는 느낌이라 두 기억이 뒤엉켜 엉망진창이었어

그런 베르톨트를 현실로 깨워주는 소리가 아래층에서 울려 올라왔어, 그 것은 거인의 발걸음 소리도 거인의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도 아니었지, 아침을 먹으러 내려오라는 평화로운 어머니의 목소리였어

정말로 베르톨트 후버는 거인도 벽도 없는 이 세계에 다시 태어난거야.

 

어머니의 부름을 듣고 아랫층으로 내려가면서 베르톨트는 천천히 제 머리 속을 정리했어, 자신은 21세기인 지금, 이 시대에 환생했어. 이때까지 기억하지 못 했던 그 전생의 기억들을 꿈을 통해서 모두 기억해낸거야, 분명 일어났을 때는 뇌에 억지로 쑤셔박듯한 루프들의 기억이 다 났었는데,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꽤 많이 잊어졌어,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흐리고 뜨문뜨문한 기억 속에서 다행인건 아주 중요한 사실들은 다 또렷이 기억을 했다는 거야, 자신들이 겪었던  그 루프의 흐름 중 중요했던 부분들 말이야. 특히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기억, 자신 스스로 엘런의 손에 죽음을 맞는 것을 선택한 마지막 루프는 아주 또렷하게 기억 났어, 그 밤의 찬 공기도 엘런의 얼굴도 제 뺨에 닿던 눈물도 마지막까지 들려오던 엘런의 울부짖음까지, 그 모든 것들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어

식탁앞에 앉은 베르톨트는 그 마지막 기억의 회상과 함께 눈물을 터뜨렸어,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 루프에서 벗어난거야, 드디어 자신이 무언가 해낸거야, 거기다가 전생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다시 깨어났어. 그래, 거인도 벽도 그 무엇도 없는 평화로운 세계에서 말이야. 이건 어쩌면, 어쩌면 엘런이 자신을 용서했다는 것일지도 몰라,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루프가 끝나고 이 평화로운 세계로 온걸꺼야. 그 생각에 너무나 기뻐져서 베르톨트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계속 울었어 뒤늦게 아침상 앞에서 울고있는 베르톨트를 발견한 어머니가 놀래서 매고있던 앞치마로 베르톨트의 눈가를 벅벅 닦아주며 등을 다독여줬어

 " 베르톨트, 너 나이가 몇인데 전학간다고 울고있니? 소심한건 알았지만...참.. "

어머니는 다정하지만 조금 맵고 아픈 손길로 베르톨트의 얼굴을 문댔어, 그 손이 꽤 아파서 베르톨트는 슬픔의 감정때문이 아니라 콧등의 통증때문에 약간 더 울었어, 그러다 어머니 말씀에 이상한 부분에 대해서 의아해했지

 " 전학...이요...? "

여전히 안면을 벅벅 문질러지고 있던 탓에 베르톨트가 어머니의 손길을 양 손으로 살짝 밀어내면서 더듬더듬 물었어, 베르톨트의 질문에 어머니가 어머머머- 얘가, 얘가 정신이 있니,없니? 라는 표정을 지으시며 눈물을 닦아주던 손길을 그대로 이마를 살짝 때리셨음

 " 이 쪽으로 이사 올 때 섭섭해한거는 알지만, 이 엄마도 어쩔 수 없었다는거 너도 알잖니? 그러니까 어서 밥먹고 학교 가 "
 " 아.. 네..;; "

전생을 기억을 꾹꾹 밀어담느라 밀려났던 현생의 기억이 어머니의 그 말에 조금씩 앞으로 땡겨져 나와 제자리를 찾았어, 베르톨트는 본래 라이너, 애니와 같이 옆옆옆 동네에서 학교를 같이 다니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전근으로 인해 이쪽 동네로 이번 여름방학에 이사오게됐지.옆옆옆 동네라고 적었지만 버스를 타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거리가 아니었던지라 베르톨트는 전학을 갈 생각이 없었어, 어머니쪽도 고2나 된 애를 전학시킨다는 거에 동의하시지 않으셨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리와 상관없이 두 동네는 교육구가 나눠지는 곳이였고, 관할 교육청이 달랐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전학을 해버리게 되었음. 이미 방학 중에 그 쪽 학교를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었고, 출석일수에 관한 부분이나 방학 숙제, 수행평가 이런 부분도 다 미리 이야기해놨음. 베르톨트는 학교만 안 갔다뿐 서류나 수업진도상 모두 이 학교 학생이었음. 베르톨트는 아침을 먹고 전학가는 학교로 나섰음. 나갈 때 어머니는 아까처럼 울지말고, 겁먹지 말고 잘 다녀오라고 응원인지 놀리는 건지 헷갈리는 말을 인사로 날려주셨고 베르톨트는 그런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학교를 향해 갔음, 가는 길은 이미 다 알고 있었음

등교길의 베르톨트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렸음, 새 학교를 간다는 두근거림도 두근거림이지만 그 날에 맞춰서 자신의 전생의 기억이 돌아왔음. 기억이 돌아오고 자신은 새로운 학교에 간다. 이 두개의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는 우연이 마치 드라마 같았지,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어, 학교를 가면 진짜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아주 그리운 사람을, 아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것 같은 그런 드라마말이야.

그리고 베르톨트의 그 기분좋은 예감은 아주 정확하게 적중했어.

 

드라마 같은 일이면서도 뻔한 일, 베르톨트가 전학을 간 새 학교, 새 반에는 엘런이 있었음. 정확하게는 엘런,미카사,아르민 세명 모두가 있었음. 베르톨트는 너무 기뻐서 당장 달려가서 엘런을 껴안고 너무 그리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자신만 해도 오늘에서야 겨우 기억이 돌아왔는데, 엘런이 기억이 있을지는 알 수가 없었어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건 엘런이 정말 자신을 용서한 거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야, 만약 용서 받은 게 아니라면 엘런은 차라리 기억이 없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베르톨트는 생각했지, 이런 고민에 휩싸이자 베르톨트는 안절부절 못하고 엘런만 바라봤어, 그러다가 둘이 눈이 마주쳤지, 엘런이 베르톨트를 보고 밝게 웃어줬어, 더 없이 환하고 깨끗한 웃음을 보면서 베르톨트도 따라서 활짝 웃어주었어

그리고 베르톨트는 엘런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어

 

엘런의 자리는 창가쪽 제일 뒷자리였고, 베르톨트는 그 옆자리에 앉게 됐어 베르톨트의 키가 워낙 컸기 때문에 맨 뒷자리 밖에 갈 곳이 없었는데, 운 좋게도 엘런 옆자리가 비어있던거지, 이게 드라마라면 누가 쓰는 드라마인지는 몰라도 베르톨트는 이 드라마를 쓰는 사람을 꽉 끌어안아주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행복했어, 제 사랑을 만난 것도 만난건데, 바로 옆자리까지 얻어내다니 행복하지 않다는 게 더 이상했지

베르톨트가 엘런의 옆자리를 앉는 순간 그 옆 조에 있는 미카사가 저를 노려보며 쥐고있던 모나미 볼펜을 부러뜨렸고 아르민이 놀래서 미카사... 하고 진정시켰지, 그 모습은 전생의 그 수백년의 기억 속 그 모습이랑 똑같아서 베르톨트는 저도 모르게 풋- 하고 소리내서 웃어버리고 말았어, 그런 베르톨트를 보면서 엘런이 웃으면서 저 둘 재밌지, 내 친구들이야.. 여자애가 미카사, 남자애가 아르민.. 아 금발쪽이 남자애 맞아 라고 자연스럽게 둘을 소개 시켜줬어 그러면서 한동안 둘의 자랑을 속사포처럼 베르톨트에게 들려줬지, 미카사는 운동에 공부에 못하는 게 없는데다가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짱짱인 진짜 짱짱걸이라고 막 자랑하고 아르민은 머리가 똑똑하기로라면 아이슈타인 저리가라 수준이라면서 선생님들도 모두 칭찬하고 아르민만큼 믿음직하고 멋진 친구가 없다면서 또 아르민 자랑을 한참 늘어놨어, 첫 만남인데 제 친구 자랑부터 시작한 엘런은 흥분 상태여서 베르톨트가 끼어들어서 어떻게 대화를 끊기도 애매해졌지, 그 정도로 엘런이 저 두사람을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해서 베르톨트는 웃었어. 전생의 기억 덕에 이 세사람 관계는 뼈저리게 잘 알고 있음에도 질투가 났어. 엘런의 그 속사포 자랑은 옆 반의 조례를 끝내고 오던 리바이 선생님의 한마디로 끊겼어, 전학생와서 신나는 건 알겠는데, 지금은 자습시간이니까 입 다물어라, 엘런 예거 하고 싸늘하게 훅 들어온 리바이 선생님 말씀에 엘런이 바짝 쫄아서 네, 죄송합니다! 하고는 고개를 푹 숙였어, 베르톨트는 옆 반 담임이 리바이라는 데 1차로 놀랐고, 그 분위기가 여전함에 2차로 놀랬어, 선생님이랑은 정말 거리가 멀어보이는 사람이었는데, 세상은 알 수 없는 일이었지

책에 머리를 들이 밀어 넣을 기세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엘런이 살짝 고개를 들어 리바이가 갔는지, 안 갔는지 눈치를 살폈어.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베르톨트가 또 소리내서 풋- 하고 웃어버렸어. 엘런의 얼굴이 귀까지 빨개졌지, 우물쭈물하는 엘런에게 베르톨트가 먼저 입을 열었어

 " 그래서 너는 ? "
 " 어? 뭐가 ? "
 " 친구들 자랑을 했으니까, 이제 자기 자랑 차례 아닐려나? "
 " 아.. "

그 말에 엘런 얼굴이 더 빨개졌어, 친구들 자랑은 그렇게 술술 잘해놓고 자기 자랑하라하니까 그게 부끄러운 모양이었어, 갑자기 그런 거 직구로 던지지마 라고 엘런이 조금 찡얼거렸고 베르톨트는 그냥 웃어줬어.

 " 그러고보니 인사도 안 했네, 난 엘런.. 엘런 예거야, 잘 부탁해! 어.. 그러니까 "
 " 응, 나도 잘 부탁해. 난 베르톨트.. 베르톨트 후버야 "

그 옛날 라이너와 자신에게 다가와 인사를 걸었던 그 때 그대로의 미소를 지으며 엘런이 제 이름을 소개했어, 그 모습을 보며 베르톨트는 확신했지, 이 엘런은 전생에 내가 사랑했던 그 엘런이 맞다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엘런은 한결같이 변하지 않았다고. 그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고마웠어, 베르톨트는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는 기분을 느끼며 엘런에게 웃었어 이번에는 그에게 진짜 베르톨트 후버가 될 수 있었어, 정말로 행복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어.

그 날 하루동안 베르톨트는 엘런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 옆자리 + 전학생이라는 특혜를 발휘해서 엘런을 독점하듯이 함께 할 수 있었거든, 쉬는 시간마다 엘런에게 학교 곳곳을 소개받고 학교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듣고 무엇보다 중요한 엘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어, 마치 처음부터 알던 사이처럼 베르톨트는 엘런의 옆에서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물론 미카사와 아르민도 틈틈이 어울려서 이 네명이 소꼽친구였던가 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지. 생각보다 미카사의 반대가 크지 않았고 넷이서 잘 어울렸거든. 엘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베르톨트는 생각했어, 세계가 달라진 만큼 엘런의 사소한 부분은 많이 변해있었어, 취미라던가 좋아하는 음악이라던가 음식 이런 것들, 하지만 그건 루프때마다 바뀌어온 것이기 때문에 베르톨트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다 기억은 해뒀어, 엘런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들으면서 전부 기억했어. 아까 인사를 나눌 때 베르톨트가 느낀 확신은 전혀 틀리지 않았어, 엘런은 엘런이였어 그 강하고 반짝이는 의지는 여전했지.. 이 세계는 거인이 없기에 그런 목표가 아니었지만 엘런은 바다, 여행.. 더 넓은 세계에 대한 꿈과 목표가 있었어, 그 모습은 바다에 가고싶다고 말하던 그 날의 엘런과 같았기에 베르톨트는 웃어주다 울뻔 했어, 여전한 엘런이 너무나도 좋았어 그리고 그와 함께 다른 확신도 내렸어, 엘런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이지. 대화를 나누는 중간중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베르톨트는 약간의 떡밥을 던졌어, 거인이라던가 벽이라던가.. 그러나 엘런은 그거 뭐야? 소설? 재밌을 것 같아 라는 식으로 반응을 내보였어, 베르톨트는 그런 엘런 반응에 그저 스스로에게 고개를 끄덕였어, 생각해보면 엘런이 기억을 한다면 자신을 봤을 때 어떤 반응이라도 보였어야 하는 게 맞을텐데, 정말 처음보는 사람처럼 대했으니까, 너무나 기쁘고 좋았어, 드디어 베르톨트는 정말 베르톨트 후버로 엘런에게 다가갈 수있다는 확신을 내렸어.

 

여기서 잠시 쉬는 느낌으로 알아도 그만이고 몰라도 그만인 뻘 설정. 엘런의 이번 생의 목표는 바다를 여행하고 싶어서 항해사 계통으로 나가는 게 목표임, 처음에는 아버지를 따라서 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아르민이 보여준 해양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해버린 이후 목표를 바꿨음. 항해사 쪽이 워낙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엘런은 지금 빡세게 공부 중임, 아르민과 미카사가 많이 도와주고 본인 스스로의 의지가 굉장해서 다행이 엘런은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 중, 전 생에 지능 3이었던 엘런으로서는 장족의 발전이 아닐 수가 없음. 엘런은 반 내에서 모든 애들과 두루 친한 편이긴 하지만 특별한 친구는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미카사와 아르민뿐임. 그래서 소풍을 가거나 밥을 먹거나 할 때는 이 둘과 어울림. 어딘가 벽이 있는 태도가 있기 때문에 베르톨트가 전학온 첫 날부터 엘런과 친한 것을 보고 반 애들이 말을 못해서 그랬지 많이 놀랬음.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 학기 초에 엘런은 여기저기에 시비 많이 붙고 다녔음. 워낙에 올곧은 성격 탓에 반에서 텃새잡으려던 남쪽얼굴들과 대판 싸웠기 때문임, 이 일은 미카사에 의해서 정리가 됌. 시비는 엘런이 털고 다녔는데, 뒷처리는 미카사가 다해줌. 이러하다보니 애들이 엘런만 보면 알아서 기어들어갔고 그 덕에 엘런은 본의 아니게 반 내에서 구 시대 언어로 치면 짱같은 개념이 됨,  그래봐야 실제 권력자는 미카사 맞음. 어찌되었든 엘런이 다툼을 싫어하니 미카사가 반의 분위기를 휘어잡았고, 미카사의 뒷공작을 전혀 모르는 엘런은 자기 반이 몹이 평화롭고 좋은 반이라면서 좋아하고 있음. 선생님들도 이 뒷공작을 전혀 모르므로 이 반은 애들이 착하다며 칭찬 일색임. 덤으로 옆반 그러니까 앞에 언급된 리바이가 담임인 반의 짱은 쟝쟝맨임, 역시나 학기 초 분위기 몰이를 위해서 옆반에 텃새부리려고 쟝쟝맨이 왔긴 왔었는데, 짱인 엘런에게 시비털러 왔다가 미카사에게 한 눈에 반했음. 거기서 끝났으면 애틋한 첫사랑 남고생 이야기였을 텐데, 그 직후에 엘런한테 시비털다가 미카사한테 고자킥 맞고 나가 떨어짐. 이 후로 가끔 엘런에게 시비털지만 옆 반에 얼씬도 못함. 슬픈 이야기. 또 다른 덤, 리바이는 옆 반의 담임이자 세계지리 담당이다. 바다에 관심이 많은 엘런이기 때문에 리바이를 자주 찾아뵙고 여러 질문도 던지고 이야기도 나눈다. 전생이나 지금이나 리바이 따르는 건 여전함, 쪼는 것도 여전함. 마지막 딴 소리라면 엘런과 베르톨트 반의 담임은 엘빈이다. 그의 과목은 영어, 베르톨트의 전학생 수속을 밟아주고 반에 소개해주려고 데려온 것도 다 엘빈임에도 언급하나 되지 못한 것은 베르톨트가 엘빈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그냥 선생님 정도로 인식해서이다. 다른 104기 애들 거인조 빼고는 거의 다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보면 되나, 이 썰에서는 언급이 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쯤에서 딴 소리는 스탑 :)

 

베르톨트는 행복한 전학 첫 날을 보냈어, 엘런과 하루 종일 평화롭게 함께한다는 것, 그 어느 하나 마음에 걸어두지 않고 함께 한다는 게 너무나 좋았어, 하교 직전 엘런이 베르톨트를 불렀어

 " 베르톨트, 나 오늘 서점갈려고 하는데, 같이 갈래? 보충수업용 교재 사러갈껀데 "
 " 아, 나도 아직 안 샀었는데, 잘 됐다, 같이 가자 "
 " 좋아, 그럼 내가 이 근방 소개도 시켜줄께, 그러므로 미카사랑 아르민은 먼저 가 "

그 말에 미카사가 어째서! 라고 소리칠려는 걸 아르민이 가볍게 막아서 목소리를 낮추게 했어, 미카사가 입술을 씹으며 어째서라고 묻자 엘런은 맑게 웃으며 아르민은 학원에 가야하고 미카사는 오늘 다른 약속있다고 했으니까 라고 답했어. 그 말에 미카사는 그런 약속 없애면 그만이야! 라고 외칠려고 했으나 그 순간 띵똥~ 하는 문자 소리가 울렸고, 문자를 확인한 미카사는 어깨를 바들바들 떨다가 알았어 엘런 말 들을께 라고 돌아섰어. 아까 점심 때 들은 이야기로는 어머니와의 약속이라고 했던거 같은데, 방금 문자는 어머니의 무언의 압박이 아니었을까 싶었음. 어머니가 딸을 얼마나 잘 알고 계신건지 정말 기가막힌 타이밍에 온 문자였어, 상황을 수습하고 나자 엘런이 다시 돌아보며 괜찮지? 라고 웃었고 베르톨트는 그런 엘런에게 마주 웃어주며 고개를 끄덕였어.

엘런과 베르톨트는 반에서 제일 늦게 나왔음. 청소 후 엘런이 리바이 선생님께 물어볼 것이 았다면서 갔다오는 바람에 그렇게 됐음. 베르톨트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리바이가 불편했어. 전생에 리바이한테 죽은 횟수만 쳐도 일단 손가락으로 못 셌거든. 그래도 엘런이 저렇게 좋아하니, 엘런 입장에서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인 자신이 뭐라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리바이를 만나러 간 엘런이 싫은 것과 반대로 반에 혼자 남아 엘런을 기다리는 그 순간은 행복했어, 전생에 루프하면서 엘런을 만날 때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왔었는데, 단 몇 십분 기다리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었고 기다림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웠지. 빈 교실 안에 내리쬐어 들어오는 석양을 보며 베르톨트는 엘런의 책상을 손으로 쓸었어, 석양의 열기인지 엘런의 체온인지 알 수없는 뜨끈함이 손가락 끝에 묻어나왔어, 마치 그 마지막 순간에 흘러내리던 엘런의 눈물에서 느껴지는 미열같은 그 열기가 말야. 베르톨트는 심장이 쿵쿵 뛰었어 그리고 타이밍 좋게 엘런이 좀 늦었어 라면서 반으로 들어왔지. 둘은 가방을 싸서 나왓어, 얼른 가자며 제촉하며 달려나가는 엘런의 뒷모습을 보면서 베르톨트는 크게 웃었어 그리고 생각했어, 그 열기를 가슴에 묻어두기로 말이야. 엘런은 기억을 못하니까, 자신은 현재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일만 남았다고, 현재의 베르톨트와 엘런으로 함께해나갈꺼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웃었어

거리를 나와서 서점으로 갔어, 엘런은 학교 근처에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이 분식점은 뭐가 맛있고, 저 문방구는 값이 비싸고, 저 슈퍼는 아주머니가 친절하다는 이야기를 주절주절하면서 갔어, 평범한 이 세계의 남고생의 하교길 모습 그대로였어. 베르톨트는 그런 엘런에게 맞장구 쳐주면서 보폭을 맞춰서 나란히 걸어갔어, 한걸음 한걸음... 그 걸음걸음이 너무 좋아서 베르톨트는 정신없이 웃고 있었어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베르톨트는 조금 으슥한 골목안에 자신이 있음을 알았어. 엘런을 따라서 별 생각없이 걸어온건데, 골목은 좁고 길었어, 거기에 햇빛도 거의 들지 않아서 기분이 좋지 않았지, 그치만 지름길이려니 하고 베르톨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겼어. 그 때 앞서 나가던 엘런이 우뚝 멈추어섰지, 갑자기 멈춰 선거라 베르톨트가 조금 놀래서 엘런? 하고 엘런의 이름을 불렀어

 " 오늘 하루 어땠어, 베르톨트? " 

여전히 멈춰서있는 엘런이 베르톨트에게 질문을 던졌어, 그 별거 아닌 질문에 베르톨트는 얼굴이 빨개졌지, 그 질문에 오늘 하루동안 있었던 일들이 다 기억 나서 기분이 들떴기 때문이었어

 " 정말 즐거웠어,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

머뭇머뭇 답을 해놓고 생각해보니 너무 유난스런 답을 한거 같아 베르톨트의 귓가가 더 빨개졌어, 행복했다란 부분에서는 심지어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기까지 했지, 엘런이 눈치챘을까? 베르톨트는 제가 이상해 보일까 걱정되어 눈알을 또륵또륵 굴리며 엘런의 눈치를 살폈어 그러나 그런 베르톨트와 달리 엘런은 여전히 그냥 멈춰서 있는 상태 그대로였어. 뒤에서 보이는 그 귀며 등에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않았어, 베르톨트는 뭔가가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하루의 행복에 심취하여 들떠있었기에 이 역시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 왜? "

엘런이 다시 질문했어, 첫 질문을 던졌을 때와 전혀 변하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들떠있는 베르톨트는 그걸 읽지 못했어

 " 그... 이상하게 생각할지 몰라, 오늘 막 난 전학온거니까, 그치만 나 오늘 하루 엘런이랑 친구가 되었단 것이 너무 행복했어 "

쑥쓰러움에 얼굴이 빨개진 베르톨트가 제 양손으로 옷을 끌어잡으며 고백하듯 머뭇머뭇 내뱉었어, 그 것은 베르톨트 현재의 진심이었어, 이제야 진짜 말할 수 있는 진짜 베르톨트 후버의 진심. 엘런이 보는 것도 아닌데, 베르톨트는 고개도 들지 못한 체 옷자락만 만지작 거리며 눈을 떼굴떼굴 굴렸어, 제가 말했지만 이상하겠지란 생각이 들었어 그치만 전하고 싶었고 전해야한다고 생각했어, 진짜 진심이니까

 " 그래? "

엘런이 빙글 돌아섰어, 그 돌아서는 인기척에 베르톨트가 살짝 고개를 들어 엘런을 바라봤어 엘런은 활짝 웃고있었어, 골목길에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어렴풋하게 보이는 거였지만 베르톨트는 엘런이 웃고 있다고 확신했어, 제 말을 듣고 있는 엘런에 베르톨트는 너무 기뻐졌어, 이번에도 받아주는 걸까? 이번에는 진짜 내가 받아지는걸까? 베르톨트는 고백아닌 고백을 한 뒤였기 때문에 벌써 김칫국 마시는 기분으로 들떠버렸어

 " 그럼, 오늘 나를 만나서 기뻤다는거네? "

조금 떨어져있던 엘런이 여전히 이쁘게 웃는 얼굴로 베르톨트에게 다가와서 베르톨트의 코 바로 아래에 얼굴을 들이밀었어, 눈까지 완전히 접으며 활짝 웃는 그 웃음이 너무 이뻤어, 아침에 처음 만나서 눈이 마주쳤을 때 지어주던 그 웃음이었지,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시해주었어

 " 나도 오늘 너를 만나서 기뻤어, 베르톨트 "

그 말에 베르톨트가 활짝 웃으며 완전히 고개를 들어 엘런과 눈을 마주치려고 했어

쾅-

배에 알싸한 통증과 함께 몸이 날라가 좁은 골목에 부딪혔어, 눈 앞이 번쩍이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갔어. 베르톨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갑자기 제 몸에 일어난 고통을 인식하기가 어려웠어 고통 속에서 미간을 구기며 베르톨트가 천천히 눈을 떴어, 골목에서 들어오는 그 미약한 빛을 등지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엘런이 보였어, 그러나 그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 아픈 배를 끌어안고 베르톨트가 숨을 몰아쉬며 ' 엘런? ' 하고 그를 불렀어 그 것에 답해주듯 엘런이 상체를 숙여서 베르톨트와 눈을 마주쳐 주었어, 엘런은 분명 여전히 웃고 있었어. 웃고있었지만 역광 때문인지 등골이 싸해지는 기분이 들었지 ' 설마.. ' 베르톨트가 소리가 아닌 입 움직임 만으로 말을 만들어 냈어

 " 내가 말했지, 니가 최고로 고통스러워할 방법으로 너를 죽여주겠다고 "

베르톨트는 그 말을 하는 엘런의 그 빛나는 금안을 기억했어, 잊을 수 있을리가 없는 눈빛이었어.
그래, 그 눈은 루프하기 이 전, 자신의 첫 죽음 직전 자신을 증오하며 저주하던 엘런의 눈이었어

금안의 서늘한 눈빛이 또렷하게 베르톨트에게 말했어

 ' 나는 너를 용서한 적이 없어 '라고...

 

 

 

 

 " 엄청 놀란 표정이네? 내가 기억 못 한다고 생각했어? "

흔들리는 눈동자로 저를 올려보며 주저 앉아있는 베르톨트의 뺨을 톡톡 때리며 엘런이 비웃었어, 분명 저건 내가 아는 엘런이 맞는데, 분명 엘런인데... 베르톨트는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어

 " 어때? 좋았어? 내가 모르니까 좋았어? 그래서 또 친구인 척하시려고? "

엘런이 방긋 웃었어, 해사하게 웃는 얼굴에는 그 어떤 악의도 담기지 않은 듯 했지만 그 말에 들어선 가시는 날카롭고 위태로웠지, 베르톨트는 그런 엘런을 보면서 생각했어, 맞아 이건 분명 내가 아는 엘런이 맞아.. 다만 이 엘런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 마지막의 엘런이 아닐 뿐이었어, 분명 마지막에 기억해냈지만 마지막이 아니었던 엘런, 자신이 제일 처음 알고있던 엘런이었어.

 " 너도 기억이 있는 모양인데, 그럼 미안해서라도 나한테 아는 척 하면 안돼는 거 아닌가? 두번이나 배신하시려고? 네? 초대형 거인씨? "
 " 엘런... "
 " 왜? 변명이라도 하시게?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우리 이야기는 이미 전생으로 끝난거 아닐려나? "
 " 엘런.. "
 " 전생으로 끝났다고 했잖아, 너도 결국 병장님 손에 죽었으니까 우리 그걸로 쌤쌤이 치자고? 어? "

엘런이 다다닥 내뱉는 말들은 베르톨트에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어, 베르톨트는 미칠 것 같았어. 이 엘런은 기억하고 있어, 분명 기억하고 있어, 루프 이전의 세계를 말이야. 왜 이 경우는 생각해보지 못 했던 걸까? 베르톨트는 자신이 생각지도 못 했던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만나고 말아버린거야, 엘런이 기억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이 루프 했던 이 전의 시간의 기억만 가지고 있는거야. 생각해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일이었어, 엘런은 그 수많은 루프 속에서 단 한번도 이전의 루프를 기억한 적이 없었어, 그 루프를 기억하고 그 루프를 알고있던건 오로지 자신뿐이었어. 어째서 자신은 이 경우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 니 얼굴 보는 것도 싫긴 한데, 일이 이렇게 된거 어쩌겠어, 서로서로 모른 척 하고 살자? 응? "

부탁같은 강요를 들먹이며 엘런이 웃었어, 베르톨트는 말로도 몸으로도 그 강요에 동의를 표현할 수 없었어, 뇌에서 생각하는 속도와 상황이 흘러가는 속도가 맞지 않아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거든, 침묵한 체 여전히 떨리는 눈으로 자신을 보는 베르톨트를 보며 그 것이 곧 동의라 생각한 엘런은 다시 한번 베르톨트의 뺨을 톡톡 치며 잘 알아들은거지? 라고 웃었어, 그리고 몸을 일으켜 세우고 주변을 조금 둘러보는 듯 하다가 다시 베르톨트를 잠시 쳐다봤고, 베르톨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어 주자, 생긋- 한 번 웃어주고는 돌아서서 골목길을 빠져 나갔어. 엘런이 가버린 뒤, 그 엘런의 뒷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쳐다보던 베르톨트는 엘런이 보이지 않게 된 후 그대로 무릎을 끌어안고 그 어두운 골목에서 울부짖었어, 자신은 무엇을 위해 그 수없는 시간을 돌고 또 돌았던거지?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 곳을 돌고 또 돌았던거지? 나는 사과하고 싶었어, 이기적인건 알지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 그리고 난 전했어... 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무엇 하나 전해지지 않았어..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그 시간을 돌았던거지? 베르톨트는 이 잔인한 현실에 울고 또 울었어, 어두운 골목에 베르톨트가 우는 소리만이 울리고 또 울렸어, 그 날 베르톨트는 어떻게 자신이 집으로 돌아갔는 지 기억하지도 못했어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은 베르톨트의 기분을 전혀 상관없이 또다시 아침을 맞이 했어. 베르톨트는 엘런을 만나기 위해 다시 학교로 가야했지.

 

단 하루의 꿈처럼 다음 날 엘런과 베르톨트 사이에는 냉랭한 공기가 흘렀어, 옆자리인 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붙어있어야 하는데 어제 그런 일을 겪고 나니 둘 다 서로에게 입을 뗄 생각을 안 했거든, 반 애들은 전학 첫 날부터 저 엘런과 친하게 지내던 베르톨트에게 당황했는데 단 하루만에 둘의 분위기가 바뀐 것에 더 당황했어. 옆자리라 수업시간, 쉬는 시간 가릴 것 없이 어느 한 쪽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내내 붙어있는데, 그 공기가 너무 차서보는 애들이 다 피곤해질 정도였지. 둘의 행동을 보자면, 엘런은 베르톨트가 존재도 하지 않는 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어, 지우개를 실수로 떨궜을 때 바로 옆에 있는 베르톨트에게 주워달라 할 수 있음에도 그 보다 멀리있는 미카사를 찾았지, 명백하게 베르톨트 자체를 무시하는 태도였어, 베르톨트는 그런 엘런 옆에서 땀만 뻘뻘 흘리며 안절부절하지 못 하고 있었어, 말을 건네지도 어떻게 행동을 취하지도 못 하지만 베르톨트의 신경은 모두 엘런에게 쏠려있다는 게 보였지. 둘 사이의 온도차가 엄청난 걸 보니 싸우긴 싸운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전학 온 애가 단 하루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저런 상황을 겪게 되는 지 반 애들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음

지나가는 썰로 잠깐 썼지만 엘런은 반 내에서 짱과 같은 개념으로 보여지고 있었음, 그 날라리 계의 짱은 아니고 모범적인 의미로 짱... 음.. 정의의 사도 같은 느낌? 그랬던 엘런이기 때문에 반 애들은 엘런이 누군가를 무시하는 경우를 처음 봤어, 진짜 처음이었지 엘런도 평범한 남고생이야 누군가랑 시비털고 싸우는 일은 흔할 수 있어 그치만 엘런은 이유없이 싸운 적이 없었어, 명백하게 어느 쪽이 잘 못한 게 보일 때만 엘런은 싸웠어, 왕따? 은따? 그런 걸 절대 시킬 애가 아니었단 말이지, 그건 반 애들도 아주 잘 아는 사실이었어. 그런 엘런이 지금 어제 전학 온 애를 저렇게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어. 반 애들은 베르톨트에 이해 할 수가 없었어, 도대체 어떤 애이길래 저 엘런이 무시할 정도인가 싶어. 그것도 어제까지는 친하게 지냈으니까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지, 어제 하교길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 같은데... 어제 전학 온 당일에도 베르톨트가 엘런네와만 다녔었기 때문에 반 애들은 ' 베르톨트 ' 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지, 그랬기 때문에 애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베르톨트보다는 자신들이 아는 엘런 쪽에 붙기로 했어, 반의 대다수가 이 때 베르톨트를 불편하게 느끼고 피하기 시작했지

물론, 모든 아이들이 다 피한건 아니었음. 애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야 어리긴 해도 철이 아예 없는 나이는 아니었고, 사람에 대해 스스로 파악하는 정도의 노력은 하는 나이였단 말이지. 그래서 엘런도 뭔가 이유가 있어 저럴 것이라고 생각한 애들이 있었어, 뭔가 둘만의 사정이 있는 거지.. 라는 느낌? 베르톨트가 키가 크고 덩치는 좀 있지만 인상 자체는 험악한 애가 아닌데다가 엘런 옆에서 저리 뻘뻘거리면서 땀을 흘리는 걸 보니 진짜 질 나쁜 날라리라는 생각은 안들었거든, 그래서 뭔가 둘 사이에 오해가 있다던가 그런게 아닌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애들은 베르톨트에게 다가갔어. 물론, 저 차가운 공기를 뚫고 가는 데 꽤나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애들은 점심시간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지만

 " 저기 베르톨트 "

급 식차 시스템이 아닌 급식실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반 애들은 수업 종 땡 치자마자 급식실로 달려가느라 웅성웅성 시끄럽고 정신 없었지, 반에는 이미 반 이상의 학생이 빠져나간 상태였어, 지금이 딱 베르톨트에게 말을 걸기 좋은 타이밍이었어, 너댓명의 무리 중 대표로 보이는 남학생이 꽤나 용기를 내서 베르톨트를 불렀어, 베르톨트와 엘런은 아직 각 자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기에 둘은 옆자리에 앉아있었지

 " 어제 전학 온 뒤에 이야기도 제대로 못 나눠본 것 같아서, 같이 점심 먹으러 갈래? "

목 소리가 떨리는 걸 보아 학생은 꽤나 용기를 낸 모양이야, 이건 둘이 아직 같이 앉았있었기 때문에 더 그랬지, 그러나 학생들의 걱정과 달리 엘런은 이쪽으로 눈길하나 주지 않은 체 그저 교과서를 정리해서 서랍에 집어넣으며 제 학생증을 꺼내들며 천천히 일어났을 뿐이었어, 그 태도에는 너네가 대화를 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처럼 보였어, 정말 베르톨트 그 자체를 신경쓰지 않는 거였지... 어떤 의미에서는 왕따같긴 한데, 딱히 왕따 같지도 않다고 애들은 생각했어. 미묘한 공기였지... 그랬기 때문에 애들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했어, 베르톨트가 나쁜게 아니라 둘 사이만의 무언가 오해가 있는 거라고 그래서 조금 더 용기를 받은 애들이 서로서로 입을 열었어

 " 맞아, 어제 대화 하나 못해서 섭섭했다고 "
 " 키 엄청 크다, 비법이 뭐야? "
 " 우리 학교 급식 생각보다 끝내준다 "

용 기를 받은 애들은 밝게 대화를 걸었어, 이들은 사실 어제부터 베르톨트에게 관심이 있었어 다만 베르톨트가 엘런네랑만 붙어있어서 틈을 못 잡은 거 뿐이었지. 꽤나 들떠서 중구난방으로 말을 꺼내던 애들은 베르톨트가 뭐라고 답할지를 기대하고 있었어, 그런 애들에게 돌아온 베르톨트의 태도는 애들이 상상한 것과 전혀 틀렸지

 " 미안해, 엘런이 가서 "

애들이 말을 걸어오는 도중 엘런은 학생증을 꺼내들고 사물함에 잠시 들려 뭔가 뒤적거리며 확인하더니 이내 급식실로 가기위해 교실 뒷문으로 나갔고, 그 모든 것을 계속 눈으로 쫒던 베르톨트는 엘런이 나가는 순간 애들의 말을 자르고 벌떡 일어나서 엘런을 쫒아갔어, 한참을 말을 건내던 아이들은 베르톨트의 그런 태도에 조금 뻥져서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린 뒤 툴툴 걸면서 화를 냈어. 베르톨트의 등 뒤로 애들이 화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베르톨트는 돌아가거나 하지 않았어, 저에게 눈길하나 주지 않는 그 엘런의 등을 바라보며 적당히 거리를 둔 체 뒤를 따라 갔어, 엘런은 돌아보지 않았어, 분명 자기 뒤에 베르톨트가 쫒아오고 있음을 알았을 텐데도 엘런은 그저 앞만 보고 걸었어, 대화 하나 없이 둘은 급식실을 갔어, 함께 가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없는 미묘한 공기를 사이에 둔 체 말이야.

 

반 애들은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베르톨트는 엘런에게 철저하게 공기 취급을 받고 있었어, 보통 사람이 아무리 사람을 무시하려해도 제 옆에서 인기척을 내고 뭔가 행동을 하면 실수로라도 한번은 눈길을 주기 마련인데 엘런은 그런 거 전혀 없이 철저하게 베르톨트를 없는 사람 취급했어.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해내는 건지 반 애들로서는 놀라울 따름이었지. 그리고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베르톨트였어, 처음 저 급식실 사건만 해도 애들은 베르톨트가 왜 저러는가? 긴가민가했어, 엘런한테 뭐 협박당하나? 진짜 뭐 있나? 그래서 저렇게 엘런바라기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야 엘런이 철저하게 자신을 공기 취급하자 진짜 공기가 되버린거야. 마치 엘런이 나에게 하는 건 모두 감내할 수 있다는 거처럼 엘런이 공기가 되라고 하면 진짜 공기가 될께라는 듯이. 처음에는 그래도 베르톨트에게 말을 걸면 짧게나마 대답했어, 그나마도 대부분이 ' 응, 그래, 미안해 ' 가 거의 전부였지만, 이마저도 엘런에게만 집중하느라 아예 못 들은 것처럼 대답을 놓치기 시작했어, 진짜 이상하고 기묘한 관계였지, 한 사람을 철저하게 공기 취급하기 위해서 그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척 온 신경을 쓰는 아이와 한 사람에게 철저하게 공기 취급받기 위해서 온 신경을 그 사람에게 쓰면서 신경쓰는 것을 티내지 않는 아이가 나란히 옆 자리에 앉아있었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서로에게만 집중한 두사람의 관계에 애들은 무신경해져갔고 애들은 둘의 의사를 존중이라도 해주는 듯 베르톨트를 공기로 만들어주었어, 반에서 그에게 말을 건내는 아이가 단 한 명도 없게 된거야.

그렇게 아무도 말을 걸지 않게 된 그 때, 둘의 관계에 변화가 생겼어

 " 아.. 덥다. 시원한 거 땡기네 "

여전히 나란히 옆자리를 앉아있던 두 사람 중 엘런 쪽에서 입을 연거야, 초가을의 아직 늦더위에 뱉을 수 있는 말이었음에 그 혼잣말 같은 말에 신경쓰는 반 아이들은 없었어, 그 말을 신경쓴 사람은 단 한 사람 베르톨트였어. 베르톨트는 매우 자연스럽게 일어나 반을 나갔어, 그 움직임에 소리는 별로 없었어 그리고 돌아온 베르톨트의 손에는 찬 음료와 아이스크림이 들려있었지, 베르톨트는 그걸 아주 조심스럽게 엘런의 책상 위에 올리고는 제 자리에 앉았어. 엘런의 말에 신경쓰지 않았던 아이들이 베르톨트의 행동에는 신경이 쓰였기에 그 모습을 보고 있었어, 엘런은 베르톨트가 사온 그 것을 거절하지 않았어, 사온 베르톨트를 쳐다보지도 않았어, 그저 제 책상을 물끄러미 보던 시선 그대로 그 위에 올려진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보더니 이내 그 아이스크림을 뜯어서 먹었어, 마치 그 것이 거기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듯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그 얼굴에는 표정도 말도 없었지, 베르톨트 역시 그런 엘런을 보거나 말을 걸거나 하지 않았어, 언제나 그랬듯이 제 자리에 앉아있었어... 반 애들은 그 모습을 그저 멍하니 보고 있었어

이 후에 이 둘은 셔틀아닌 셔틀같은 관계가 되었어, 엘런은 아주 가끔 저런 식으로 혼잣말을 던졌어 ' 아, 펜이 안 나오네 ' , ' 덥다, 아이스크림 ' ' 오늘 점심 맛 없었다, 배고파 ' , 그건 진짜 혼잣말이었어 누군가 들어주고 해주길 바라는 그런 말이 아니었어, 진짜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툭 던지는 그런 혼잣말이었단 말이지,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면 베르톨트가 곧바로 엘런에게 필요한 것들을 가지고 왔어, 그리고 그 것을 엘런의 책상에 올려주고 엘런은 그 것을 당연하다듯이 받았어, 셔틀? 셔틀이긴 한데, 셔틀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웠어. 엘런이 괴롭히고 있는 거라고 보기에 엘런이 뭔가 한 거 같지는 않아, 보기에는 베르톨트가 그냥 엄청 헌신적인 것 같기도 해. 헌신과 괴롭힘 그 사이의 미묘한 경계선에 걸쳐져있는 관계였지, 이런 미묘한 관계가 되니 애들도 다시 베르톨트에게 주목하게 되었고 그가 거기에 있음을 다시 알게되었어, 그래서 몇몇 애들이 말을 걸었지만 베르톨트는 그저 웃음으로 답을 했고 결국 다시 말을 거는 이는 없어졌어, 말을 거는 이는 없었지만 베르톨트가 거기 있음은 애들이 모두 알게 되었어

애들은 그냥 이 둘의 관계에 터치하기를 완전히 포기해버렸음, 더 이상 뭐라하기가 어려웠음, 엘런과 가장 가까운 아르민이나 미카사도 이 둘의 관계에 대해서 전혀 터치를 안 하고 당사자들도 뭔가 반응이 없으니 애들이 터치하기도 어려웠고 할 이유도 없어졌음, 그냥 애들은 이제 저 둘의 저런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 베르톨트가 또 무언가 사러 나갈 때면.. 아 또 가는 구나 정도로만 신경쓰게 되었지. 그렇게 엘런과 베르톨트의 다소 이상한 관계가 이어졌음

그리고 그 관계가 2주쯤 됐을 때, 결국 엘런이 폭발하듯 폭력을 휘둘렀음.

 

엘런은 수업을 마치고 제일 늦게 나왔어, 아르민과 미카사에게 딱히 다른 말은 안 전해서 둘은 꽤 늦게까지 일어나지 않는 엘런의 눈치를 보다 먼저 일어나서 둘이 함께 나갔지. 텅 빈 교실안에는 베르톨트와 엘런만이 있었음. 베르톨트는 일어나지 않았어. 철저하게 무시받고 있는 이 상황에서도 베르톨트는 항상 엘런의 옆자리를 지켰어, 등교하면 엘런의 옆자리에 앉고 엘런이 나가면 따라 나가고 엘런이 돌아오면 따라 돌아오고 엘런이 하교할때면 교문까지 꼭 쫒아갔어, 학교 안에서 베르톨트는 항상 엘런 주변에 있었어 화장실은 매너상 안 따라갔습니다 하하 이 날도 그랬어, 엘런이 제일 끝으로 나갈 때까지 옆에서 기다렸고 엘런이 일어선 후에야 베르톨트도 짐을 챙겨 일어났어, 베르톨트가 따라옴을 알면서도 엘런은 묵묵히 제 짐을 챙겨 나갈뿐이었어, 엘런을 쫒아 나가던 베르톨트는 교실 문이 잠기지 않았음에 아차 하는 기분으로 교실로 되돌아갔어, 아무리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했으니까. 반으로 돌아간 베르톨트는 교실 문을 잠그고 학급일지를 챙겼어, 다시 복도로 나왔을 때는 엘런이 보이지 않았지. 엘런을 놓친 것에 시무룩해진 베르톨트가 엘런이 갔을 것으로 생각되는 방향을 잠시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고 학급일지를 돌려놓기 위해 교무실로 갔어 그런데 그 곳에 엘런이 있었음. 엘런은 매우 자연스럽게 리바이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지, 거리가 있어서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서양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았어. 티없이 맑게, 진심을 다해서 화사하게 웃고있는 엘런이 너무 이뻐서 베르톨트는 그 모습을 멍하게 쳐다봤어, 리바이는 여전히 눈"눈 한 표정이었지만 그 사이의 공기는 달고 편했지, 저와 엘런 사이에서는 절대 생길 수 없는 그런 공기였어. 베르톨트는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가슴이 아렸어,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보던 베르톨트는 이내 정신을 챙기고 학급일지를 원래 위치에 꼽고 나갔어, 엘런이 있지만 지금의 엘런 옆에 있을 생각은 없었어. 있을 수 있을리가 없었지, 자신은 엘런의 생각대로 공기가 되어 줄 생각이지만 엘런이 바라는 공기는 저 공기가 아니야, 방금의 엘런 주위에는 충분히 엘런을 위한 공기가 채워져 있었는 걸, 베르톨트가 서 있을 공간은 어디에도 없었어. 교무실 뒷문으로 복도에 나온 베르톨트는 아픈 심장 쪽을 조금 툭툭 쳤어, 조금 쎄게 쳤던걸까? 눈가에 눈물이 고인 것 같았지. 그런 베르톨트 주위에 인기척이 느껴졌어, 선생님이라도 나오신건가? 이 시간에 학생일리는.. 이라고 생각한 베르톨트가 인기척이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거기에 엘런이 있었어, 엘런은 베르톨트와 달리 교무실 앞문으로 나왔어, 이쪽을 보고 있었지 순간적으로 눈이 마주쳤으나 엘런이 먼저 홱 몸을 돌리고 가버렸어 베르톨트는 급하게 그런 엘런의 뒤를 쫒았어 마치 엘런이 자신을 기다려준 것 같았어 그리고 교문을 나왔을 때 앞서 가던 엘런이 몸을 돌려서 제 손목을 잡아챘어, 그리고 질질 끌려갔지. 키나 힘으로 절대 밀리지 않는 베르톨트지만 그는 엘런이 하는 데로 냅두었어, 지금 이 순간 엘런이 자기를 인식하고 저를 잡고, 저를 데려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뻤어. 정말 오랜만에 닿은 엘런의 체온은 여전히 따스하고 기분이 좋았어. 왜 갑자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렴 어땠어 엘런이 잡아준 것 만으로도 좋았으니까. 베르톨트는 절로 헤실헤실 웃음이 나오는 얼굴로 엘런에게 끌려갔고 둘은 전학 첫 날에 갔던 그 골목에 들어갔어. 베르톨트는 아... 라고 낮게 내뱉었어, 그래 베르톨트 갑자기 좋은 일이 생길리가 없지 베르톨트는 저에게 속으로 비웃었어 그리고 엘런이 제 배를 향해 내리꽂는 주먹질을 그저 받아들였어, 그 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다리가 절로 휘청거렸어, 엘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제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어. 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엘런이 고개를 들지 않는 이상 베르톨트가 엘런을 볼 때는 항상 그 동그란 정수리밖에 못 봤어, 엘런은 저를 올려다 보지 않았고 오히려 고개를 더 숙이고 있었지, 베르톨트 역시 몸을 낮추어 엘런을 바라보지 않았어. 엘런은 마치 샌드백이라도 패듯이 양 손을 휘둘러 베르톨트의 몸을 때렸어, 때리고 또 때렸어, 맞을 때 마다 충격으로 몸이 휘청거리는 느낌이었지만 베르톨트는 이를 악물고 버텼어. 제 몸이 휘청이다가 엘런이 잘 못 때려서 다칠까 그게 걱정되서 버텼어, 아프다고 신음내지 않았어 엘런이 그 소리를 듣고 멈출까봐, 차라리 아픈 게 났다고 생각했어

베르톨트는 이 모든게 자신의 죄를 용서받는 길이라고 생각했어, 마지막에 자신의 목숨을 내줌으로서 용서를 받은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으니까. 베르톨트도 그 것을 이해했어, 그 정도로 용서받을 정도로 가벼운 죄가 아님은 스스로도 정말 잘 알고있었으니까, 오히려 그 마지막 죽음까지도 이기적인 선택이었으니까, 그래서 베르톨트는 지금의 엘런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던거야. 엘런이 이렇게 해서 화가 풀린다면... 제 죄가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그걸로 충분했어, 마지막 루프 때 용서받기 위해서라면 몇 번이라도 제 목숨을 주겠다고 각오했던 베르톨트야, 이런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

어두운 골목길에는 꽤 오랫동안 엘런이 베르톨트를 때리는 소리와 조금 가빠진 엘런의 숨소리가 울려퍼졌어, 대화없는 침묵의 폭력이 흘렀어

 

엘런은 늘 남들에게 안 보이는 곳만 때렸음. 딱히 의도했다기 보다는 얼굴을 보지 않은 체 때리기 위해서 둘 다 서있는 상태로 배부분 쪽만 가격을 하다보니 그렇게 된거였음. 거기에 베르톨트가 전생의 영향인지, 엘런이 살살 때려서 그런건지 상처가 꽤 빨리 났는 편이었음. 그래서 결과적으로 둘의 이 일방적인 샌드백 관계는 이 둘만 알고있었음. 매 번 매번, 같은 장소에서 엘런은 이를 악물고 베르톨트를 때렸고, 베르톨트는 눈을 감고 그것을 다 맞아주었어, 그렇게 또 다시 2주라는 시간이 흘렀음. 오늘도 여전히 방과후에 늘 맞던 그 장소에서 엘런은 베르톨트를 때렸어, 오늘은 첫타가 꽤 강해서 베르톨트가 뒤로 넘어졌고 엘런은 베르톨트가 넘어진 그 상태 그대로 위에서 내리누르며 그를 때렸어, 처음으로 베르톨트는 자신의 때리는 엘런의 얼굴을 봤어, 어두운 골목에 빛이 들리 없건만 엘런의 금안은 분노로 가득차 반짝이고 있었어, 베르톨트는 그 눈을 보다가 이내 눈을 감았어, 그 시선을 계속 받으면서 맞을 자신이 없어졌어. 그렇게 베르톨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체 엘런에게 맞았어, 골목 안에는 늘 그래왔듯이 꽤 오랜 시간 엘런이 베르톨트를 때리는 소리와 엘런의 조금 가빠진 숨소리만 울렸음

엘런이 휘두르던 주먹이 멈췄어, 항상 이렇게 엘런의 일방적인 폭력이 끝나면 엘런이 먼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서 가버리고 베르톨트는 그 것을 가만히 쳐다보다 더 늦게 그 골목을 빠져나왔었어,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 그랬는데, 베르톨트가 눈을 떴어, 아.. 끝나구나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눈을 떴는데, 오늘은 평소와 제 시야가 달랐지, 자신은 엘런의 아래에 깔려있었으니까, 눈을 뜨자마자 엘런의 얼굴이 시야 가득 담아졌어, 처음으로 엘런을 얼굴을 봤어.

엘런은 울고있었어

분명 베르톨트를 때리기 시작했을 때, 베르톨트가 눈을 감기 직전에 보았던 엘런의 얼굴은 분노에 차서 어쩔 줄 몰라하는 그런 표정이었는데, 다 때리고 난 엘런은 표정은 울음을 꾹 참을려하나 참지 못해 눈물을 그렁그렁 맺고 있었어, 베르톨트는 이해 할 수가 없었어 왜? 왜? 왜 우는거야, 엘런? 너는 이렇게 화낼 자격이 충분히 있어, 너는 나에게 이보다 더한 짓을 해도 괜찮아, 너에게는 그럴 자격이 충분이 있어, 그 행동에 죄책감도 뭣도 느낄 필요없어, 그냥 너는 나에게 화를 내면 되는 거야, 그런데 왜...왜 너가 울고있는거야? 당황한 베르톨트는 손을 들었어, 엘런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어. 제가 그럴 자격이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할 여유같은 건 없었어. 엘런이 울고있잖아, 생각보다 많이 맞은 베르톨트의 몸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제 의사를 잘 따라주지 않았어 그래서 베르톨트의 손은 매우 천천히 엘런에게 다가갔지. 그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그렁거리는 눈으로 엘런은 또렷이 보고있었어, 그러나 쳐낸다던가 몸을 피한다거나 하지 않았어 그저 그대로 앉아 가만히 기다리며 베르톨트를 바라보고 있었지, 그 덕에 베르톨트의 손은 무사히 목적지까지 닿을 수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목적은 이루지 못했어, 엘런의 눈가에 닿은 손을 움직여 엘런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자 마자, 잠금해제 밀어버린 것 처럼 엘런이 큰 소리를 터뜨리며 울어버렸기 때문이었지. 이때까지 모아두었던 모든 울음을 토해내듯, 그 어떤 목소리도 울리지 않던 골목안에 엘런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어, 엘런은 진짜 어린 아이처럼 서럽게 큰 소리를 내면서 엉엉 울었어, 베르톨트는 그 것에 더 놀래서 제 몸을 급하게 일으켜세웠어, 맞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몸의 소리는 베르톨트에게 들리지도 않았어, 더 가까이 엘런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엘런의 눈물을 닦아주며 베르톨트는 안절부절 못 했어, 그렇게 골목 안에 한참을 엘런이 우는 소리만 울려퍼졌음, 엘런이 지친듯 울음소리가 조금 잦아든 후에야 베르톨트는 간신히 엘런... 이라고 작게 그를 부를 수 있었어, 그 부름에 답하듯 엘런이 오른손을 들어 제 눈가를 닦아주던 베르톨트의 오른손을 감싸 안듯 잡아주었어, 제 손에 닿아있는 엘런의 손의 체온이, 그 마지막 루프 때 제 목을 감싸고 있던 그 체온과 그대로여서 베르톨트는 어쩐지 기뻤어

 " 베르톨트 "

엘런이 나지막하게 베르톨트를 부르며 제가 안고 있는 베르톨트의 손에 뺨을 부볐어, 얼마나 크게 울었는지 목소리가 그새 조금 쉬었어

 " 나를 버려 "

그 다음으로 엘런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을 베르톨트는 이해 할 수가 없었어, 감겨있는 엘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다시 울 것 같았지

 " 나를 버려, 베르톨트 "

재차 확인시켜주듯 엘런이 다정하게 다시 말하며 눈을 떴어, 울음기 가득한 금안 그 어디에도 증오와 분노가 보이지 않았어, 그 안에는 그저 슬픔만 가득 차 있었어, 그랬기 때문에 베르톨트는 더 이해 할 수가 없었어

 " 제발, 제발 나를 버려, 베르톨트 "
 " 엘런...? "

이해 할 수없는 말이었기에, 베르톨트가 의문을 담아 그를 불렀어

 " 왜 나를 버리지 않는거야, 마지막에는 그렇게 잘도 나를 버렸으면서 "

눈물을 가득 머금은 눈이 다시 일렁이며 툭- 눈물을 떨궜어, 엘런의 눈에 가득찬 슬픔과 마지막 말을 듣고서야 베르톨트는 지금 엘런이 하는 말을 이해 할 수가 있었어

 

엘런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거야

 

여기서 잠시 엘런의 이야기를 먼저함, 엘런은 베르톨트와 달리 어릴 때 부터 기억을 찾았어 방식은 똑같이 꿈을 통해서였지만 베르톨트가 꿨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음. 베르톨트는 꿈에서 본인이 되어 본인의 시점, 즉 1인칭 시점으로 꿈을 꾼 데 비하여 엘런은 자신을 자신이 보는 시점, 즉 3인칭 시점에서 부유령처럼 떠다니며 제 전생을 보았음. 엘런은 아직도 자신이 처음 꿈을 꾼 날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꿈은 처음에는 그저 신기했지, 제 엄마도 아빠도, 옆집 소꼽친구인 아르민까지도 모두 그대로인데 복식과 주변 환경이 다른 그 세계는 소설책에서나 보던 판타지 소설 같았고 벽이나 거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더욱 흥미진지했지, 물론 자신이 미카사를 구하기 위해서 살인을 저지른 장면에서는 놀라기는 했지만, 그 것도 제가 했다라는 기분이라기 보다는 옆에서 보던 것이기 때문에 마치 뉴스에 나온 속보나 부모님이 몰래 본 잔인한 영화를 보는 기분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음 그러나 그저 흥미롭게 보던 꿈은 단 한 장면으로 순식간에 악몽이 되어버림, 어머니가 거인에게 먹히는 장면이었지, 그 때 엘런의 나이는 고작 8살, 이제 막 학교를 입학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했다하나 제 세계의 반절 이상이 부모님뿐인 어린아이에게 어머니의 죽음, 그것도 매우 잔인한 장면으로 보게 되는 것은 엄청난 충격이었고 공포였다. 그 부분에서 놀라 깬 엘런은 그대로 부모님 방에가 엄마의 품에 안겨 밤새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다. 그리고 첫 꿈 이후로 엘런의 꿈은 매우 천천히 그리고 드문드문 진행 되었다. 마치 할머니가 옛 이야기를 장면 하나하나 집어주시면서 전해주듯이, 천천히 그리고 상세하게, 절대 엘런이 잊지 못 하게 말이지 그렇게 꿈을 계속 꾸던 중 엘런은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갔고, 그 해에 옆집으로 미카사가 이사왔지. 미카사는 꿈에서 제 옆을 늘 지켰던 것처럼 저와 만나자 마자 친해져, 제 누나인 것처럼 옆에서 챙겨주었음. 그 것에 엘런은 엄청 이상한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이 것이 꿈이 아니란 생각을 그 때 처음으로 했다. 그와 함께 공포를 느낌, 그 어린 엘런이 느낀 공포는 꿈처럼 흘러가는 제 일상이 언젠가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실종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그 공포였지. 그래서 처음에는 그 꿈처럼 되는 게 싫어서 미카사를 많이 밀어내고 틱틱거렸다. 다행인건 이러한 엘런의 염려와 달리 엘런이 11살이 될 때까지 제 부모님께는 아무 일도 없었고, 그 꿈 외에는 저에게 딱히 특별할 일도 없었음. 부모님에게 어떤 일도 생기지 않음으로 꿈과 지금의 흐름이 다르다는 걸 느낀 엘런은 이걸 꿈으로 확실히 못 박았음. 그리고 11살이 되던 생일날 길게 천천히 보여지던 첫번째 인생의 꿈이 끝난다. 엘런은 꿈 속의 이야기들을 전부 기억했음. 보통 깨고 나면 잊을 만도 한데 매우 강조해주는 듯 천천히 보여진 첫번재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잊혀지지가 않았음, 아르민,미카사 더 없이 소중한 친구들도 104기의 동료들도 인류최강인 리바이병장님과 조사병단의 모두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거인화 인간들 그 모든 것을 기억했음. 앞에서 베르톨트 시점으로 이야기만 나왔으니 이 삶에서의 엘런쪽의 이야기를 하자면 베르톨트가 리바이의 손에 죽은 후 엘런은 병단으로 복귀에 성공해. 그러나 조사병단은 지능형 거인들을 모두 놓쳤기 때문에 궁지에 몰렸고 결국 거인의 정체를 단 하나도 밝히지 못한 체 벽이 부서지고 인류 멸망을 함. 정말 최악의 베드엔딩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었음. 제 죽음을 보는 것으로 끝이난 그 첫 삶을 다 본 어린 엘런은 얼떨떨한 기분이었음. 제 3자의 시점으로 본 지금과 비슷하면서 다른 제 전생은 그저 소설같을 뿐이었지.. 아, 잘 봤다. 완결났네? 이런 좀 시원한 기분도 느꼈던 것 같고 엘런은 이 꿈이 끝이란 사실에 좀 기뻤던 것도 같음. 그러나 그 생각과 달리 꿈은 계속 이어졌음.

2년이란 시간을 들여 길게 보여줬던 첫 삶과 달리 루프들은 빠르게 꿨음. 매우 중요한 장면만 보여주듯 다이제스트하게 지나갔지, 엘런이 첫 루프 꿈을 꿨을 때, 왜 이 꿈을 다시 꾸는거지??? 하고 멍땡하고 넘어갔고, 그렇게 루프가 2자리를 넘겼을 때, 이 꿈이 똑같은 삶을 계속 보여주는 게 아니라 루프 중이란 걸 알았음, 왜 루프를 하는거지? 저 꿈 속의 자신의 목표인 ' 거인 구축과 벽 바깥 세계의 탐험 '을 실패해서? 엘런은 의문이 들었음. 그러나 이내 그 질문은 틀렸다는 걸 알았음. 왜냐면 이미 지나온 몇 번의 루프에서 자신은 저 두 목표 중 거인구축은 성공하기도 했거든. 벽 바깥 세계의 탐험도 바다를 보지 못했을 뿐, 벽 밖을 나가기는 했었어. 어느 정도 꿈 속의 자신의 꿈은 이뤄졌었던 거야. 그래서 엘런은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이 루프를 하고 있는 주체가 자신이 아님을 알게되 그리고 그때쯤, 항상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알아채지, 그건 베르톨트의 시선이었음. 엘런이 꿈에서 제 3자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있는 사실이었지. 엘런은 저를 바라보는 베르톨트를 확실하게 알고 있었어 꿈 속의 자신은 루프들을 기억 못하니 모르겠지만, 꿈을 보고 있는 엘런은 모두 기억하니까 알 수 있었지, 베르톨트가 초대형거인이라는 사실을 말이지. 이 전 루프들에서 꿈 속의 자신은 지능형 거인들의 정체가 밝혀질 때마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 물론 그걸 보는 엘런은 어디까지나 보고만 있기 때문에 와- 악당이네,악당... 못된 놈들이네 정도에서 생각이 그쳐서 저 엘런의 그 절절한 마음까지 이해하기는 좀 힘들었음. 절절하게 이해하지는 못 했었도 베르톨트가 저에게 반가운 관계의 사람이 아님은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지. 그래서 그런 악당 베르톨트가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단 사실에 엘런은 기분이 좋지않았음. 감시라도 하는건가? 염탐? 이런 생각을 하며 엘런은 저를 보는 시선을 따라 베르톨트를 봤어, 그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 베르톨트의 표정은 어떤 감정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얼굴이었어, 괴롭고 아픈데 평정심이란 이름으로 꾹 눌러놓은 듯한 그런 표정이었지. 엘런은 그때까지 베르톨트를 악당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진짜 악당? 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어. 베르톨트의 그 표정은 엘런의 마음을 울릴 만큼 인상 깊게 박혔고 이 후부터 꿈을 꾸는 엘런도 베르톨트를 바라보기 시작했음. 그리고 그런 엘런의 시선에 응하듯 베르톨트도 그 다음 루프부터 저와 친하게 지냈음. 물론, 전에도 친하게 지내기는 했는데 더 친해진거지. 엘런은 그때마다 자신이 아니라 베르톨트를 바라봤음. 꿈 속의 자신과 함께 있는 베르톨트는 편해보이면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음. 마치 제 자리인데, 모르는 친구가 와서 앉아 있을 때 말을 걸지 못하는 소심한 애를 보는 것 같았음. 어차피 저기 베르톨트 옆에 있는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르는데, 더 뻔뻔해져도 될텐데...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베르톨트를 보며 엘런은 한심하단 생각에 웃었다가 왜 내가 저 사람 편을 들고있지? 하고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졌어. 그리고 전생의 기억들은 게속 흘러가서 자신이 베르톨트에게 분노와 증오를 쏟아내는 그 장면을 보게 됨, 자신의 증오를 듣는 베르톨트의 아무 말도 없는 표정에 아직 어렸던 엘런은 감정을 읽기 힘들었음. 그에 비해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의 손에 그가 죽을 때 그가 지은 표정에서는 확실하게 감정을 읽을 수 있었어, 슬픔과 미안함, 죄책감, 애정.. 그 모든 게 범벅되어 있는 그 얼굴은 그 무엇보다 슬퍼보였어, 그래서 그 꿈을 꾼 날 엘런은 깨어나서 조금 울었다.

그리고 그 다음 꿈에서 부터 그는 자신의 꿈에 나오지 않았지.  

 

베르톨트가 벽을 부수지 않는 루프가 시작된거임. 엘런은 그가 안 보임에 조금 의아했어, 그가 안 보이는 대신 자신의 부모님은 무사하셨고, 여전히 벽 안이기는 이 전에 그 루프들에 비하면 평온하고 행복한 생활이 이뤄지고 있었지. 그래서 엘런은 그럴려니하고 넘겼어. 딱히 나쁜 것은 없었으니까, 꿈 속의 자신은 여전한 목표를 향해 노력하였고 그 꿈을 이룰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었음. 그리고 그가 안 보인지 3번째 루프쯤 됐을 때 쯤, 엘런은 조금 초조해졌어. 왜 안 보이는걸까? 사실 이전에 그럴려니 넘기면서도 엘런은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던 그의 표정이 계속 눈에 밟혔어, 밟혔지만 이 전까지 그가 제 옆에 없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에 넘어간 거였지. 그런데 그가 나오지 않는거야, 왜 이제서야? 엘런은 알 수가 없었어, 그가 보이지 않았기에 그가 보고싶었어. 그 마지막 표정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어, 제 머리로는 다 이해하지 못할 온갖 감정을 전부 자신에게 토해내고 있는 그 표정을 말이야. 엘런은 제 스스로 그를 찾아볼까도 생각했으나 꿈 속의 엘런은 꿈 속의 자신 주위를 벗어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어. 그 다음에는 여전히 이 것이 그냥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했기에 자기 전에 그를 보게 해달라고 살짝 빌어보기도 했어. 자신이 보고 싶어하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그는 꿈에 나오지 않았어. 그렇게 자신만을 보던 이가 없어지니 엘런은 기분이 이상했어. 베르톨트는 배신자니까 오히려 그가 안 보인다는 게 더 좋아야 할텐데, 그가 계속 그리워지는 자신을 이해 할 수가 없었어. 그런 기분의 엘런을 이해하지 못한 듯 그가 보이지 않는 루프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고, 그렇게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는 다시 자신 옆에 서 있었어. 다시 그가 제 옆에 있음에 엘런은 어쩐지 심장이 두근 거렸어, 그는 전처럼 항상 꿈 속의 자신을 보고 있었어. 저와 함께 바라볼 때면 더 없이 행복하다듯이, 더 없이 기쁘다듯이 웃고 있었어. 그리고 자신의 시선이 그에게서 떨어지면 그는 더 없이 슬프고 더 없이 괴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어, 그 표정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그의 마지막 표정, 그것이었지. 엘런은 제 3자의 시선이었기에 그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어, 어떻게 사람이 저리 한 사람을 위해서 매달릴 수 있는지, 그 것이 대단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복잡했어. 확실한건 엘런은 살아오면서 저만큼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거엿어. 그래서 그가 꿈 속의 자신에게 고백을 했을 때 엘런은 그 것이 아주 당연하다고 받아들였고 놀라지 않았음. 그 이후의 둘은 아주 깨가 쏟아졌지. 깨가 쏟아진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였음. 엘런은 그 모든 것을 바라보았어, 꿈 속의 자신을 대하는 베르톨트의 행동,말, 표정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제 눈에 담고 기억했어. 자신과 연인이 된 베르톨트는 모든 동작 하나하나에서 감정이 뚝뚝 묻어나올 정도로 자신을 위하고 있었어, 이 전에도 그랬지만, 그때는 티나지 않게 조심스러웠다면 지금 대놓고 티를 내고 있었지. 그렇게 티나게 행동하는 한 편으로는 여전히 자신이 보지 않을 때 그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어. 저렇게까지 한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치는 모습에 엘런은 꿈 속의 자신에게 질투를 느낄 정도였어. 질투... 내가? 스스로 느끼고도 놀랬지만, 그 정도로 베르톨트의 모습의 옆에 있는 사람까지 탄성이 나오게했으니까. 그런 감정과는 별개로 엘런은 그를 비웃었어, 그래봐야 그는 초대형거인이고 자신의 적이고, 원수며, 위선자니까. 아니나 다를까 루프 속에서 다시 한번 자신이 그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어, 그는 그 말을 듣고 처음과 달리 웃었어. 웃었었는데, 또다시 죽기 직전 그 전의 그 슬픈 표정을 지었어. 엘런은 이 남자를 이해 할 수가 없었어. 그는 한결같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아파하고 자신을 위하고 있었어. 엘런은 그게 대단하고 신기하고 무서울 지경이었어.

그러던 중 그가 자신을 죽이는 모습을 보게 돼. 보통 꿈에서 자신이 죽으면 거기서 깼어, 자신의 기억이 끊기니 당연한 거였음. 그런데 이때는 깨지않았어, 깨지 않은 체 엘런은 자신을 죽인 베르톨트가 한 모든 행동을 보았어. 그가 거인화를 풀고 제 시신으로 달려오는 모습도, 제 시신을 끌어안고 울부짖는 것도, 제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는 것도 .. 그 모든 것을 다 봤어, 그 모든 모습이 너무나 슬프고 아팠어, 그는 제 손을 끌어안고 웅크린 체 울고 또 울었어, 다 쉬어버린 목소리로 계속 울고 있었지. 엘런은 왜 이 사람이 이렇게나 슬퍼해야하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어, 이 사람이 도대체 왜 자신의 꿈에서 이렇게 슬플 수 밖에 없는 지 알 수가 없었어. 자신은 목표를 이루기도 하면서 행복했는데, 꿈 속에 자신은 그래도 희망이 있는데, 이 사람은 왜 자신 밖에 없는 지 그 것을 이해 할 수가 없었어. 엘런은 웅크린 체 울고있는 베르톨트를 안아주고 싶었어, 그런 충동을 느끼게 하는 감정이 동정인지 연민인지 애정인지 그것은 엘런도 잘 몰랐어, 그냥 안아주고 싶었어. 그러나 꿈 속에서 엘런이 할 수있는 것은 그저 바라보는 것 뿐이었지. 엘런은 모든 것을 보았어. 그가 울부짖는 것을, 그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그가 제 손에 입을 맞추는 것을, 그가 바다를 가자며 제 이름을 부르고 웃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죽기 직전  ' 나는 너가 행복했으면해, 엘런 ' 이란 말을 입모양 만으로 만들어냈을 때 엘런은 결국 울음을 토해냈고, 그와 함께 깨어났어. 깨어난 엘런은 침대 위에서 꽤 오랜 시간을 웅크린 체 울었지. 그 날은 엘런이 중학교에 들어가는 날이었어

입학식에 간 엘런은 진심으로 놀랬어, 입학식 장안에는 낮익은 얼굴들이 많았거든, 그들은 104기 훈련병 시절의 동료들이었어, 이미 수십번 꿈으로 꿔왔기에 엘런이 얼굴을 잘 못 기억할 리가 없었어, 엘런은 그제서야 자신이 이때까지 꿔웠던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었던거를 알게돼, 어린 시절에 밀어두었던 그 생각을 다시 떠올리고 확신하게 된거야. 흔히들 말하는 전생이었던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엘런은 왜 그 꿈들이 그렇게 상세하고 실감났으며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계속해서 보여졌는 지를 이해 할 수가 있었음. 또한 자신이 어째서 그렇게 바다에 관해 집착하는가도 이해했음. 이때까지의 꿈에서 엘런은 두번째 목표인 바다를 본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자신이 아르민과 바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을 때 눈물이 터져나올 것처럼 가슴 설렜던 거라고 엘런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있었어. 전생이란 확신을 한 엘런은 우선 미카사와 아르민을 찔러보기로해,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기억이 있을까 해서였지. 그러나 셋은 여태까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음.,그 말인 즉 이 두사람은 기억이 없었지. 엘런이 자신의 전생에 대해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두 사람은 그저 재밌다, 신기하다, 그거 소설로 내볼려고? 라는 식의 답만 던져주었지. 두 사람은 기억이 없었어, 그리고 그건 그 두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어, 104기 애들 중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은 엘런 혼자였지. 엘런은 조금 섭섭해졌지만 이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전생의 기억들은 그렇게 유쾌한 것들은 아니니까.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전생이란 걸 알았다는 게 꼭 손해본 일도 아니었어. 엘런은 한가지 사실을 확신했지. 꿈 속에 그 남자, 그러니까 베르톨트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말이야. 중학교 안에서도 몇 명 안 보이는 사람이 있는 만큼 그도 조금 늦는 것 뿐일 뿐, 전생의 연에 따라 만날 것이라는 확신을 했어. 엘런을 그를 만나고 싶었어. 물론, 그도 다른 애들처럼 기억을 못 할지도 몰랐지만 그런건 별로 상관이 없었어. 단지 엘런은 그를 만나서 그가 진심을 다해서 활짝 웃는 얼굴이 보고 싶었음. 꿈 속에 그는 늘 슬픈 얼굴이었으니까, 그가 진심으로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고 엘런은 생각했어. 이런 조금 들뜨고 기쁜 상상을 하는 엘런의 현생과 달리 이때부터 엘런의 꿈 속 전생은 더 파국을 향해 달렸어. 베르톨트의 희생루프가 시작되었거든, 베르톨트가 엘런의 꿈을 이뤄주기로 결심한 것의 반작용 같은 것인지, 그는 그 때부터 대부분 빠르게 죽었어. 물론, 그 모든 죽음을 엘런이 본 것은 아니지만, 엘런이 본 그의 죽음들은 처절하고 잔인하기 이를 바 없었어. 그는 꿈 속의 자신을 향해서 외치고 또 외쳤어, 나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다고, 그 말을 하는 눈에 거짓은 없었어. 엘런은 그것을 똑똑히 보고 있었지, 그러나 분노에 휩싸인 꿈 속의 자신의 눈에는 그 것이 보이지 않았어. 보는 엘런이 다 답답할 정도로 둘은 통하지 않았어. 그는 울고 또 울면서 죽고.. 죽고 또 죽었어. 그런 그의 죽음을 뒤로 한체 자신은 여전히 제 목표를 향해 걷고 있었어. 서로의 목표가 너무 명확하게 보였기에,서로 거기서 전혀 눈을 돌리고 있지 않음이 보였기에, 엘런은 그 꿈 속의 자신과 그의 관계가 슬프고 아프며, 답답했고... 엘런은 꿈 속의 제 자신도, 그도 이해하면서 이해 할 수가 없었어.

 

엘런은 제 3자의 눈으로 그 모든 루프를 보았기에, 오히려 베르톨트를 이해 할 수있었고, 또한 이해 할 수 없었어. 그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그 수많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어, 처음 그를 배신자, 악당이라 생각하던 엘런도 그 모든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져 용서 할 수 밖에 없었지, 그가 자신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 가를 보았으나 그만큼 그가 얼마나 잔인하게 살아왔는 지를 봤으니까. 용서...라는 단어를 쓰기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긴했어, 엘런은 제 3자의 시선이라 꿈 속의 자신에게 완전히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바라는 ' 엘런의 용서 ' 가 자신이 해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안 섰거든, 그러나 엘런은 엘런으로서 그의 그 모든 행동들을 받아들였다는 건 확신했지. 그렇게 그의 행동을 받아주고 나니 베르톨트도 자신도 안타깝다고 생각하게 됐어. 서로의 목표를 바라보는 그 평행선이 너무나 안타깝고 이해 할 수가 없었어. 그가 조금이라도 자신, 그러니까 ' 엘런 ' 을 버린다면, 자신이 조금이라도 그를 이해했다면 어쩌면 서로에게 훨씬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엘런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그렇게 엘런이 생각하고 있었기에 베르톨트의 마지막 루프, 그러니까 자신의 손에 스스로의 죽음을 선택하는 그 루프는 슬픔과 동정,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를 낳게 했어. 엘런은 그 꿈에서 죽어가는 베르톨트를 향해 오열하고 외쳤어, 어차피 꿈이라 닿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외치고 또 외쳤어. 자신을 버리라고, 죽지말라고 왜 이렇게까지 슬퍼야만 하냐고 울고 또 울며 그를 죽이고 있는 자신을 말리기 위해 허우적 거렸어. 자신과 그의 이야기지만, 자신과 과거의 자신과 그의 이야기이기도 한 그 것을 말리고 싶었어.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 곳에서 엘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어. 그리고 그가 죽은 후 엘런이 자신이 죽을 때까지의 그 삶을 보고 꿈에서 깼어. 일어난 엘런은 멍하니 천장을 봤어.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어, 그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봣어. 그 날은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개학식이었지. 즉 베르톨트가 전학을 온 그 날인거야. 엘런은 모든 루프를 보고난 후에야 베르톨트를 만난거야, 베르톨트를 그날 만날 것이라는 것을 엘런은 예상하고 있었어, 그래서 베르톨트가 교실에 들어설 때 전혀 놀라지 않을 수 있었지. 그리고 들어오는 그를 보며 그가 기억을 하지 못하기를 바랬어. 그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기를 바랬어. 바라고 또 바래서 그가 자신을 봤을 때, 활짝 웃어주었어. 아무 것도 모른다듯이. 그리고 그런 자신을 보고 그가 아주 환하게 웃어줬어. 그 웃음이 너무 맑아서, 그가 기억을 못하는 것이라고 믿었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엘런의 생각과 달리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지. 모든 것을 기억함에도 그는 여전히 제 옆에 있었고, 또 다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어. 그 옛날에 그 한결같던 그 시선 그대로, 엘런은 화가 났어. 너무나도.. 너무나도 화가 났어. 전생은 끝이 났어. 그때의 루프가 또 이루어지리란 법은 없어. 같이 집에 돌아가자는 말에 자신을 보고 웃는 베르톨트를 보며 엘런은 생각했어, 이대로 두면 이 사람은 또 다시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버릴 것 같다고. 엘런은 그게 싫었어. 너무나도 싫었어. 그래서 자신이 먼저 그를 버리기로 결정한거야.

 " 내가 말했지, 니가 최고로 고통스러워할 방법으로 너를 죽여주겠다고 "

엘런은 일부러 이 말을 했어, 자신이 루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안다면, 자신이 그를 여전히 증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을 버리고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어.

 " 너도 기억이 있는 모양인데, 그럼 미안해서라도 나한테 아는 척 하면 안돼는 거 아닌가? 두번이나 배신하시려고? 네? 초대형 거인씨? "
 " 엘런... "
 " 왜? 변명이라도 하시게?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우리 이야기는 이미 전생으로 끝난거 아닐려나? "
 " 엘런.. "
 " 전생으로 끝났다고 했잖아, 너도 결국 병장님 손에 죽었으니까 우리 그걸로 쌤쌤이 치자고? 어? "

전생에서 끝내자는 말은 엘런의 진심이었어, 베르톨트가 더 이상 자신에게 매달리지 않기를 바랬어. ' 나 ' 라는 목표가 아니라 ' 베르톨트 ' 를 위한 목표를 위해 살아가기를 바랬어, 이제야 이렇게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났는데. 이제야 행복해질 수 있는데, 자신이 그를 잡는 것도 그가 자신을 잡는 것도 싫었어. 그가 자신을 완전히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엘런은 제 괴로운 마음을 숨기며 그를 더 괴롭혔어, 이 정도 했으면 된거야. 베르톨트 너는 충분히 했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두자, 모든 걸 그만 두자. 너를 위해 살아가. 엘런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 어두운 골목길을 빠져나왔었어.

 

그리고 다음 날부터 엘런은 베르톨트를 완전하게 무시했지. 자신이 시선을 주지 않으면, 그도 희망을 품지않겠지. 그가 스스로 포기하고 나면 이제 다른 목표를 가지겠지. 전생같은 거 이제 잊고 이제 더 이상 그런 슬픈 표정 짓지말고 살기를.. 그렇게 바랬는데, 그의 시선 끝에는 여전히 자신이 있었어. 엘런은 단 한번도 고개를 돌리거나 눈을 마주볼 수 없었어. 그 시선이 저에게서 붙어있는 그 감각이 떨어지지 않았어. 자신이 바란 건 이게 아니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엘런은 참고 또 참았어. 

 

 " 어제 전학 온 뒤에 이야기도 제대로 못 나눠본 것 같아서, 같이 점심 먹으러 갈래? "

 

그래서 엘런은 반친구들이 베르톨트에게 말을 걸었을 때 진심으로 안심했다.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베르톨트의 시선이 잠시나마 그들을 향했기에, 자신에게서 벗어났기에 엘런은 안심하고 일어났다. 곧 이어 그가 저를 뒤따라 나왔지만... 엘런은 뒤를 돌아보지 못 했다. 그가 무슨 표정을 하고 있을 지 볼 자신이 없었다. 꿈에서 봤던 그 슬픈 표정이 계속 어른 거리는 기분이었지.

 

사람은 지독하게도 변하지 않았어, 엘런의 고집도 베르톨트의 고집도 전생과 다를바 없었지. 베르톨트가 모두에게 무시받게 되었을 때 엘런은 짜증이 한계까지 몰려, 일부러 입을 열었어. 

 

  " 아.. 덥다. 시원한 거 땡기네 "

 

그리고 슬쩍 눈동자만 굴려 옆자리의 베르톨트를 바라봤어, 그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었어. 아아.. 젠장. 빌어먹을. 이 지독한 남자는 여전히 자신밖에 몰라, 엘런의 마음은 단 1g도 통하지 않은 체 여전히 자신만 보고 있었어. 제가 공기가 되어감에도 그렇게 하고 싶을까. 엘런은 안타까움을 넘어선 분노와 짜증을 식히기 위해서 그가 가져온 것들을 먹었어. 그리고 모두에게 그가 여기 있음을 알려주고 싶어서, 그에게 다른 이들을 좀 보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툭툭- 혼잣말을 내뱉었어. 그러나 베르톨트의 시선은 저에게서 떨어지지를 않았지. 

 

엘런이 마지막으로 든 수단은 폭력이었어. 이렇게까지 슬프고 괴로운면 이제 포기를 좀 해줬으면 좋겠어. 이 넓은 세상에 꼭 자기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라고 엘런은 생각했어. 그 정도로 오랜 시간을 시달리고 또 시달렸으면 이제 그만 좀 할 때 된거 아니냐고.. 이제 제발 여기를 그만 보고 주변을 좀 보고, 자신을 돌봐라고.. 그런 분노를 담아서 엘런을 그를 때리고 또 때렸어. 그는 그 모든 것을 감내하고 받아줬지 정말이지 바보같고 한심한 남자였어.

 

그리고 지금의 직전, 제 아래에 깔려서 얌전히 맞는 베르톨트를 보면서 엘런은 생각했다. 지금의 베르톨트가 바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무엇을 그리 간절히 원하기에 이렇게 까지 하는 지를... 엘런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 지 잘 알고있었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매우 잘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게 지금의 ' 엘런 ' 에게 원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 베르톨트가 바라는 게 자신인지조차 몰랐어. 베르톨트가 지금 어디를 보고 있는 건지 몰랐어. 엘런은 솔직하게 제 마음을 인정했어. 자신은 그가 자신에게서 벗어났으면 했다. 그의 세계가 자신을 벗어나서 넓어지길 바랬다. 이건 진심이었어, 그리고 그 진심을 바라게 된건 그의 그 슬픔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와 함께 전생의 자신을 질투하는 마음때문이었다. 그래, 엘런은 어느 순간 과거의 자신과 자신에게 경계를 긋고 있었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애처롭고 절절한 마음으로 사랑받았던 그 엘런이 자신으로 느껴지지 않았지, 왜냐면 자신은 그걸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으니까. 그래서 베르톨트를 밀치고 싶었다. 그 엘런을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베르톨트에게 화를 냈다. 이제 그만 그 엘런에게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그 엘런이 같은 엘런인지 알 수없었기에 너무나 혼란스럽고 아팠어 그랬기 때문에 더욱 더 베르톨트가 다른 곳을 바라보기를 바랬고 지금까지의 상황이 너무나 서럽고 아파서 울었다. 그렇게 흘러내리는 자신의 눈물을 베르톨트가 닦아주었어.

 

엘런은 그 손길을 기억하고 있어, 그건 마지막 기억 속에서 저에게 목이 졸려 죽어가며 제 눈물을 닦아주던 그 다정한 베르톨트의 손길이었어. 분명 바라보기만 했던 기억인데, 그 촉감이 닿는 순간 엘런은 그 촉감과 체온까지 모두 기억했다.  

 

아아... 엘런은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어. 

 

" 베르톨트 "

 

엘런은 그제서야 깨달았어, 전생에도 지금에도 항상 같은 엘런과 베르톨트가 함께 했음을.

그 사실을 자신이 전생과의 경계를 일부러 만들어 애써 외면했음을...

 

엘런은 사실 다 알고 있었어. 

 

" 나를 버려 "

 

자신은 마지막에 저를 버린 베르톨트에게 화가 났었어, 너무나도 화가났기에 그에게 모질게 굴었어. 

 

 " 나를 버려, 베르톨트 "

 

그 것은 그를 향한 자신의 어리광이었지만

너무나 부끄러웠기에 엘런은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거지. 

 

 " 제발, 제발 나를 버려, 베르톨트 "

 

그 어리광은 단 하나, 베르톨트에게 자신이 바라는 단 한가지에서 비롯된거야. 

 

 " 왜 나를 버리지 않는거야, 마지막에는 그렇게 잘도 나를 버렸으면서 "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줘, 베르톨트

엘런은 그것을 바라고 있었어. 

 

 

그리고 다시 이야기는 현재로 돌아와서, 베르톨트가 입을 열었어. 

 

 " 설마... 설마.. 엘런... 설마 "

 

엘런의 마지막 말을 들은 베르톨트가 놀란 눈으로 더듬더듬 말을 이었어, 엘런이 기억하다니...

 " 응, 다 알아. 베르톨트가 무엇을 했는 지 다 알고 있어 "

여전히 울고 있는 엘런이 조금 웃었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져버린 베르톨트의 눈동자의 흔들림이 엘런의 눈안에 가득 들어왔어

 " 언제...부터? 아니, 어떻게... "

베르톨트의 질문에 엘런은 살며시 고개를 흔들고는 답을 해줬어
 
 " 어떻게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철이 들 무렵부터 꿈을 꿨어, 그 꿈에서 너의 모든 삶을 하나하나 다 봤어 "

그렇게 답한 엘런은 아프게 웃었어. 이제 다 인정해버린 엘런은 스스로에게 백기를 들었어.

 " 나는 너를 용서해 베르톨트 "

엘런이 천천히 내뱉은 말에 베르톨트의 이미 한계까지 동그랗게 떠진 눈이 더 커졌어

 " 죽음을 택해서 까지 나만을 보는 너를 용서해, 베르톨트
   나는 베르톨트 후버를 용서해 "

엘런은 아주 천천히 말해준 후 밝게 웃었어, 엘런의 용서에 베르톨트의 눈에서 눈물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흘러내렸어, 베르톨트는 엉엉 소리를 내면서 미안해, 미안해... 너무 미안해 엘런이라고 사과의 말을 계속 웅얼거렸어. 엘런은 그런 베르톨트를 조용히 끌어안고 다독여주었지

 " 이제 다 끝난 일이야 "

엘런은 자신이 꿈에서 하고자 했듯이, 베르톨트의 등을 안고 가볍게 토닥여주며 입을 열었어

 " 이 곳 그 어디에도 거인은 없어 "

천천히 말을 뱉은 후 엘런이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빼며 베르톨트와 사이에 거리를 만든 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어. 눈물로 엉망진창인 얼굴이 우스워 조금 웃어줬던것 같기도 했어

 " 이 곳에는 베르톨트 후버가 있어 "

엘런이 말했어, 베르톨트는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 지를 알 수 있었어, 거인이 없는 세상, 그 무엇 하나 속이지 않고, 진짜 베르톨트 후버로 엘런에게 다가가 함께하는 것
베르톨트가 마지막 순간 욕심냈던 그 꿈이었어

 "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 엘런 "

베 르톨트가 눈물진 얼굴로 웃으며 말했어. 그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일을 이제서야 입밖으로 꺼낸 거야, 그 말을 들은 엘런이 곰곰히 생각하는 듯 눈을 도륵 굴려 시선을 내렸다가 이내 고개를 작게 절레 절레 흔들며 싫어... 라고 말했어
그 대답에 베르톨트는 다시 울듯 글썽였으나 왜? 라던가 어째서? 라는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어, 거인이 아니라고 해서 꼭 친구가 된다는 보장이 있던 것은 아니니까. 베르톨트는 그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했어.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그의 심장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에 베르톨트는 다시 울기 시작했어. 그런 베르톨트의 눈물을 엘런이 닦아줬어, 그 손길에 베르톨트가 엘런과 시선을 맞췄어, 자신을 바라보는 울망한 베르톨트의 눈을 보며 엘런이 웃었어

 " 나는 너와 연인이 되고 싶어, 베르톨트 "

수줍 은듯 살짝 뺨을 빨갛게 물들인 엘런이 말했어, 베르톨트도 그 말을 듣고 엘런의 얼굴처럼 얼굴을 붉혔어. 붉어져가는 베르톨트의 얼굴을 보며 반짝거리던 엘런의 금안이 이쁘게 휘어지며 웃었어 그러고는 엘런이 베르톨트에게 입을 맞추었지
어두운 골목으로 옅은 빛이 내리 비쳤어.

 

 

-----------------------------------------------------에필로그

 

엘런은 죽은 베르톨트 위에 엎드린 체 한참을 울었어, 너무 울어 쉬어버린 목에서 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그 눈의 눈물을 마르지 않았지. 전신으로 제 아래에서 식어가는 베르톨트의 체온을 느끼며 엘런은 울고 또 울었어, 그런 엘런을 발견한 것은 동트기 전, 제 옆자리가 여즉 비어있음에 놀라 나와본 아르민이었지, 아르민은 놀라서 엘런을 불렀고 놀란 눈으로 다가오는 아르민에게 엘런이 뛰어 달려가 그를 껴안았어, 아르민을 끌어안은 체 엘런은 다 쉰 목소리로 ' 베르톨트가 초대형 거인이었어 ' , ' 거인의 팔을 봤어 ' , ' 그가 자신을 죽이라고 했어 ' , ' 어떻게 해? 나 베르톨트를 죽였어, 아니... 나 초대형 거인을 죽였어 ' 라는 말을 두서 없이 더듬더듬 쏟아냈어. 울음 소리까지 섞여있어 더더욱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아르민은 상황을 파악했어. 아르민은 우선 엘런을 어루어 달래면서 제 머리를 굴렸어, 자신은 엘런을 전적으로 믿지만 엘런이 말한 베르톨트가 초대형거인이었단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전혀 없었어. 엘런이 보았다는 그 거인의 손은 사라진지 오래니까. 지금 현장에 남은건 104기 훈련병 베르톨트의 시신과 그를 죽였다는 가해자 엘런뿐이었지. 이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엘런은 살인범으로 몰려 바로 군법회의소로 넘어갈께 당연했지. 군인이기 때문에 그 죄는 더 엄중히 물어질께 뻔할 뻔자였어. 그 것만은 막아야 했지. 그래서 아르민은 엘런을 달래며 우선 방으로 돌아가라고 했어. 엘런은 지금 피곤할테니까 우선 자야한다고 말했고 자신은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서 미카사를 찾아갔어. 아르민이 미카사에게 간 후에도 엘런은 조금 더 거기에 서있었어, 너무 울어서 몸에 힘이 안 들어갔거든, 그렇게 잠시 멍하니 있다 이내 아르민의 말을 따라 방에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지. 그러다가 다시 돌아와서 아까 흘렸던 노트와 아까 베르톨트가 제 손을 밸 때 썼던 단도를 챙겼어, 두가지 물건을 챙긴 후 베르톨트를 한번 더 바라봤어. 그는 너무나 평온한 표정이었기에 그냥 자는 것 같았어. 엘런은 다시 울음이 터질려는 걸 눈을 질끈 감는 걸로 참고 돌아서서 방으로 뛰어들어갔지.

방에 들어온 엘런은 제 침대로 가서 배게 아래에 들고 온 것들을 숨겼어, 단도는 그 사이에 베르톨트의 피가 굳었긴 하지만 그대로 넣을 수 없어 대충 여분의 천으로 말아 둔 뒤 아래에 숨겼음. 숨긴 후 엘런은 이불을 머리 끝가지 뒤짚어 쓰고 달달 떨었어, 뭐가 뭔지 알 수없어서 머리가 뒤죽박죽이었지, 정신적으로 너무 지친 엘런은 그 상태에서 기절하듯 잠이 들었어. 그 꿈에서 엘런은 베르톨트를 봣어. 그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활짝 웃으며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지. 매우 따뜻하고 행복해보이는 그 표정에 엘런은 꿈에서 또 울었어. 아르민이 흔들어 깨우는 것에 일어난 엘런은 자신을 깨운 것이 베르톨트가 아님에 제 현실을 깨닳고 아르민을 껴안은체 조금 더 떨었어, 그러나 울지는 않았지. 아르민은 그런 엘런을 말 없이 토닥여줬어. 베르톨트의 시신은 미카사와 함께 수습하여 뒷산 깊은 곳에 묻었음. 아르민은 그 사실을 엘런에게 말하지는 않았어.

엘런은 오전 내내 누군가 자신에게 베르톨트에 대해 물을까 떨었으나 그 누구도 묻지 않았어.. 왜냐면 그 누구도 베르톨트가 사라진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지, 베르톨트와 옆자리를 쓰는 라이너조차도 알게 뭐냐라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대다수의 애들은 그런 애가 있었단 것도 몰라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어. 그제서야 엘런은 알았어, 베르톨트가 자신 이외의 사람과 대화하는 걸 본 적이 없는 걸 말이야. 저와 연인이 되었을 때 반짝 주목 받았으나, 이내 애들은 자신이 누구와 연애하는 지 자주 물었었어, 둘이 세트같이 붙어 다녓음에도 베르톨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없었던거지. 그는 정말 공기 그 자체였어. 그런 그가 유일하게 먼저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눈 건 자신 밖에 없던 거야. 엘런은 기분이 이상했어, 답답하고 속이 탔지. 하루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을 겪은 것 같아서 그런 것이라고 엘런은 넘겼어. 그리고 점심 쉬는 시간에 제 자리에 돌아온 엘런은 배게 아래 숨긴 물품들을 한참을 보다가 그 것을 아르민에게 맡아달라 부탁했어, 그걸 들고 있을 자신도, 버릴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었지. 아르민은 그 물건에 대해 아무 것도 묻지 않은 체 말 없이 그걸 맡아주었어. 그리고 꽤 후의 이야기지만 엘런은 이 선택을 참 잘했다라고 생각하게 되지. 왜냐면 이 후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거든

그 날 오후, 갑옷 거인이 트로스트 구의 문을 부쉈고 훈련병들은 각 병단 대표의 연설을 듣다 말고 뛰쳐나와서 싸우게 된거지. 엘런은 그 싸움에서 거인에게 먹혔다가 거인의 속에서 거인으로 부활하여 돌아왔지, 그리고 전투 후에 의식을 잃어다가 깬 엘런은 트로스트구 봉쇄 작전을 성공시키고, 예의 심의소로 가게 되지. 이때 엘런의 소지품은 모조리 군법회의소에 증거로 제출되었기에 엘런이 아르민에게 베르톨트의 소지품을 맡긴 것을 매우 잘한 결정이었지. 이 후는 원작처럼 병장님한테 쳐맞는 걸로 심의소를 통과해 조사병단에 입단하였고, 리바이반에 들어가게 되지. 그때 잠시 고성으로 가기 직전 미카사와 아르민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떄 아르민이 엘런에게 베르톨트의 소지품들을 돌려줬어, 엘런은 조금 망설이다. 그것을 받아들고 고성으로 가였지. 고성에 도착한 엘런은 청소 후 제 소지품을 정리하다가 그 노트를 조금 들춰봤어, 거기에는 베르톨트의 말 했던 그 정보들이 모두 적혀있었지만 엘런은 그걸 자세히 읽지 않은 체 덮어버리고 숨겼어. 그날 밤 엘런은 꿈에서 베르톨트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다음 날 엘런은 한지와의 실험 중에 거인화에 실패해, 다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주었고 리바이는 어차피 거인화 못하는 거 빨리 들어가 쉬라며 지하실에 자신을 밀어넣었어, 족쇄는 자기 전에만 차면 되는 거니, 휴식시간이나 가져라고 했지. 서툴은 그의 배려에 엘런은 조금 웃었어. 지하실에서 어째서 거인화에 실패한 것인가에 대해서 되짚으며 고민하던 엘런은 베르톨트의 노트를 다시 펴 천천히 읽기 시작했어. 거기에 적힌 거인화 요령에 대해 읽고 또 읽어서 외운 엘런은 다음 날, 실험에서 그 요령을 통해 쉽게 거인화에 성공했어, 베르톨트가 말한 것들과 적어준 것들은 모두 진실이었던 거지. 엘런은 당장에 그 노트를 상부에 보고하려다가 자신이 다시 한번 자세히 읽기로 결정해, 실험이 성공적이라는 이유로 어제와 같은 식으로 휴식시간을 받은 엘런은 이번에도 웃으며 내려왔어. 그리고 아까 결정한 대로 노트를 읽었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진지하게 읽었어. 거기에는 놀라울만큼 정확하고 상세하게 거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 엘런은 당황스러웠어.. 그리고 거의 끝 페이지가 다가올 때 백지가 몇 페이지 있었어, 더 이상 정리할 내용이 없어서 남은 페이지인가 싶어 엘런은 그 부분을 별 생각없이 파라락 넘겼는데, 마지막에 뭔가 적혀있었어. ' 엘런 ' 이란 설명한 글자와 그 뒤로 물자국에 번져 흐려져 있는 글자가 있었어. 번져서 흐려져있었지만 엘런은 그 글을 읽을 수 있었어

 ' 엘런, 사랑해 '

제가 사랑했던 연인다운 그 단아한 글씨가 그리 써져있었어, 물자국은 아마 눈물자국이겠지. 그 물자국 위로 엘런의 눈물이 겹쳐서 퍼져 번지지 않았던 제 이름까지 번지게 했어. 엘런은 그날 밤 꽤 오래 울었고, 수갑을 채우기 위해 온 리바이가 말없이 손수건을 줬었지. 엘런은 그 배려에 감사하다 인사하며 수건을 대신하듯 리바이에게 노트를 건냈어. 한지 분대장님께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은 노트라고 엘런이 웃으면서 말했고, 리바이는 따로 질문하지 않은 체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 후 수갑을 채워주고 나갔어. 그리고 다음 날 노트를 읽고 온 한지가 아직 긴가민가하다는 듯이 엘런을 찾았지. 그런 한지에게 엘런은 자신이 그 노트에 적힌 데로 하여 거인화 했다는 말을 했고, 그 말에 한지는 의문을 확신으로 바꾸며 세상에 이런 고급 정보를 누가 준것이냐며 흥분해서 외친 후 누구? 누구? 누구야? 혹시 지금 만날 수있어? 라고 엘런에게 채근했지. 엘런은 그런 한지에 당황하다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돌렸고, 리바이가 그 분위기를 읽고 한지를 찔러서 말렸어. 머쓱해진 한지는 어색하게 웃으며 엘빈에게 보고 해야겠다면서 나갔어. 둘만 덩그러니 남은 엘런과 리바이는 한참을 침묵을 지키다가 리바이가 차를 두어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어

 " 어떤 녀석이냐? "

주어없는 질문이었으나, 엘런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어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

엘런은 고개를 숙인체 리바이의 눈을 피하며 대답했어. 리바이는 그 대답에 답을 해주지 않았고 더 이상 묻지 않았어. 엘런은 조금 쓰게 웃었어. 이 후 엘빈은 한지에게 받은 정보를 토대로 작전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였고 애니,라이너, 유미르를 생포했음. 생포작전 동안 벽외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리바이반은 생존했음. 생포해온 세사람에게 정보를 캐내는 것을 우선 적으로 하여 조사병단은 벽외조사보다 거인조사에 취중했지. 그리고 정보가 곧 힘이라는 말대로 이들은 많은 정보를 통해 벽안의 구조, 지능형 거인의 정체, 거인의 정체 등을 알아냈어. 여러가지의 이해관계들과 사건들이 얽혀서 아주 큰 일이었지만, 이들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 시켰어. 그 덕에 거인은 구축되었고 인류는 벽 밖으로 나갈 수가 있었지. 정보가 잇다고 해서 거인이 뿅- 하고 사라지는 건 아니니 전투는 있었어, 그것도 아주 많이. 그 전투에서 희생도 있었지. 그러나 그 희생이 전혀 무가치 하지는 않았지. 그 전투에서 엘런은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서 자신의 첫 꿈인 거인 구축에 성공했어. 세계의 건인은 엘런만이 남게 되었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의 몸에 한계가 왔어. 그 노트에 적혀있던 부작용대로 거인화는 제 생명을 갉아먹는 것이었기에, 그 모든 전투가 끝난 후 엘런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었지. 그럼에도 엘런은 제 꿈이 이루어졌음에 웃었어.그리하여 엘런은 두번째 꿈을 향해간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기에 그가 바라는 모든 것을 볼 수는 없었고 엘런은 ' 바다 ' 만이라도 보기 위해서 벽 밖으로 내달렸어, 그 옆에는 아르민, 미카사, 리바이도 함께였지. 물론, 엘런이 벽 밖으로 나오기 전 윗 선에서는 마지막 거인에 대한 처분으로 말이 많긴 했으나, 엘빈이 그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며, 그 스스로 밖으로 나가고자하니 당신들에게 위협이 될 것 없다고 설득을 시켰고, 윗 선들도 쥐꼬리만큼 남은 양심으로 순순히 엘런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했어. 뭐 어쨌든. 엘런은 세 사람과 달리고 또 달려.. 꽤 오래 달려 바다에 도착했다. 그토록 꿈꿔오던 그 곳에 도착한 엘런은 너무 기뻐서 바다를 보면서 조금 울었어. 그러고는 미카사, 아르민과 거기서 해가 지도록 뛰어다니며 놀았어. 촉감,시각,청각,후각,미각... 모든 오감으로 바다를 느끼고 또 느꼈어, 평생 잊지 않기 위해서인 것처럼 말이야.

해가 뉘엿해지자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다들 가자고 했으나 엘런은 여기 더 있고 싶다고 거절하였어, 세 사람은 엘런이 어떤 상태인지 잘 알기 때문에 그의 뜻을 존중하였고, 미카사가 나중에 저녁이 완성되면 부르겠다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을 끝으로 세 사람은 발걸음을 돌렸지. 세 사람이 시야 끝에서 사라진 후에야 엘런은 제 가슴 품에 넣어둔 단도를 꺼내들었어, 그것은 그 날 베르톨트가 가지고 있던 그것이었지. 싸놨던 천을 벗겨낸 단도의 검날에는 베르톨트의 피가 여전히 말라붙어있었어, 어쩐지 베르톨트의 향이 나는 것 같아 엘런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는 그 칼을 들고 바닷가로 걸어들어갔어. 파도가 치면 발등까지 물이 차는 지점에서 엘런은 엉덩이부터 내려 철퍽 주저 앉았어, 그러고는 제 옆에 그 단도를 날을 세워 모래 속에 꼽아 넣었지

 " 베르톨트 "

엘런은 제 옆에 꼽아둔 단도가 베르톨트인 듯 말을 걸었어

 " 나는 아직도 너에 대해서 모르겠어 "

찰박 찰박- 낮게 치는 파도가 엘런의 발등을 간지럽혔어

 " 나 내 꿈을 다 이뤘어, 바다에 왔어. 베르톨트, 너의 꿈도 이루어진거야, 베르톨트
   .................. 정말 이걸로 된거야? "

엘런이 무릎을 세워 끌어 안았어

 " 나는 아직도 모르겠어 베르톨트, 나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증오해. 내 마음도 모르겠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알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 베르톨트 "

끌어 안은 제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떨었어, 훌쩍이는 소리가 파도소리에 밀려서 퍼졋어. 조용히 치는 파도가 검날을 스쳐, 말라붙은 피를 조금 씩 쓸고 내려갔지. 엘런이 고개를 들었어. 석양이 내리쬐는 바다에 베르톨트의 붉은 피가 흘러가 바다와 석여 하나가 되어갔어

 "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잔뜩 있어, 그래서 나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 "

석양만큼이나 붉은 눈가를 엘런이 제 손을 들어 조금 부볐어

 " 너를 다시 만나고 싶어 "

엘런이 활짝 웃었어, 석양 빛에 바스러질듯한 밝은 웃음이었어.

 " 이번에도 내 꿈이 이뤄지는 걸 도와줄꺼라고 믿어, 그러니 꼭 다시 만나자, 베르톨트 "

그 말을 끝으로 엘런은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모래에 단단히 꼽혀있던 그 단도도 함께 쓰러졌어.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났다는 걸 알리러 온 미카사가 뒤늦게 쓰러진 엘런을 발견하고 오열했지


이 이야기는 먼 엤날에 베르톨트 후버가 몰랐던 이야기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둘은 다시 만나서.. 지금으로

 

이 썰 다 쓰고 나서 다 쓴 기념으로 그렸던 그림이네요.
당시에 쓴 후기글은 너무 부끄러운뎈ㅋㅋ 어쨌든 제가 납득하는 선에서 둘이 최대한 행복하게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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